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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설을 떠올리며
게시물ID : sisa_3364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벼룩부리
추천 : 0
조회수 : 2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23 13:37:28

학창시절 기억도 안날 많은 문학작품을 배웠었지만,


그중에서 차마설은 당시에도 작은 센세이션을 느꼇었고, 앞으로도 그 의미를 곱씹는 작품이다.


갑자기 차마설을 떠올리게 된 것은 선거날 저녁 아버지와의 대화 때문인데, 나와 부모님은 떨어져서 지내는 관계로 저녁 늦게 집에 내려갔다가 정치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이다.


선거 몇일 전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누굴뽑아야 하나라는 질문에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문재인을 지지해달라고 하였고, 아버지도 그에 응해서 문재인을 찍으셨는데 집에서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나는 갈등을 빚을수 밖에 없었던것은


아버지는 박근혜를 너무나도 뽑고 싶었는데 이명박이 하는 꼴을 보니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셨다.

그도 그럴것이 아버지는 시골에서 작은 건설회사를 하셨기 때문에 그 체감이 더욱 크게 느껴왔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정치선진국들이 부러운것 중 하나가 대선때 후보들의 이력이나 공약들을 보고 가늠하면서 보수와 진보에 연연하지 않고 누굴 뽑을지 고민을 해보고싶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역사를 알고 의식이 바로 잡힌 사람이라면 이 고민에 대해서는 일말의 틈도 주질 않는다.


그런데 이 "역사를 아는 것" "의식이 바로 잡힌 것" 이라는 전제조건..


나는 박정희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아무리 피력해도 듣고 싶지 않은 얘기는 듣지를 않는다. 모든 주관을 빼고 객관적인 팩트만을 말해도 아버지는 모든 것을 부정한다. 부정을 하는 근거는 "나는 산증인이야"라는 말. 그리고 군대로 의장대를 다녀오신 아버지가 박정희를 가까이서 직접 봤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늦은 밤 개표결과를 지켜보면서 박근혜가 앞서나가자 문재인을 찍은 아버지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박근혜가 이기는 것 같다며 나에게 말하는데 그 표정에서 나는 아버지가 나를 상대로 승리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한마디

"그래도 여당이 힘이 있는데.."


그때 나는 알았다. 새누리당이 뭔지랄을 해도 정권교체가 이렇게 힘든이유..

히틀러가 대중은 마치 여자와도 같다고 한것 처럼

강한 힘을 보면 굴복을 하려드는 그 나약한 심리.. 그 힘이 불순하여도 저항을 하는 것보다 굴복을 하는 것이 이롭다는 그런..

또한 같은 약자였던 존재가 한순간에 힘을 쥐는 것에 대한 반감.

물론 무지한것도 한몫을 하겠지만 말이다.


차마설을 떠올린것이 그렇다. 사실 힘은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있는 것이고 대통령은 그것을 빌려쓰는 것이 뿐인데

수십년간 지속된 관행적인 패배의식때문에 판단이 앞선 투표를 하지 못하고 투표자체가 관행적으로 되어버린다.


그래도 난 아버지를 포함한 기성세대를 원망하진 않는다.

내가 전세대에 태어나서 교육의 기회를 못받고 자랐으면 그들과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또 굴복하고 싶은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잠재성이며 어찌되었건 기성세대(산업역군과 민주열사들 모두)가 주는 혜택을 받고 편하게 살고 있는것도 사실이기때문에 감사함도 있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불쌍하다.

그렇게 당하고도 집권여당을 뽑을 수 밖에 없는 그들이..


그렇기 때문에 지금당장은 그들이 원망스러워도 그들을 품고싶다.

그리고 훗날 세상이 바뀌면 진실이 이렇다는걸 제대로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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