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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2 소설 '대피' 이어서 썼어요.
게시물ID : humorbest_4242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란슬롯
추천 : 15
조회수 : 3011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1/02 06:12:01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1/02 00:50:50





해병복을 벗고 몸을 씻은 후에 사병 술집으로 갔다.

술집에 사람이 별로 없었고 조용한 분위기 였는데 아까의 전투에 참가한 특공대원이 대다수였다.  카운터에 

직접 가 커다란 맥주잔에 공짜지만 싸구려인 술을 최대한 채운 뒤 아무도 앉지 않는 구석의 테이블에 앉았

다.  맥주잔을 두 손으로 잡고 시원한 느낌을 받으며 멍하니 생각했다.  부모님, 죽은 친구들과 앞으로의 미

래 등등이 생각났지만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을 일단 물리쳤다.

'해야 할 일.  특공대원이 되기. '

내가 나고 자란 아그리아는 저그의 행성이 되고 말았으니 주민들은 대부분 다른 행성에 정착하려는 이방인의 

신분으로 뼈빠지게 일하거나, 정처없이 우주를 돌아다니는 떠돌이 신세가 될 것이다.

나는 농부로서 막대한 세금을 내기위해 죽을 힘을 다해 일하는 부모님보다 더 힘든 삶을 살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저그의 공격으로 생활 필수품인데도 불구하고 원래부터 적게 공급됬던 베스핀 가스도 더욱 줄어들어 

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처음 나와보는 우주에서 떠돌아다니기는 훨씬 힘들 것이다.

고위급 직종의 자식들만 다니는 대학교를 가본 적 없는 나로선 사상을 잘 모르겠지만 믿음직스럽고 어차피 

이미 같이 생활한 겸 해서 여기에 정착하는 게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들어보기만 한 용병의 무시무시

함과는 다르기도 하고.

그때 저글링의 발톱으로 애써 잘 장식한 나무문을 누군가 거칠게 열며 들어왔다.

특이하게도 어깨부분에 문신한것 마냥 여자가 그려진 새파란 색의 해병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술집을 한번 쭉 둘러보더니 혼자 있는 내 쪽으로 쿵 쿵 걸어와 테이블의 반대편에 털썩 앉았다.

역시나 해병복과 거구의 남성의 무게를 못 이겨내고 의자가 삐그덕 대며 곧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는 절반정도 마신 내 맥주잔을 보더니 코웃음을 치고 잔을 가져가 자기가 단번에 남김없이 마셔버렸다.

"키야아.  여기 술은 그런대로 먹을만 하구만.  와인인가 뭔가 하는 것보단 이게 낫지."

"누구쇼?"

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그는 재미있다는 얼굴을 하며 팔짱을 꼈다.

"나?  내가 뭐 할거처럼 보이냐?"

얼굴에 큰 흉터와 대머리, 커다란 골격만으로 보면 딱 우주 해적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그걸 대놓고 말했다간...

"잘 모르겠는데..."

"요 붙여라, 요.  어린 노무새키가 겁도 없이."

그가 과장된 몸짓으로 나에게 주먹을 갈길 것처럼 해병복의 거대한 팔을 허공에 휘둘렀다.

나는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ㅡ그는 겁먹은 표정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ㅡ으로 입을 열었다.

"네."

"좋아, 넌 말을 잘 들어먹는군.  이 형님이 먼저 말해주지.  난 타이커스님이시다.  넌?"

"찰리요."

"음.  찰리 찰리 찰리... 내가 빵에 있었을때 똑같은 이름의 게이놈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말을 하면서 옆의 특공대원에게 손짓을 해 가득한 새 술잔을 하나만 받았다.  나는 안주고.

그는 술잔에 코를 대 냄새를 한번 맡고는 절반정도 한번에 들이킨 뒤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야.  너 그 과학자 여자랑 같이 온 신입인거 같은데 맞냐?"

핸슨 양을 말하는 것 같다.  레이너의 특공대가 오기 전엔 핸슨 양이 우리를 이끌어 주셨었지.

"예."

"그래?  좋다 좋아.  사람찾기 참 쉽구만.  야 너, 내가 첫번째 명령을 내려주마."

"무슨..."

"뭐?  니 우리랑 한패되기 싫다는 소리냐?"

"아직 말도 안했는데요."

"이 똑똑한 형님들께선 니까짓 촌놈들 뭔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어.  니네 행성에서 온 사람들 중에 해병으로 싸워본 

애들은 다 우리랑 있고 싶다는 거.  체, 쪼꼬만 병아리 새끼들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니."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허리부분의 포켓에서 시가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자비로운 얼굴로 술잔을 내쪽으로 밀었다.  물론 난 거부했다.

"후우우."

시가의 연기가 천장을 닿을 때쯤 내가 말했다.

"그들이 그렇게 말했습니까?"

"그래.  그리고 지미가 직접 나를 보냈다.  재능이 있다던데."

왠지 기쁜 마음이 살짝 들었다.  

내 표정이 풀어지자 그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거친 말투로 말했다.

"새끼야, 좋냐?  그래, 이 타이커스님을 섬겨야하니까 기분이 아주 찢어지겠지.  넌 내 꺼야.  내 밑에서 한번 X빠지게 

지내봐라."

"예, 예?  레이너님이 아니라요?"

"흐흐흐흐."

그가 허리를 굽혀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뒤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말이다... 첫번째 명령 말이야..."





나는 복도 끝의 코너뒤 에 최대한 웅크린채 앉아 무기고 방호 윈도우 뒤에 앉은 사람을 조심스럽게 살짝 보았다.

경비는 발을 책상위에 올린 채로 있었다.  페이지 넘기는 소리로 보아 스크린으로 뭔가를 보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내 신발 밑바닥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타이커스가 준 껌같은 액체를 신발 밑창에 바르면 걷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발라봤는데 여기까지 오며 보니

소리가 났다.  게다가 무기고 주변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합금 철판으로 되있어서 걷는 소리가 더 크게 날지도 

모른다.  혹시,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 액체가 합금 철판'만' 밟아야 소리가 안나는 말도 안되는 물질이라면

모를까ㅡ게다가 그 철판까지의 거리도 멀다ㅡ 여기서부턴 한발자국이라도 더 걷다간 무기고 경비에게 걸릴 것

같았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하는 거지.'

내가 이도저도 못하는 사이, 갑자기 내 반대편의 복도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당당하게 무기고 쪽으로

걸으며 내 쪽에 오라는 손짓을 한번 했다.  경비가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인식한듯 다리가 치워지는게 보였다.

그가 무기고 윈도우 앞에 서자 경비가 그에게 애교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웬일이지, 우리 왕자님께서 여기까지 오시다니..."

"자기 보고 싶어서 왔지."

그가 밝은 미소로 답해주며 윈도우 가까이 다가섰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손을 내쪽을 향해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일단 놀란 가슴을 잠시 덮어두고 조심조심 무기고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오늘 당번 몇시에 끝나?"

"아잉, 끝나고 뭐하려는 거야잉..."

'컥.'

24년 Motae Solo의 애석함이 터져나왔지만 억눌렀다.

이제 복도의 반쯤 지나자 이제 철판을 밟아야 했다.  여차하면 바로 내뺄 자세를 잡고 살짝 밟아봤다.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마치 털장화를 신고 카펫을 밟는 듯 했다. 

그렇게 그가 경비의 관심을 잡아주고, 나는 무기고 옆칸의 문을 타이커스가 준 카드로 잠금해제하고 최대한

소리가 안나게 조심하며 열었다.

안에는 실용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화려한 장교용 권총과 실제 화가가 그린 그림, 조각상 같은 것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무기고 아니었나?'

어쨌든 간에 나는 타이커스가 말한 대로 화려하게 치장된 책상의 두번째 칸에 들어있는 작은 박스ㅡ이것도 

치장되어 있다.  심지어 향기까지ㅡ를 들고 왔던길로 돌아왔다.  경비와 말하던 남자는 끝까지 돌아가지 않

고 경비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장교 숙소에 타이커스를 만나러 가보니 그는 입구에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급했던 걸까...

그가 날 보자마자 거만한 걸음걸이로 걸어오며 말했다. 

"이야아, 촬리 춸리 Charlie 찰리.  잘했다, 내 새끼."

나는 찡그리며 말했다.

"뭡니까... 다음부턴 이런거 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뭔 개소리야?  이렇게 험한 세상인데 돕고 도우면서 살아야지."

그에게 박스를 건네주며 말했다.

"근데 이거 안에 든게 뭡니까?"

"이제 썩 꺼져.  손님한테 돈 받으면 연락하마."

그는 내 쪽을 향해 손시레를 치더니 박스를 소중히 여기는 듯이 감싸며 어딘가로 가버렸다.

내가 잠시 멍하니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뒤돌아 보니 아까 그 무기고에서 본 남

자와 경비였다.  나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뭐요?"

"찰리, 아무리 오랜만에 봐도 그렇지 친구를 그렇게 대하면 어쩌냐."

남자가 대답했다.  

'이게 무슨... 모르는 사람 맞는데.'

나는 대답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삐지긴."  

그가 나를 제치며 애인ㅡ경비ㅡ을 데리고 장교 숙소로 들어가려다가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야!  니 숙소 방 번호가 뭐더라?"

"4051 F4."

"어!  좀있다가 보자!"






나는 단칸방으로 되어있는 사병숙소에 돌아와 스크린을 키고 알림함을 열었다.

네개의 쪽지가 와있었다.



<도지삽니다.>                      ㅡ외부   ㅡ비암호화                     01/01/12

<거 이름이 뭡니까?>                ㅡ외부   ㅡ비암호화                     01/01/12

<잘 지내나?>                       ㅡ로컬   ㅡ비암호화                     3시간 전

<아그리아 행성 여러분.>            ㅡ로컬   ㅡ비암호화                     1시간 전





나는 스팸 쪽지들을 지우고 첫번째 쪽지를 먼저 열어보았다.




<잘 지내나?>

보낸 이 : Raynor Jim

받는 이 : Charlie Lim




잘 지내나?  나 레이너일세.  

아그리아의 주민들은 모두 헤이븐 이라는 안전한 행성으로 갈 걸세.

물론 우리 특공대는 주민들에게 정착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제공할 것이니 걱정말게.

그건 그렇고, 자네 말일세.

마지막 전투에서 정말 잘 싸워주었네.

자네가 없었으면 민병대원들 다수가 다쳤을지도 모르지.

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나는 자네와 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네.

아시다시피 우리 특공대는 새 대원들을 맞이하는 경우가 아주 적어.

그래서 우린 하나하나 병사들을 아주 소중히 여긴다네.

그리고 나는 자네가 우리와 함께 하는걸 원해.

하지만 선택은 자네의 것이네.

잘 고려해보고 나를 한번 만나러 오게. 





                        P.S. 혹시 이 쪽지를 못 받을까봐 타이커스를 보냈는데,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군.







그의 거친 글씨체가 담긴 쪽지를 한번 제대로 다시 읽고 보관함에 둔 뒤, 다음 쪽지를 열었다.








<아그리아 행성 여러분.>

보낸 이 : Hanson Ariel

받는 이 : Unknown (200+)




아그리아 행성 여러분.  저는 핸슨 아리엘 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저를 모르시는 분들도 있고 아시는 분들

도 있을 겁니다.  저는 저그의 침공에 맞서........................레이너님과 민병대 해병 대원들에게 고

마움을...........................이 전투 순양함 하이페리온은 현재.................................... 

그리고 우리는 헤이븐 이라는 안전한 행성으로 가서 새 거주지를..............................아프신 분은 

첨부된 연락처에.....................................................................................


                                                 (중략)





                                                                                   [ ]첨부된 문서   







핸슨 양이 직접 손으로 쓴 글씨체를 읽으니 반갑고 다행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쯤 어디 계실까?  아마

도 언제나 그래왔듯, 주민들을 보살피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같은 대피용 우주선이나 난민 숙소에 계실 것이

다.

한번 여유가 생기면 내가 직접 만나러 가봐야겠다.  그녀는 누가 죽었고 누가 살았는지 알수 없을테니.

나는 첨부된 연락처를 다운로드 받아두고 로컬 네트워크 망에 접속해 민병대원들과 연락을 해보았다.  

다들 서로 이름조차 모르고 번호로만 아는 사이지만 전의 전투들로 인해 강한 결집력이 생긴 것 같았다.

우리들이 이야기 하는 것은 주로 전투속 특공대원들의 활약과 이곳에 소속되고 싶다는 소리, 헤어진 가족을

찾는 소리 등이었다.  

그렇게 나는 하이퍼리온의 좁디좁은 사병숙소의 한 방에서 또 다른 하루를 지냈다.

온다던 남자는 오지 않았다.








왠지 써보고 나니까 테란이라서 그런지 쓰기가 편하네요  상상이 잘 됨

이거 계속 이어서 쓸까요?  쓴다면 캠페인 미션을 따라 쭈욱 써볼 생각인데 아마

다음편은 주인공이 훈련받는거랑 플토랑 싸우는거랑 음...

재밌으시거나 제가 계속 쓰길 원하시면 추천해주셔서 모든 오유인이 볼수있도록

해주시고 감상평, 이상한점 등등 말하고 싶은 것을 써주세요!

저는 리플과 추천을 보고 희열을 느낀답니다.





그리고 이건 보너스로 웃긴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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