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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bestofbest_424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ㅇㅇㅇΩ
추천 : 179
조회수 : 18197회
댓글수 : 8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11/09 18:14:10
원본글 작성시간 : 2010/11/06 04:02:32

긴글입니다.. 부디 읽어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누군가 제 이야기를 읽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가슴벅찬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저희 아버지가 알콜중독이십니다.

매일 직장끝나시고 술을 드신 뒤 12시쯤 들어오시고..

어머니도 일을하시면서 새벽 2시쯤이 되어야 들어오십니다.

12시에 아버지가 들어오시면 절 부르고 자고있다면 절 깨웁니다..

그리고 횡성수설 술주정을 하시다가 잠이 드십니다..

평생을 그런 모습을 봐왔기에 별반 다를 것 없었습니다..

전에는 그냥 아버지가 짜증나고 원망스럽기만 했고 다음날 아침이면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런데.. 26년을 봐왔는데도 요즘들어 갑자기 그런 아버지를 볼때마다 원망보다는..

갑자기 제 자신이 한심스럽고 등신같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각인되자 날이갈수록 아버지의 모습과 대면하기가 싫어집니다.

술을 드신 것은 아버지인데..

왜 제 자신이 한심해보이는지..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어서 더욱 갑갑합니다.




일을 쉬면서 애인도 떠나갔습니다. 반년정도가 지났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그렇게 상처를 주고 떠난 여자가 처음이라 이따금씩 생각만하면..

우울하고 서글퍼집니다..

이미 연락도 없고 떠나버린 사람이지만 너무 큰 상처였기에 계속 생각나는 내 머릿속까지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용기내서 그녀의 싸이월드를 들어가봅니다.

난 이렇게 한심스럽게 살아가는데.. 그녀는 새로운 남자친구와 다정하게 데이트하는 사진을 

메인사진에 걸어놨습니다.

싸이가 온통 행복 투성이입니다. 부럽습니다. .그리고 원망스럽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미안하고 후회됩니다.. 오만가지 생각이 겹치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몇 시간이 지나갑니다.




이미 제 나이대 남들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열정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1년 넘게 백수로 지내온 저에겐 단지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효도입니다.

왜 백수가 되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퇴사를 당하고.. 이런저런 것들을 해보겠다고 나서다가 허송세월만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해보겠다.. 저것도 해보고싶다.. 꿈만 앞세워 아직은 하고싶은 걸 해볼테야! 라는 

허세스러운 욕심만 부리며 남들에게 잔뜩 기대감과 열심히하라는 격려와 응원의 소리만  

이기적으로 받아내고는 의미없이 돈만 낭비했고.. 정신차려보니 1년이 지나있습니다.

한심스럽다는 것 압니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면..

그런데로 쓸모있는 시간이었을까요?




적지않은 나이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눈치도 보이고 핀잔도 들었지만..

나름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4살 어린 여자분과 호감을 나누게 되었고..

당장 눈 앞에 찾아올 것 같은 행복만 잡아보려고 안절부절... 그렇게 고백하게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나 하며 간신히 풀칠이나 하는 20대 중반의 오빠라는 사람이..

듬직하고 늠름한 남자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믿음은 주지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계속되는 

우울함과 외로움에 어쩌면 나보다도 어리지만 공부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그 여자분에게 의지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한심한 생각입니다..

정작 꼬물꼬물 거리기만 할 뿐 아무런 노력도 하지않던 바퀴벌래가.. 

자신의 인생을 살기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개미를 좋아하는 꼴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그렇게 그녀에게 거절당했습니다.

이유는 단지 편한오빠이상은 되기 싫다는 뻔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말 속에는 한심하게 아르바이트나 하며 놀고있는 백수오빠와 연애하기에는 

자신의 바쁜 삶을 공유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저의 망상이겠죠.. 

그리고 어색한 사이가 조금 이어졌습니다.. 확실히 웃으며 전처럼 돌아가려해도 속마음을 

표현하고 난 뒤라그런지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반갑게 인사한 뒤 다음말은 이어지지 않았고.. 웃었던 표정은 씁쓸한 미소로 사라졌습니다.

반드시 나와야할 어제봤던 코미디프로그램의 이야기는 마치 비밀스러운 이야기인 듯 숨겨졌습니다. 

결국 매니저의 입을 통해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싶어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매니저는 유독 친했던 저에게 그녀가 무슨일이 있냐고 자초지종을 묻습니다. 오히려 잘됐습니다.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나 때문에 그만두고 싶은 거냐고요..

아니라고는 말했지만 말투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많이 불편한가 봅니다.

저보다 오래 일했던 이 가게는 그녀의 일터라고 생각했습니다. 

느닷없이 나타난 왠 남자때문에 그녀의 일상적인 날들이 뒤바뀌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먼저 그만둔다고 말을 하고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연락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알바를 그만두고 용기내서 이력서를 들고 전혀 원하지 않는 분야였지만..

직접 찾아가 즉석 면접을 봤습니다. 단순한 생산직이었습니다.

월급도 그정도면 그래도 먹고살만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원으로 보이는 분을 따라 허름한 골방으로 따라 들어가.. 즉석커피를 한잔 마시며..

이력서를 천천히 살펴봅니다.. 

저에게 커피를 권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제가 마음에 썩 들지는 않나봅니다.

전공과와 전혀 다른 분야인데 잘 할 수 있냐고 묻습니다.

나름대로 대답합니다. 

뭐가 불만이었는지 인상을 씁니다.. 그리고는 제 앞에서 담배를 물어 핍니다.

저를 화살처럼 쪼아보더니 말합니다.

" 하고싶지도 않은 일이면서 급한대로 돈이나 벌려고 들어오는거면 다시 생각해봐. "

머리에 총을 맞은 것처럼 혼미해집니다... 아니라고는 말했지만 이미 저를 그렇게 보고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동안 수 없이도 나 같은 철부지들을 봐왔기 때문이겠죠. 

연락을 하겠다는 형식적인 말을 듣고 자리를 떴지만.. 그건 다른곳을 알아보라는 소리일 겁니다. 




하루가 너무 지옥같아서 그나마 있는 몇몇 친구들에게 술한잔 하자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구놈은 회사가 바쁘다며 둘러댔고..

한놈은 편입때문에 정신없다며 거절합니다.

한놈은 면접일정이 빠듯해서 여유가 없답니다.. 

한놈은 주말에나 연락할테니 기다리라더군요..

각자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놈들의 바쁜 일상 속에서 어깨축처져 맥빠진 목소리로 걸려온 

연락도 뜸했던 친구라는 놈의 전화가 그리 달갑지는 않았겠죠.. 

이해하기에 괜찮다고 말하며 아무일 없다는 듯 연기를 해봅니다.

" 당장나와 위로해줄게! " 라는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 무슨 일 있냐? " 라며 몇 분만이라도 누군가와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나약해지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죠..

무슨 추태를 부리겠다고 갑자기 전화번호부에 알바때의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

목소리는 분명 그녀가 맞는데.. 저를 모릅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급하게 전화를 끊고.. 무슨 상황인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알바를 그만둔지 2주.. 그녀가 제 번호를 지웠나봅니다.

열심히 땀흘려 일 끝나고 수고했다고 서로 문자하고 연락하던 때가 너무나도 그리워집니다..

그녀도 좀있다가 저였다는 것을 알았겠죠..

하지만 연락이 없다는 것은 저에게 연락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부디 저에 대해서 짜증났던 사람이라는 인식이 심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축처진 몸으로 거실 소파에 누워 멍하게 티비나 보는데..

12시가 넘어가자 아버지가 들어오십니다.

어김없이 취하셔서 비틀거리시며 저에게 횡성수설하십니다.

두통까지 몰려오면서 가슴속에 밀가루가 뿌려지는 것 같은 갑갑함이 듭니다.

2시가 넘어서야 아버지가 잠이드시고 어머니가 들어오십니다.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으신 어머니도 " 밥먹었니? " 라는 말한마디를 끝으로 아버지와

각자 다른 방에서 잠이 드십니다. 




멍하게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무얼 누르고 있는지도 모르게 마우스커서만 깜박깜박 거리다가

정신차려보면 내가 컴퓨터 앞에서 무얼 했는지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메신저에 들어가보니 아직 잠이 들지 않은 그리 친하지않은 누군가들이 로그인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미니홈피를 둘러보고 블로그를 둘러봅니다.

저마다 각자의 즐거움과 미래를 찾아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꺼진 거실을 지나 츄리닝과 담배한갑.. 엠피쓰리만 챙겨들고 조심조심 밖으로 나옵니다.

이미 3시가 넘은 시간 인적하나 없는 놀이터에 앉아 담배를 뻐끔거리며 분위기 처지는 

노래를 플레이합니다. 기분이 묘해집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뜰텐데.. 몇시간 뒤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미래를 예언하는 것은 초능력자나 가능하다지만.. 너무나도 확연하게 그려지는 그저그런 

내일의 일상이 또 다시 저를 한심하게 만듭니다.




좀더 열심히 해야해..

이대로 시간만 낭비할 순 없어.. 닥치대로 무엇이든 하면서 열정을 찾아야 되..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또다시 오늘과 같은 하루를 보내게 되는 이유가 무얼까요.

농담 반으로 운명은 정해져있다고 한다면 마치 제 운명은 이렇게 살다 죽어야하는 것 같은

저주스러운 생각으로 가득 찹니다.





어느사이 다 타버린 담배를 힘 없이 버리고 새 담배를 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니야..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가는거야.. 내 운명은 내가 만드는거지..

내일부턴 다시 노력해보자.. 라고 조울증환자처럼 급변합니다.




글을 써보겠다고...

작가가 되고 싶다고... 그러면 내 인생이 행복해 질 것 같다고.. 

마냥 허세의 늪에 빠져 똥폼잡던 지난 시간들..

그나마 다행인건 글쓰는게 좋아서 누군가 읽어보지도 않을 길고 긴 장문의 푸념글을

진지하게 적어내려가고 있는 제 모습이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아무런 의미없는 글이지만..

적어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잠깐의 이 시간동안은 이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습니다.



이 글이 끝나고 내일 아침.. 다시금 현실의 시간이 찾아오면..

너무나 칼날같았기에 잊혀지지도 않던 그 면접관의 말..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단지 돈이급해 억지로 해보려는 한심한 어느 면접생의 모습으로 돌아와있겠죠.


유난히도 지치고 긴 밤이네요..   

혹시라도 이 글을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비록 전혀 행복하다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는 처지이지만..

저라도 괜찮다면 오늘은 꼭 어느날 보다도 행복한 하루가 되시라고 빌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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