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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구라치는 부하직원 퇴치함
게시물ID : humorstory_4243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레81
추천 : 12
조회수 : 1221회
댓글수 : 96개
등록시간 : 2014/09/12 21:03:52
안녕하세요 30대 중반의 직장인입니다.

저도 골때리던 부하직원에 관련된 이야기 한번 써보겠습니다.

살짝 긴 글이 될거 같지만 글재주가 없으니 양해 바랍니다.



대략 3년 전 이야기입니다.

우리 회사는 안산에 본사가 있고 평택에 지사가 있는 조그마한 중소기업입니다.

평소 평택지사엔 사람이 늘 부족하여 본사에서 자주 인원지원을 가곤 했는데

어느날 평택지사에서 사람이 한명 온다는 겁니다.

항상 사람부족하다고 죽는소리 하던 평택에서 냉큼 사람 한명을 올린다는거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첨엔 몰랐죠.

이런 골때리는 사람이 부하직원으로 올 줄이야...

일단 편의를 위해 그 부하직원을 양군이라 지칭하겠습니다. 성이 양씨는 아닙니다. ㅎㅎ

암튼 그 양군의 이력서에는 경희대 영문과를 나왔다고 써져 있었으므로

저희 부장님께서 원서번역일을 맡겨보려 발령을 냈습니다.

근데 저희 회사는 출장 업무가 대부분이고 마침 일이 너무 많이 밀려 있어서 양군과 출장업무를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양군과 몇주간 같이 일을 해보니

도대체 저 양군의 정체가 뭘까 궁금해 미칠거 같았습니다.

양군은 일반적인 사람이 생각하기에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하는게 분명한데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겁니다. 게다가 따지고 들자니 내가 치사해지는 거 같아서 말도 못하고 미치겠는 겁니다.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간략하게 추려보면



일단 양군은 운전면허가 있었는데 취소가 됐다고 합니다.

그럼 음주운전이냐? 라고 물어보니

어머님이 아프셔서 응급실에 자주 가다보니 신호위반을 자주 해서 취소됐다는 겁니다.

전 의경 출신으로 도로교통법에 어느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안되는게 벌점으로 취소를 당하려면 1년에 벌점 121점이 넘어야 되는데 그럼 1년동안 벌점15점짜리 신호위반을 8번 넘게 한거라는 얘깁니다.

게다가 속도위반 단속카메라는 운전자 판별이 힘들어 벌점이 없습니다.

이렇게 따져가며 했어야 했는데 

양군이 우리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양군 어머님께서 실제로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저희 회사 임원분들도 다녀오셨다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사소한 거짓말에 어머님을 팔면 정말 나쁜 놈이지만 0.01%라도 진실일 경우 제가 정말 악독한 상사가 되므로

따져묻지 못했습니다.

그럼 음주운전 같은 창피한 취소사유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했나보다 하고 넘어가려고 했습니다만.

어느날은 넓은 야적장에 출장을 가게 되서 현장을 둘러보던 중에 약 1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차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더니

자기는 죽어도 운전을 못한다 취소상태에서 운전하면 큰일난다 하면서 못하겠다는 겁니다. 아무 장애물도 없는 벌판에서 직선으로 100M만 끌고 오면 되는데..

우리나라 법규상 공공도로가 아닌 곳에서는 도로교통법을 적용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지만 양군이 하는 얘기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고 면허 없는 자에게 운전을 시키는 것도 꺼림칙하여 알았다고 넘어갔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제가 왜 답답해 하는 지 아실겁니다.

분명히 거짓말을 하는거 같은데 심증뿐이고 아예 100%라고 거짓말로 단정하기 힘들며 그 상황에 따져묻기엔 제가 너무 치사한 짓을 하게 되는 요상한 상황에 놓입니다. 이거 정말 사람 환장하게 만듭니다. 



또한 경희대 영문과

이력서엔 분명히 경희대 영문과 나왔다고 적혀있고 본인 입으로도 경희대 영문과 나왔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제가 부르는 말을 받아적으라 시켜놓고 메모한 것을 보니

STOP 을 STPO 라고 적어놨습니다.

............아무리 헷갈렸다 하더라도 수기로 쓰는 저 STOP 라는 단어를 저리 쓰는게 이해되십니까? 타자가 아니라 수기입니다. 수기.

게다가 영문과가!!!

근데 따져물으니 그냥 헷갈린 거라고 자기는 분명 경희대 영문과를 나왔다면서 생사람 잡지 말라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이것조차 확인하려 하면 제가 치사해지는거 같아서 넘어갔습니다.

이런 일로 재학증명서 떼오라고 하는것도 좀 이상하다 생각되기도 하였구요.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나열해 보자면



입사 2개월만에 월급 절반을 가불해갔지만 어머님 장례식 문제일 수도 있으므로 넘어갔습니다

같이 숙소생활을 했는데 정말 씻질 않습니다. 덩치도 엄청 큰데다 작은 바지를 입어서 쭈그려 않으면 엉덩이골이 보이는데 엉덩이골이 땟국물에 쩔어 있습니다. 보고 첨에 토할뻔... 씻으라고 해도 씻었답니다....

숙소에서 담배피지 말자고 약속했는데 혼자 숙소에 있을 때 담배피는듯 합니다. 외출했다 돌아와서 담배냄새가 납니다. 양군은 죽어도 담배 안폈답니다. 아니 냄새가 나는데!!!

회사앞 수퍼에서 만난 옆회사 사람에게 돈을 빌려갔습니다. 전혀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 갚지도 않고 회사 그만두었습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의심가는 상황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두 답답해 하고 있고

저도 한번만 걸려라 진짜 딱 한번만 걸려라 하고 벼르고 있던 와중에 

드디더 사건이 터졌습니다.



어느날 부장님께서 A4 용지 5페이지 가량의 영문 번역을 다음주까지 해오라했습니다.

1주일이 지난 후 부장님께서 양군을 불러 물어보니 인천 집에다 놓고 왔다는 겁니다.

그럼 숙소생활하다 주말에 집에 가니 다음주에 가져와라 했습니다.

다음주가 되자 또 같은 핑계를 댑니다.

그러자 빡친 부장님께서 

너 오늘 회사일 안해도 되니까 지금 인천 집에 가서 가져와!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다들 우리 짐작이 맞았다고 입만 열면 거짓말 하는 사람 잘 보냈다고 내심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말..

숙소에서 청소를 하는데 테이블을 닦으려 제 저금통을 드는 순간

저금통이 너무 가벼운 겁니다.

거의 입구까지 동전으로 꽉 채워져 있어서 은행에 한번 가려 생각중이었는데 이건 거의 절반 가량이 사라졌습니다.

조심스럽게 다시 저금통을 놓고 구멍으로 살펴보니

전부 100원짜리만 보이고 500원짜리는 한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양군이 없어진 날 제 저금통을 털어서 500원짜리만 전부 가져간 겁니다.

발견했을땐 진짜 헛웃음만 나더군요.. 가져갈라면 다 가져갈 것이지 바닥에 쏟아서 500원짜리만 추린 후에 나머진 곱게 넣어논듯 합니다.

그리고 점점 차오르는 빡침을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바로 전화를 거니 받지 않았습니다. 아마 착신거부를 해논듯 합니다.

같은 숙소에 살던 부하직원에게 핸드폰을 빌려 문자를 남겼습니다.



니가 내 저금통에서 돈 빼간 거 다 알고 있다 

마침 며칠전에 얼마나 모였나 세어본 적이 있으니 발뺌하지 마라

내 전화 착신거부해논 건지 안받는 건지 모르겠지만 연락해라

연락 없으면 그대로 도난 신고 하겠다

청소하다가 눈치채고 그대로 놔뒀으니 니 지문 그대로 있을 거다

숙소에서 작은방은 나 혼자 쓰고 평소에 내 방 저금통을 니가 만질리도 없으니 지문이 나오면 빼도박도 못할 거다

수습하고 싶으면 연락해라 

절도는 친고죄가 아니라 경찰에 신고하면 돈을 돌려주건 합의하건 무조건 입건이다.  



약간 겁을 주어 이렇게 문자를 보내니

30분 뒤에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죄송하다며 집에 갈 돈이 없어서 실수했다며 계좌번호 주시면 부쳐준다고 하더군요.

무슨 개소리냐 그게 

당장 내일 아침에 회사로 오라고 했더니

다른 회사 면접때문에 못온다는 겁니다. 여기서 더 빡침

우리 회사에서 이따위로 해놓고 다른 회사 면접간다는 말이 나오냐고

내일 안오면 넌 무조건 신고다 이력서에 너희 가족 전화번호도 있는데 니가 무서워 하는 니 누나에게 연락한다고 하자 바로 오겠답니다.




다음날 아침 전 출근후에 부장님께 양군 오늘 올거라고 당당히 말했죠

말도 없이 일주일 안나온 애가 왜 갑자기 오늘 오냐고 물으시자 자초지종을 설명드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장님 이하 회사 전 직원들 모조리 빡침

출근 후 한시간 뒤에 양군이 오더군요

어처구니 없게도 집에 갈 돈도 없어서 제 저금통을 턴 주제에 새로산 메이커 운동화를 신고 왔네요? 아마 훔쳐간 제 돈으로 산 듯 합니다.

일단 사장님께선 말도 하기 싫다며 퇴사처리 할꺼니 니 알아서 하라 말씀하신바

회의실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 각서를 쓰게 했습니다.

훔쳐간 금액이 정확하지 않으나 일전에 세어본 금액에서 대략 50만원 정도가 비니 50만원을 돌려준다면 없던일로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간 궁금했던 걸 물어봤습니다. 이제 안볼 사이니 사실대로 말 해 봐라면서요.

역시나 경희대 영문과는 뻥이었고 운전면허도 딴 사실이 없다는 겁니다. 

그동안 답답했던 체증이 확 내려가는 대답이라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요...

암튼 그리 일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회사 주면에서 한두번 마주친 사람에게 돈을 조금씩 빌렸더군요...그리고 전부 갚지 않았답니다....이런...

게다가 어머님 돌아가셨을때 평택 소장님이 밤을 새서 자리를 지켰는데

평택 소장님 어머님 돌아가셨을땐 부의금은 커녕 전화 한통도 안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더욱 빡쳤습니다.

그 날 이후 회사회식때마다 양군이야기는 술자리에서 빼놓지 않는 이야기가 됐습니다. 



다 쓰고 나니 잼없다..

어떻게 마무리 하죠??





요약

입만 열면 거짓말 하는 부하직원

벼르던 차에 도둑질로 딱 걸림

시원하게 쳐 바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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