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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보니까 너무 안쓰럽네요...
게시물ID : bestofbest_424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75
추천 : 257
조회수 : 20973회
댓글수 : 13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11/10 13:38:26
원본글 작성시간 : 2010/11/10 10:38:41
안녕하세요. 맨날 구경만 하던 오유에 첨으로 글 남겨 봅니다.

공무원 집안에서 자라서, 사업하는 남자랑 결혼한 유부녀랍니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셨다 보니 월급이란 제 날짜에 들어오는 거라고 믿고 살았는데
사업하는 남편은 월급 못 갖다줄 때가 더 많다는 것도 결혼하면서 첨 알았어요.

그치만 남편이 돈 못 벌어온다고 기 죽을까봐 저는 내색도 안 하고,
지금 첫 애 임신한 덕에 입덧으로 고생하지만 열심히 출근하고 있답니다.


하도 불경기다 보니까 요새 남편 회사가 바닥을 친 지 1년이 넘었어요.
그러다 요새 어떻게 좋은 기회가 생겨서 남편이 정말 피터지게 고생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고생이 열심히 사무실에서 컴 붙잡고 머리 굴리는 거였으면 좋겠지만,
거래처에 단가 몇 십원 깎고 더하고 하는 딜을 위해 술 마시는 거라 맘이 아프네요.

어제도 그 사람들 만나서 술이 떡이 되어 들어왔답니다.
작은 회사다 보니 술 상대 해줄 직원이 없어서 울 신랑 혼자 상대했다나 봐요.


울 남편 특징이 술을 만땅으로 먹고 들어오면 바로 라면을 끓여 먹어요.
제 딴에는 속 푸는 방법인 것 같아요. 반드시 뭘 챙겨 먹고 잔답니다.

자다 깼는데 너무 안쓰럽길래 제가 대신 새벽 4시에;; 라면 끓여주고 반찬 챙겨주고 
알아서 먹으라고 하고 저는 먼저 잤어요. (저두 출근해야 되니깐 자야죠...)

아침에 봤더니 너무 취했는지 라면 그릇이랑 수저랑 이것 저것을
김치통이랑 같이 냉장고에 곱게 넣어놨더군요;; 보고 막 웃었어요;;


어제 잠결에 들었는데, 남편이 그렇게 술에 취해 잠이 들면서도 저한테 계속
사고 쳐서 미안하다고... 이번달 월급은 꼭 갖다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더라구요.


남편이 몇 주 전에 퇴근길에 강간 당할 뻔한 여자애를 구해줬는데
여자앤 도망가고 오히려 역으로 폭행죄로 경찰서를 갔다 왔었거든요.

그놈은 전자발찌까지 찬 놈인데 증인이 없어서 어찌어찌 합의 보고 병원비로 
2백 넘게 물어주고 왔어요. 그나마 경찰 친구가 있어서 잘 마무리 지은 거래요.

임신한 몸만 아니었어도!!!!!!! 그 도망간 여자애 잡으러 다니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겨우 이번 달엔 월급 갖다주나 했는데... 그놈 병원 치료비로 들어가고... 으휴...

울 남편이 좋은 일 해놓고, 생돈 물어 주고, 임신한 마누라한테 걱정 끼쳐 미안하다고
맘 고생 하는 거 보니까 너무너무 슬프네요. 


남편은 거래처랑 딜 해야 된다고 이번주는 연속 술 잔치네요.... 에휴....
(남편 회사 사정은 잘 알아서 스케줄 같은 건 저도 다 꿰고 있음.. 딴짓할 틈도 안 줘요^^)

어떻게 하면 남편 힘 내게 할 수 있을까요...

부모님들은 걱정하실까봐 양측 집안엔 절대 비밀로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시원하게 얘기라도 털어놓고 싶었거든요...
지루하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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