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이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따라 지방으로 내려가는 직원 1인당 1억원에 가까운 이주 비용 지원을 추진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연금재정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개정법을 개정, 연금 가입자인 국민이 받는 돈은 대폭 줄인 상황에서 공단 직원들에게는 막대한 돈을 지원하는 격으로,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시에 정부의 치밀하지 못한 지방 이전정책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행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는 이주 직원들에 대한 개별 공공기관의 지원금액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고, 단순히 이전수당과 이주비를 제공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따라서 적자를 내는 공공기관들까지 경쟁적으로 과다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들을 들어 공단 경영진 내부에서도 국민연금공단의 지원 계획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단의 이번 계획은 보건복지부와의 협의 및 기획예산처의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2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경상남도 진주로 본사를 이전할 예정인 공단 측은 최근 전체 인력 585명 가운데 기금운용본부와 국민연금연구원에 근무하는 인원을 제외한 400명의 이주 인원에 대한 ‘본부 지방 이전 계획안’을 이사회에 보고했다.
공단은 계획안에서 총 이전 비용을 1153억원으로 책정하고 이 가운데 8000평 규모의 신축 사옥 비용으로 796억원, 이주 직원들에 대한 지원 비용으로 357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357억원에 대한 세부 내용은 직원들에게 임대아파트를 제공하는 비용과 직원들에게 현금으로 제공하는 한시적 이주 비용으로 구성돼 있다.
가족이 이전하는 경우 전용면적 85㎡의 관사 개념의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혼자 내려가는 경우에는 3명이 85㎡의 임대주택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공단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방으로 내려가는 공단 직원은 1인당 1억원에 육박하는 지원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공단의 비상임이사들은 재정 고갈 위기를 연장하기 위해 가입자들의 연금지급률을 60%에서 40%로 낮춘 마당에 직원들에게 1억원에 가까운 지원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주지역이 서울보다 집값이나 물가도 싼 데다 벽지로 가는 것도 아닌데 연금 가입자들의 기금을 재원으로 운용하는 공단이 이런 내용의 계획을 제시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단의 한 비상임이사는 “공단의 이런 과도한 지원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면 적자를 내는 공공기관까지 경쟁적으로 지원금액을 과다하게 책정할 수 있어 또 다른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정부에서 이주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아직 부처별로 협의가 안 돼 공단 차원에서 가계획을 수립한 것”이라며 “아직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