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살면서 딱 한 번 있던 공포 체험이다. 중학교 2학년 여름, 운동장에서 아침 조회가 있었다. 그 날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빨리 쉬고 싶었다. 하지만 교장의 시시한 이야기는 10분이고 20분이고 끝나지 않았다. 점점 기분이 나빠지다, 결국 한계를 맞은 나는 현기증과 함께 주저 앉아 버렸다. 선생님이 그것을 바로 알아채 준 덕에, 양호실에 가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담임 선생님과 양호 선생님은 빈혈 같으니 천천히 잠자고 있으라고 말하고 방을 나갔다. 방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종종 조회 시간에 넘어져서 양호실 가는 놈들이 있긴 하지만 설마 내가 이렇게 되다니...] 딱히 졸리지는 않았기에 그렇기 생각하면서 침대에 멍하니 누워 있었다. 그런데 문득 양호실 문 쪽에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문을 보면 문에 붙어 있는 작은 창문 너머 엄청 예쁜 간호사가 서서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우와, 정말 미인이다...] 흥분하고 있자니 그녀는 계속 웃으면서 방에 들어왔다. 사실 생각해보면 학교에 간호사가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겠지만, 흥분했던 탓인지 나는 그런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간호사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서서히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누워 있는 침대 옆까지 왔지만 변함 없이 웃기만 하고 말 한 마디 없이 계속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서 살짝 웃었다. 그러자 갑자기 간호사는 내 위에 올라 탔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상하게 그 때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간호사는 내 위에 올라탄 채로 싱글벙글 웃고 있었고, 나 역시 매우 흥분해서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간호사의 얼굴은 악귀 같은 무서운 모습으로 바뀌어서 양 손으로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나는 괴로워서 간호사의 손목을 뜯어 내려 했지만 무서운 힘으로 조르고 있어 도저히 떼어 낼 수 없었다. 간호사는 더욱 체중을 실어 완전히 죽일 생각으로 목을 졸라왔다. 눈이 서서히 흰 자위를 드러내며, 온 몸이 떨리면서 의식이 희미해져 왔다. 이제 끝인가 싶을 때, 선생님의 목소리가 복도에서 들려 왔다. 그러자 간호사는 갑자기 눈 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내가 격렬하게 기침을 하자 선생님은 들어와서 [어머, 감기 걸렸었니?] 라고 태평하게 말을 걸었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떨면서 선생님에게 봤던 것을 모두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감기 때문에 환각이라도 본 것이라며 건강 검진 하는 날도 아니니 간호사가 있을리 없다는 말만 해줄 뿐이었다. 그렇지만 절대로 꿈이나 환각은 아니었다. 그 날 이후 다시는 본 적이 없지만, 도대체 그 간호사는 무엇이었던지 아직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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