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아들 녀석을 보기 까지 8년이 걸렸습니다.
흔히 말하는 난임이었죠.
결혼 3년차까지는 뭐 별 걱정을 안하고 살았는데
4년 정도 되니까 처가에서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제가 3형제 중 장남이라서 더 걱정을 하신 듯 합니다.
정작 아버지는
"그냥 둘이 재미있게 사는 것도 좋은거여~"
이러렸는데 말이죠. 시골 분인데 은근 쿨하십니다.
물론 어머니는 며느리 마음 상할까봐 내색은 안하셔도
걱정은 좀 하셨습니다.
아무튼 결혼 4년차부터 처가 식구들로부터 압박을 당해
병원을 다녔는데 이게 참 거시기합니다.
불임 검사...
바지랑 속옷 무릎까지 내리고 전립선검사 받을 때는
진짜 민망해서 미치겠더군요. ㅡㅡ;;;
정액 검사한다고 쓸쓸히 2평 남짓한 곳에서
서양 야동.. 그것도 다 끝나고 자막만 주르륵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걸 보고 정액 채취... 허탈함의 끝..
검사 결과는 너무나도 좋았구요.
와이프도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함.
다만 워낙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서
난포 주사를 몇 번 맞았는데
이게 꽤 아프다고 합니다.
아무튼 병원에서 난포주사 맞고 온 날은 알아서 김.
이런 저런 시도를 다 해봐도 안생기니까
몸도 마음도 다 지치게 되더군요.
그래서 2년 반 정도 다니던 병원 안다녔습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둘이 살려구요.
병원 안다니니까 스트레스도 안받고 서로 좋더군요.
둘이 자주 여행도 다니고 아무튼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한참 그런 생활을 하는데 이상하게 소화도 안되고
뭐 먹기만 하면 토할 거 같은 증상이 3주 이상 지속이 되더군요.
예전에 신경성위염이 좀 있었는데 재발했나 싶어서
병원을 가봤더니 아무 이상 없다더군요.
그동안 운동을 계속 해오던 몸이라
빈혈 같은 거일리도 없고
기생충인가 싶어서 기생충 약도 먹고 그래도
증상이 계속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날 꿈을 꾸었는데
겨울 호수에서 많은 사람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얼음 위에서 썰매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고
호수가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호수 주변에서 서 있었는데
3살 내지 4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가
혼자 3발자전거를 타고 있더군요.
엄청 개구지게 생긴 녀석인데 달리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제 주변에서 엄청 왔다갔다 하더니
갑자기 얼음이 언 호수로 돌진.
위험하다고 소리치면서 따라가는데
얼음이 깨지면서 꼬마랑 자전거가 물에 빠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저도 몸을 날려서 물 속으로 다이빙.
꼬마를 붙들고 나오는데 계속 발버둥치면서 자전거를 붙들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별 수 없이 자전거와 꼬마를 양 손에 잡고 물에서 나와서
집으로 데려오고 잠이 깼습니다.
깨고 나서도 꿈이 너무 생생해서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그 날이 토요일 새벽이었는데
아침까지 잠 안자고 있다가
아침 먹고 9시경에 약국으로 달려가서 테스트기 사왔더니
와이프는 그냥 안해보겠다고 하더군요.
예전에 생리를 몇 달 안한 적이 있어서 임신인 줄 알고
기대했다가 실망한 적이 몇 번 있어서 그랬을 겁니다.
아무튼 등 떠밀어서 욕실로 보냈더니
조금 후에 울면서 오더군요.
산부인과 갔더니 말로만 듣던
"임신 3개월입니다"
ㅡ.ㅡ;;;;;
보통 그 정도 되면 입덧 그친다던데
저는 아들 녀석 태어날 때 까지 입덧했습니다.
집사람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식욕이 돌아서 잘 먹기는 하더군요. ㅡㅡ;;;
그 뒤로 산부인과 꾸준히 다니다가
출산 예정일 한 달 정도 남겨 두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집사람이 새벽에 깨서
빨래 돌리고 욕실 청소 하고 있더군요.
잠안자고 뭐하냐고 했더니
아기가 발로 너무 세게 차서 깼다고 하는 겁니다.
소변 보는데 이슬(혈뇨)도 살짝 나왔다고 해서
양수 터진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양이 적어서 아닐거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일단 걱정 되니까 산부인과 가보라고 하고
저는 출근을 했는데
3시간 뒤에 처형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와이프 분만하러 들어갔다더군요.
ㅡㅡ;;;;;;;;;;;;;;;;;;;;;;;;
역시 양수가 터진 게 맞았습니다.
11시에 연락받고 부랴부랴 병원 왔더니 12시.
아직 분만실은 안가고 분만대기실에서 누워 있더군요.
2시에 유도분만촉진제인지 그거 맞고
낮이라서 무통분만으로 했습니다.
하도 힘을 못줘서 제가 와이프 상체 살짝 세워서 밀고
간호사 둘이서 배 눌러서 출산 했습니다.
무통 분만이라 분만 시 당연히 통증 없었구요.
물론 출산을 했으니 당연히 마취 풀리고 아팠죠.
그래서 제가 와이프 보고
아들 앞에서 내가 배 아파서 나았다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아들 녀석 태어나니까
입덧 증상은 말끔히 사라지더군요.
아들 녀석 태어나니까 어른들이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는 말이
진심 뼈에 사무칩니다.
손 가는 게 너무 많아요..
아들 커가는데 점점 꿈에서 본 꼬마랑 생김새가 닮아가서
신기했습니다.
제가 종종 예지몽 비슷한 꿈을 꾸기는 합니다.
꿈에서 놀던 모습이 대략 이렇습니다.
아들녀석 16개월 때 모습입니다.
그냥 봐도 개구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