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초반 여자임
삶이 남들과 조금 다름
어릴때 낳아주신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큰댁에 입양됨
지금 제목에 임신테스트기와 피임약을 들킨 부모님이란 바로 날 입양한 큰어머니 큰아버지임
내 고민은 들킨 것 자체가 아니라 이들과의 관계 자체가 더 비중이 크므로 어쩔 수 없이 성장과정을 폭로해야함
어쨌든 어릴적 큰댁에 입양된 나는 엄청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람
지금 부모님은 친자식 아니라서 저딴식으로밖에 못 키운다는 소리 듣기가 싫어서 한대 때릴거 두대세대열대 때림ㅋㅋ
그냥 평범한 애들이 하던거 나는 다 못해봤다고 보면 됨
친구들이랑 시내구경? 그딴건 상상도 못했음
용돈? 그런것도 없었음 그냥 오가는 버스비 매일 타서 씀
하나하나 다 쓰자면 내 골만 아프고 슬퍼지니까 이쯤에서 줄이겠음
그냥 나는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음
죽고싶었음
날 두고 먼저 하늘나라로 간 엄마가 미치도록 미웠음
남들과 다르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음
그리고.. 가족이 아니라 남과 살고 있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음
그러다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대학을 갔고
집에서 나가 있는 동안 기적처럼 부모님과 관계가 회복되는게 느껴졌음
서로 안 보고사니 그만큼 덜 부딪히게 되고 덜 부딪히니 관계가 편안해짐
대학가서 처음으로 큰엄마,큰아빠에게 엄마,아빠라고 부름
그러다 졸업하고 집에 돌아옴
신입생때부터 사겼던 남자친구를 부모님은 별로 맘에 안들어함
그리고 엄마가 물건 찾는답시고 내 서랍뒤지다가 피임약과 임신테스트기 발견함
사람뒤통수를 이렇게 쳐도 되냐고, 엄청 실망했다고, 어디가서 남한테 얘기도 못하겠다고.
친자식 아니라고 저렇게밖에 못 키웠냐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어떻게 키웠는데 니가 나한테 이럴수 있냐고
엄마가 아홉시까지 일하고 퇴근하고 들어오는 내 면전에 내뱉음
뒤에 따라들어온 아빠도 다 들음
나는 도대체가 이해가 안됨
물론 실망시킨거에 대해선 미안하지만, 나는 성인이고 어느정도 사리분별은 가능함
피임 분명히 했지만 생리가 늦어져서 불안한 마음에 임신테스트 해본거였고
생리주기 일정하게 맞추려고 피임약 먹는거였음
근데 그런건 부모님에게 중요하지않음
그냥 중요한건 남자와 섹스를 했다는 것
언제나 생각해왔던거지만
생각의 초점이 나와는 매우 다른 사람들임
그래서 나는 이 집에서 살면서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던거 같음
오늘 나한테 쌓였던거 두 분이 다들 한꺼번에 푸시는데, 나는 생각함
내가 미친년이지. 이 집에 왜 다시 돌아온거지?
내일도 일하러 나가야되는데
그냥 짐싸서 영원히 나가고 싶음
..... 하아... 철딱서니 없는 말 한 번 해보고 싶었음ㅋ
짝짓기 프로에서처럼 사랑의 작대기로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선택할수는 없음
내 마음에 꼭 맞는 부모, 내 마음에 꼭 드는 자식이란 것도 없다고 생각함
근데 오늘따라 너무 슬프고 힘듦...
미안해요 오유인들
이런글 싸질러서
근데 나도 어디 인터넷 사이트 같은데 이런 글 처음 올려봐요
술먹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겠다 우울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