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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밉습니다.
게시물ID : gomin_4258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음비우기
추천 : 10
조회수 : 244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2/10/06 02:26:02

나는 한 여자를 미워합니다.

아니, 여자라 칭하기도 조금 민망한 그 여자 아이가 밉습니다.

따지고 보면 잘못 한 것도 없는 그 아이가 난 너무나 밉습니다.

 

그 아이를 미워하는 내가 초라하고, 그 아이에게 미안합니다.

미안해하는 나는 또 참 못나 보입니다.

 

그래도 나는 그 아이가,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 그 아이가 참 밉습니다.

예쁘고, 밝고, 풋풋하고, 현명하기까지 해 보이는 그 아이가 나는 참 밉습니다.

아마, 나보다 더 예쁘고, 내가 못 가진 풋풋함을 그 아이가 가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보다 더 먹은 십 년의 나이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 값도 못하는 내가 그래서 더 초라해집니다.

 

 

그 아이는 '오빠'를 사랑한다 말합니다.

내 연애시대의 구할을 함께했던 '나의' 그를 (혹은 나의 그였던 그를) 좋아한다 말합니다.

열 살이나 많은 남자에게 자연스레 '오빠'라 부르는 그 아이가 부럽습니다.

내 주위의 나보다 열살 많은 남자들에게 나는 오빠라 쉬이 부르지 못하는 그런 나이라 그런가 봅니다.

그에게 한번도 불러주지 못한 호칭이라 그러한가 봅니다.

 

나는 '나의' 그였던 그 남자도 미워합니다.

그 여자 아이를 사랑한다 말하는 그 남자도 나는 참 미워합니다.

나와 점심을 함께 먹고 손을 잡고 길을 걷던 날, 그날 밤 그 아이에게 입을 맞추었던 그가 밉습니다.

그를 좋아한다는 그 아이 마음 앞에 나의 존재를 간단히 숨겨버린 그가 밉습니다.

나에게 이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버리기 까지 한 그가 너무 밉습니다.

미안해, 나 잡아줘가 아닌, “미안해, 우리 그만 만나자라고 말한 그를 나는 미워합니다.

아니 말도 아닌 간단한 텍스트를 일방적으로 보내버리고 나의 연락을 차단한 그를 나는 최선을 다해 미워합니다.

 

아니, 사실 미워하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잊으려 노력합니다.

그 여자와 그 남자의 '사랑'을 폄하하고 부정합니다. 그러려 노력합니다.

노력하면 할수록 나는 더 초라합니다.

그래서 나는 나 또한 미워합니다.

이렇게나 미움이 가득한 나는 참 못난 사람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도, 희망할 수 있는 것도 별로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래봅니다. 

 

그 남자의 인생의 최고의 순간은 나와 함께 한 그 시간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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