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뜬금없이 다른 세상에서 눈을 떴는데 황당하게도 드웨인 존슨과 테리 크루즈의 파이널 퓨전같은 모습이 되었고, 뜬금없이
죽어있던 은발 미소녀였던 댁은 알고보니 나보다 먼저 온 지구인이었던 거죠."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요. 게다가 전 정말 아무 기억이...." "그런데, 당신은 5년 전에 정신을 잃은 뒤에 눈 뜨고보니 갑작스럽게 대마법사가 되어 있는 건 물론이고 그 와중에 있었던 일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거죠? 지구인가 뭔가 하는 건 아무 것도 모르고?"
"그거에요! 저, 전 그냥 풋내기 마법사였고 그 땐 처음 받은 의뢰 때문에 혼자서 숲까지 갔다....."
아무튼 대략 이런 배경사정을 가진 근육미 넘치는 인간 대머리 흑형이 된 지구인 소년과, 은발 미소녀 마법사!
"총 13건의 죄목에 따라, 당신을 체포하겠습니다." "예?! 하, 하지만 전 아무런 기억이....." "당신이 저지른 악행의 결과로 인한 대가겠지요. 체포해." "모험가, 당신이 그녀를 찾아 되살리지 않았다면 제국은 중범죄자를 또다시 놓쳐버렸다는 불명예를 입었을 것입니다.
"공로에 대한 보상은 길드에서 수령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미안, 아가씨. 나 때문에 되살아나서....."
하지만 시작부터 기억도 안 나는 죄목으로 끌려가버리고 말아서 혼자 덩그러니 놓인 우리의 주인공! 죽음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건 알게 되었으니 이제 죽기만 하면 되는 상황!
[절 죽이실 수 있는 분께 이 상금을 드립니다]
"흥! 돈 많고 힘 깨나 있는 양반이 머리가 맛이 갔나 보군. 일격에 그 목을 베어주지! 흐얏---!" "....당신 인간 아니지?"
"한번 정도 합법적으로 인간에게 독극물을 먹여보고 싶었습니다. 자, 쭉---들이켜보세요." "....설사약으로 절 부끄러워 죽이게 만들고 싶은 거 아니죠?" "그, 그럴 리가... 이 독은 먹기만 하면 세상의 그 어느 생물이라도 일격에 죽일 수 있는 맹도....." "실례합니다만, 지금 취급 불가품인 독극물을 소지한다고 말씀하신겁니까?" "예? 아, 그게.... 저, 저사람도 합의하고 먹은 거에요! 이거 놔요! 자, 잠깐, 잠깐만.... 한번만 봐줘요!"
"칼, 창, 도끼, 활, 총알, 대포알, 마법, 거기에 독극물까지 다 써봤는데도 안죽네." "어.... 목에 붙은 근육때문인지 몰라도 소용이 없어요." "....새벽에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던데 당신이셨군요."
근데 근육의 화신이 된 모양인지 뭔 짓을 해도 안 죽는 상황! 아니면 쪼렙마을이라 죽지 않을지도 모를 일.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이런 세상 어디엔가 있을지 모르는 마왕이라도 때려잡으러 간다!" "마왕이라면 이미 잡힌 지 수십 년은 더 지났는걸요?" "...망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의 주인공, 결국 남은 건 단 하나!
"그래! 모험가는 위험하다고 했으니 막 모험가로 살다보면 언젠간 죽겠지!" "....며칠 동안 하신 걸 봐선 늙어 죽는 것 외엔 딱히 도리가 없으신 것 같아요." "누님! 그러지 맙시다! 왜 남의 꿈과 희망을 짓밟으려고 들어?!" "저기, 죄송한데 제가 고개 확 꺾어 올려다봐야 할 시커먼 대머리 아저씨한테 누나 소리 듣고싶지 않거든요." "알맹이는 17살이야아!!"
그렇게 죽음을 찾아 모험가의 삶을 시작하는 우리의 주인공, 물리스택 몸빵이라 이동 따윈 달리기로 커버한다!
"아... 죽을 것 같아. 대체 언제까지 걸어가야 하는 거야?" "그 이야긴 30분 전에도 했어! 걷는 건 더 이상 못해!" "후후훗, 마차를 놓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늦잠 자서 죄송합니다아. 이씨, 왜 안 깨우러 와!" "아아... 더 이상 걷는 건 무리야...." "뭐, 뭐야! 저 사람 대체 뭐길래 저렇게 빠르게 달려오는... 부, 부딪친다!" "훗----챠!"
"아... 마법사이신가 보네요. 몸을 가볍게 한 뒤 가속 마법을 써서....." "제가 보기엔.... 순수하게 근육의 힘 같으신데요." "....이미 저 멀리 갔는데 들릴 리가 없잖...." "...왔다! 언덕 너머로 사라진 줄 알았는데 어느새 와 있어!"
"와하하하! 아저씨 진짜 대단하다아! 처음엔 그냥 반쯤 농담 삼아서 한 말이었는데...." "후후훗, 세 명을 들고서 그렇게 달리시다니, 힘이 정말 좋으신가보네요." "어떻게 하면 아저씨처럼 강해질 수 있는 거죠?" "그렇군요! 역시 그렇겠죠? 저도 노력을 해서....." "에이, 넌 평생 저렇겐 안 될 걸? 히히."
그러다 만난 소년1 소녀1 누님1 구성의 파티를 '들고' 마을까지 운송해준 인연, 그 와중에 든 주인공의 머리 속은....
'전형적인 주인공 파티 구성원이군. 검 쓰는 소년과 활 쓰는 소녀, 거기에 마법사 누님까지. 크, 너무 이상적인 파티다.
분명 저 소년은 플래그가 마구마구 꽂히겠지. 나중에 히로인이 더 추가되고 그 와중에 역경도..... 잠깐, 그런 거 치고 소년이 너무 약하잖아. 안돼, 이래가지곤 금방 뺏겨요. 난 그런 싫어, 순애물이 좋지 NTR은 싫다고.' '딱 봐도 뭔가 쎄보이고 건달 같은 녀석한테 소녀는 채이고, 누님은 뭔가 악당이나 나쁜 놈의 꾀임을 당할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러면 안 되지! 소년의 마음이 어두워지잖아!' '그래, 이런 소년이 해피엔딩으로 가려면 요즘은 그냥 스토리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면 안 돼! 누가 도와줘야지! 난 어차피 죽어야 하니까 연애플래그는 포기한다 치더라도, 이 눈에 보이는 정석이 트루엔딩까지는 가야....' "좋아, 같이 갑시다. 난 어차피 이쪽 사정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고 몸 쓰는 일 빼곤 쓸만한 구석이 없으니까." "단련된 전사라서 그런 거야. 부럽다.... 나도 저렇게 강해지고 싶어." "후후후, 잘 됐네요?"
우연찮게 만난 정석 조합 주인공의 트루 엔딩을 위해 한 몸 바치겠다고 결의하는 우리의 진짜 주인공! 그렇게 소년1 소녀1 누님1에 치트캐 1명 추가.
"거기 누님, 꼬마들 뒷바라지는 좋은데 어른은 어른끼리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겠어?" "그거야 아는 거고. 저런 나이 또래들은 둘만의 시간이 필요하잖아. 겸사겸사 어른들끼리의 시간도....." "그런 건 제가 좋아하지 않아... 아, 오셨나요?" "어..... 미, 미안하다구 형씨! 난 가볼테니까 뭐 어른들끼리 어른의 시간 즐겁게 가지십쇼!"
"나 없는 사이에 뭔가 수작 부리려고 했지?" "아뇨아뇨아뇨, 전혀 안 걸었습니다! 그냥 아가씨가 보여서 자연스럽게 말 좀 걸었....흐익!" "너 같은 놈, 내가 잘 알아. 보나마나 흑심을 품고 뭔가 안 좋은 일을 뒷구석에서 꾸미기 마련이거든." "그, 그런게 아니라.... 칫! 죽어라!"
-땡!
"역시, 동인지가 옳아. 이런 놈은 싹을 잘라버려야 해." "사, 살려주십쇼! 제가 뭣도 모르고 형님에게 대들었습니다!" "죽이지는 않을 거고, 그냥 앞으로 이런 일 두 번 다시 못하도록 만들 거야." "가, 가랑이는 왜 붙잡으시....끄아아앙!
-뽀각
"...저기, 아저씨. 손 아파요? 왜 자꾸 쥐었다 폈다를 하시는 거에요?" "...그거 비슷한 뭔가."
"너희들은 출발 준비 하고 있어. 나 혼자 상대할테니까."
"우리 형님을 고자로 만들어버린 대머리놈이 너냐!" "어젯밤에 껄떡대다 알 뽀개진 녀석 똘마니냐?" "조져버리고 네놈이 데리고 있던 년들을 장난감으로 만들...."
-뽀각!
"내가 이런 걸 잘 알아. 너희들은 내버려두면 분명 나중에 더 몰려올 거야." "안 죽여. 대신...."
-뚜둑! 뚜둑!
"다음은 목뼈다.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마라."
소년의 트루엔딩을 위해 호두까기빌런과 척주접이맨으로 전직한 우리의 주인공! 주변에 나타나는 모든 껄떡남들에게 '목숨만' 남기고 남자로서의 존재감을 상실케 하는 공포의 화신으로 진화!
"전... 어떻게 하면 아저씨처럼 강해질 수 있을까요?"
'크, 좋아. 자극받아 성장하는 소년이야말로 왕도적 전개! 하지만 내가 너무 가벼워지면 롤모델로 삼기 힘들어져.
그러니 좀 더 근엄하게....'
"모험을 향한 열망과 끈기, 노력이 있다면 언젠가는 강해지겠지."
"정말 그걸로 될까요?"
"그리고 주변 사람을 믿는 신뢰 또한 필요하다. 자신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동료야말로 전사의 덕목이지."
"....."
'아저씨! 뒤, 뒤에 창이....아뇨, 아니에요. 부러졌네요.'
'전사님! 혼자서 그 바위를.... 부, 부수시네요? 아,아하하... 아니랍니다.'
'숫적으로 밀리니 급습.... 아저씨는?'
'조금 전에 풀쩍 뛰어들어가셨는데?'
'...손 흔드시면서 오라고 하시네요. 정리가 끝났나봐요'
"....정말 그걸로 될까요?"
"나 역시 너희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지. 여러 가지로."
"...."
'이상하다. 왜 못믿겠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지? 어.... 내가 가끔 촐싹맞게 행동해서 그런가?'
아무튼 그렇게 원맨쇼로 굴러가는 파티의 여정이 어느 대도시에 도달한 순간 늘상 터지는 이벤트!
마왕 부활!
"마, 마왕이라면.... 그럴 리 없어요! 얘네 할아버지가 무찔렀....읍!"
"흠?"
"아, 아니에요. 얘네 할아버지가 용사였다는 게 아니라....."
"정말인가, 소년?"
"...죄송해요. 그동안 숨기고 있었어요."
'대박이잖아! 이거야말로 소년의 왕도적 스토리! 해피엔딩의 정석! 용사와 동료! 트루엔딩! 그리고 난 중간에 멋진 희생!
이거야말로 날 위한 이벤트지! 난 집에 가고! 얜 트루엔딩 루트 타고!'
"용사가 되어, 마왕을 무찌르는 것이다. 너의 핏속에 잠든 용사의 영혼을 깨워라!"
"전사님께서 더 용사에 어울리실 것 같은....."
"용사라는 건 타고난 것! 비록 허약하지만 자라나는 것! 나는 조금 강하지만 너는 날 초월할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암! 원래 용사는 초반엔 똥캐지만 렙업하면서 강해지는 거야! 렙업하면 쎄져!'
"그냥.... 아저씨가 혼자서 마왕성까지 달려가서 마왕 목을 꺾고 오시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요."
"네! 못믿어요! 얘가 어떻게 그런 걸 해요?"
"차마 반박할 수가 없네요.... 음, 얘.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을 대놓고 하는 건 좀....."
"그렇다면 특훈이다. 오늘부터 용사로 거듭나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속도보다 아저씨가 마왕성으로 직행하는 게 더 빠르....."
그렇게 주인공의 결정으로 용사 파티로 진화!
그리고 나아가는 주인공의 트루엔딩 하렘루트 개척을 위한 스토리!
"수십 년 전의 용사의 후예.... 역시 그 후손답구려. 이렇게 기골이 장대하고 강인한 모습이라니...."
"후손은 이쪽입니다."
"뭐?! 이렇게 약해빠지고 비실비실해보여서 여자애같아보이는 꼬마가?!"
"......."
"그.... 크흠! 실례가 많았소. 용사의 혈통이 아직 각성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 이 늙은이의 망언을 용서하시오."
"죄송합니다, 주교님의 연세는 치매라는 고난을 맞이하기 딱 좋은 나이기도 하지요."
"성녀여! 무슨 실례되는 발언을 하는 것이오! 그대가 아무리 성녀라도....."
"팔푼이같은 망언 하면서 용사의 혈통에게 대놓고 침을 뱉고서 주댕이가 잘도 나불거려지는군요, 늙은이. 이대로 용사가 펑펑 울면서
다 때려치우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모든게 끝입니다. 그 상황이 벌어지면 성녀의 이름으로 당신부터 목매달아버릴겁니다."
"으, 으으....!"
힐러 없는 파티에 성녀님 추가.
금발벽안에 막말이 청산유수같이 쏟아지는 언어폭력의 달인.
"뽑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만, 용사께서 쓰셨던 성검은 이 곳에서 보관중입니다. 만일 검이 선택한다면 당신은 새로운 시대의
용사로 거듭나게 됩니다. 물론 제 기대는 당신보단 곁에 있는 모발기근의 걸어다니는 근육을 택하는 것입니다."
"그렇...겠죠?"
"성검의 시험대에서 손잡이를 잡으십시오. 그럼 빛의 공간으로 성검이 인도하여 그대를 시험할 것입니다."
"설마... 거부하는 일은 없겠죠? 거절도 해요?"
"대부분은 거절당합니다. 그리고 성검이 이 약골.... 죄송합니다, 용사의 후예를 거절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렇겠죠. 전 약하니까."
"괜찮다. 소년, 운명은 널 용사로 이끌 테니까. 자신감을 가져라."
"그런고로, 우선적으로 성검에게 선택권을 부여함과 동시에 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사분께서 먼저 잡아보도록 하십시오."
그렇게 억지용사보다 먼저 성검의 시험을 받게 된 우리의 주인공!
그리고 시험의 공간은 늘 그렇듯 흰색 공간에서 미소녀와의 만남!
"워매? 여기가 어디여?"
"....드디어 내가 나설 순간인가. 성검의 새로운 주인이 될 몸이여."
"누겨?"
"나는 성검의 자아이자 성검의 힘의 정수, 이름은...."
"어, 됐어. 난 안 할 거니까."
"...무슨 의미지?"
"내 다음 순서에 손잡이 잡을 친구가 용사니까, 난 뭐 당신 얼굴만 봤다 쳐."
"잠깐만. 당신 옆에 있었던 그 비실비실한 꼬마? 여자애나 아가씨는 검사가 아니던데...."
"맞아, 그 친구. 걔가 용사야."
"말도 안 돼. 그렇게 부실한 몸을 가진 이는 용사가 될 수 없어. 날 다루기 위해선 당신 같은 절대적인 육체의 힘이 필요해."
"하지만 걔 할아버지가 당신 썼다면서?"
"그야 당연하지. 그 자는 당신만은 못하더라도 신체 조건이 뛰어났으니까. 그러니 내 선택은 당신이야. 자, 검을 뽑아."
"......"
"흐아아아아---!"
"....뭐 하는 짓이지?"
"내 힘으로 이게 반똥강이 나는지 안 나는지 볼까아아아아아!!"
"흥. 성검은 이 세계의 신적 존재의 개입으로 완성된 신물 그 자체. 인간의 육체적 힘은 물론이고 그 어떤 사악한 힘도 손상을....."
"간다아아아아----! 솟아라 근육의 히이이이이임---!"
"....머, 멈춰. 그렇게 해서 부러질 성검이....."
-끼기----끼기기기기긱!
"멈춰어어어어!! 그만!"
"웃기시네에에에! 쟤 선택 안 하는 성검이면 그냥 여기서 부러뜨릴거야아아아아아아!!!"
"휘, 휘어지는 것 정도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지만 부러지면 내 존재 자체가 소실되어버린단 말이야!"
"쟤가 선택 안 될 바에는 그냥 이 자리에서 박살내고 성검이 자폭했다고 우겨버릴테다아아아아!"
"선택할게! 할게! 한다구! 그만해에에에!"
"...전사님!"
"....역시. 성검을 선택하는 건 무엇보다 잠재된 능력인가 보군."
"말도 안 돼. 성검은 육체적인 조건만을 택한다고 내가 직접 대화를 나눴는데....."
"그래서 당신이 선택받지 못한 거겠지. 자, 용사여! 검을 뽑아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라!"
"예, 예에...."
"뽑혔다! 서, 설마.... 이쪽이 진짜 용사라는 것인가....!"
"너... 너 정말 용사님인 거야?!"
"후후.... 역시 피를 속일 수는 없는 건가 보네요."
"......"
"응? 왜 그렇게 얼굴이 침울해? 힘들어?"
"어... 아냐. 그냥.... 책임이 무거워져서."
그렇게 신의 힘으로 탄생된 성검을 신에 근접하는 초월적 물리력으로 굴복시킨 우리의 주인공!
강제로 소년을 용사로 전직시키고 성녀까지 합류.
'좋아, 이렇게 첫 스탭은 밟았어. 이제 소년이 마왕 물리치러 가면서 플래그를 쌓고, 중요한 순간에 내가 죽으면....'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왜 이런 비루한 말라깽이에게 힘을 빌려줘야 하는 거야?
'뭐야? 이건 누구 목소리.... 설마 성검?'
-그래! 나야! 아아, 내가 선택한 사람 중 역대 최악일 거야.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뭐가 중요하다고 억지로 내 선택을 꺾은 거야?
'....너 설마 그 이상한 공간에서 소년한테 막말했냐?'
-당연하지! 그런 걸 골라야만 하는 내 운명 한탄 좀 했다! 어쩔래?!
"소년, 잠시 검 좀 빌려도 될까. 성검."
"예? 아.... 네."
"빌려줘도 돼?! 성검이잖아!"
"....괜찮아. 아저씨라면 빌려드려도 돼."
-싫어어어어어어어!!! 내 검집에 이상한 거 묻히지 마아아아아!!
'여기서 끝날 것 같니? 내가 왜 타르를 꼼꼼하게 발랐겠어?'
-부, 불?! 안돼! 그러지 마! 타르에 불이 붙으면 그을음이... 으아아아! 싫어! 더러워져!
'소년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주지 않으면 검집을 숫돌로 갈아버릴테다.'
-아, 안돼! 이번 검집은 마음에 든단 말이야! 튼튼한 검집이라 해도 내 힘이 안 닿아서 손상된다구우!
'오, 약점 알려주셔서 감사. 앞으로 소년 막 대하면 몬스터 가죽 검집으로 바꿔버리겠어.
-으, 으으.... 알겠습니다. 소년에게 친절하게....으윽!
"아저씨...?"
"소년, 무슨 일인가?"
"성검에.... 뭘 하신 거에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 내 고향에서 전해진 특별한 주술로 검을 축복했다만."
"아, 아니에요. 저.... 감사합니다. 신경써주셔서."
"네가 강해지고 성장하는 것이 보답이 되겠지."
"....네! 저 강해질게요!"
'크으, 멋지다. 순수하고 용기 넘치는 바람직한 주인공의 참모습! 동료를 향한 저 반짝이는 눈빛! 최고다!'
그렇게 성검을 용사님께 굴복시킨 우리의 주인공 일행,
하지만 용사만 새 무기를 쓸 순 없으니 동료들도 새로운 무기를 획득!
"신앙의 힘으로 빚어진 성스러운 공방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용사의 동료들이여. 그대들에게 어울리는 무기를 내어드리겠소이다."
"총이 필요한데."
"...지금 뭐라고 하셨소?"
"총. 탄환을 장전하고 격발하는 화약무기."
'용사님이 근딜이니 이제 난 곁에서 싸우면 안 되잖아? 용사님 활약이 돋보이게. 거기다 근접해서 싸우는 건 한계가 있고.
게다가.... 칼보단 총이 더 멋지잖아! 이참에 칼 말고 총캐릭으로 전직하자!'
"....시, 실례합니다만 여기는 교단의 최심부이자 병기의 성전. 냉병기를 제조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공방입니다만....."
"내 약점은 원거리. 그걸 보완할 수 있는 무기를 원하는 건 정당한 요구일텐데."
"그, 그렇지요. 단점을 보완.... 하지만 장점을 부각시키는 게 더....."
"장점을 부각할 여지가 없소."
"으그극....!"
"실례지만 태생부터 불모지인 전사님께서 주조장께 뭔가 무례를 저지르셨습니까?"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 건 아니라고 보는데."
"주조장께서 '그 빌어쳐먹을 대머리가 내 자존심은 물론이고 교단의 공방의 명예에 침을 뱉었다!'라고 쌩 개*랄을 하셨습니다만."
"...성녀님, 평소에 말 험하다는 소리 자주 듣죠?"
"신께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시고 쌍욕을 하셔서 그렇습니다. 아무튼, 무얼 요구하신 겁니까?"
"이거."
"....헉."
"어머나아."
"냉병기 제조가 자존심인 공방에서 화약 무기를 주문하셨다니, 쌍놈이라고 욕먹을 만 하시군요."
"병기를 차별하는 거야말로 공방의 수치 아닌가. 사용자가 원하는 무기를 제조하는 것이야말로 장인의 사명."
"그렇긴 하지만, 화약병기는 따로 제조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럼 박살이 나면 새 무기를 그쪽에서 구하도록 하지."
"....교단의 무기를 박살낸다는 말을 그쪽에서 들었으면 게거품을 물었겠지요. 지금이야 벗어났으니 상관 없지만."
그렇게 교단의 성지에서 벗어난 5인 일행은 1인력(주인공)이 이끄는 인력거를 타고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제 와서 하는 말입니다만, 굳이 말로 끌고 가야 할 마차를 두 사람이 페달을 밟고 가는 게 의미가 있습니까?"
"응? 왜요? 여태까지 그렇게 왔는데?"
"전사님께선 다리 힘을 키우기 위한 수련의 일종이라고 하셨으니까요."
"이동으로 지쳐버리면 누가 앞장서서 싸운다는 겁니까? 머저리같은 발상이군요."
"페달 밟고 이동하자마자 내려서 싸우시던데요?"
"....."
"헉, 헉, 헉, 헉....."
"소년, 지치면 페달을 밟고 있는 힘을 빼고 쉬도록."
"아, 아니에요! 용사가 되었으니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서...."
-아아.... 이렇게 해서 얼마나 강해진다고 이러는거야. 이동 중에 진이 다 빠져버리면 소용 없는 거 아냐?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런 것에도 버틸 수 있도록 훈련을.... 헉, 헉...."
-정말 못 봐주겠네....
"힘이...? 고, 고맙습니다."
-착각하지 마. 너 같은 비루한 녀석이 날 휘두를 순 없으니 조금이라도 빠르게 성장하도록 힘을 준 거니까.
'플래그군! 성검은 츤데레였어! 이러면 밸런스가 맞지!'
"좋다, 소년. 힘내서 더욱 페달을 밟도록."
"예...!"
그렇게 이동중에도 열심히 용사를 성장시키며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우리의 주인공.
그리고 이쯤 되면 나타나는 히로인의 정석, 공주기사.
"성검의 힘으로 사악한 마왕을 물리치기 위한 여정에 동참하겠습니다, 용사님."
"...용사는 이 쪽."
"크, 크흠! 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좋아, 이로서 히로인은 총 다섯이 되는군. 그런데 새로운 히로인 캐릭터가 겹치면 곤란한데....'
"혹시 시간 되십니까?"
"...무슨 일이지?"
"저는 당신 같은 분을 찾고 있었습니다. 왕가의 혈통을 잇기 위한 강대한 무의 원천. 그대야 말로 왕가의 혈통에 어울리는 남자입니다!"
"용사가 있을 텐데."
"아닙니다! 당신이야말로 적합한 사람입니다!"
'이건 무슨 전개지? 히로인이 왜 나한테.... 아, 저기 소년이 엿듣고 있네. 그렇다면 이쪽은 질투심을 유발하는 타입인가!'
"논외다. 이 몸은 용사의 동료이자 신뢰로 맻어진 관계. 날 시험하려 들지 마라."
"예? 저, 저기 전 진심으로....."
"네게 어울리는 남자는 끝없이 성장해 나아갈 자다. 그럼 이만."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고, 공주님과 간밤에 나누신 이야기...."
"소년, 질투하는가?"
".....솔직히 말하면, 네."
'캬, 그 아가씨 고단수네. 역시 뒤늦게 나타난 히로인이라 스킬 쓴다 이거지?'
"걱정 마라, 소년. 그대의 여정에 동행하며 목적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것. 그 외의 것에 눈이 돌아가진 않는다."
"아, 아저씨....."
"그럼 오늘도 열심히 성장해 나가자."
"네! 아저씨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할게요!"
첫눈에 반한 공주님이지만 주인공 눈에는 오직 용사님 히로인으로만 보인다!
그것도 용사의 질투심을 유발하려는 고단수 히로인으로!
아무튼 흘러흘러 첫번째 허들 정도로 보이는 사천왕 중 누군가의 등장!
"아아아아악!"
"소년!"
"용사님!"
"역시 글렀어. 저래가지고 용사는 무슨....."
"옳으신 말씀....이 아니잖습니까 성녀님! 용사님께서 직격을 맞았잖습니까!"
"오호호호호! 새로운 용사라는 게 그렇게 허약한 꼬맹이라면, 차라리 여자애가 되어버리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네요. 그렇지 않나요?"
"저 아줌마가 지금 무슨 말을.... 괜찮아?!"
"나, 난 괜찮아....."
"다 죽어가는 여자애 목소리로 말하면서 무슨 소릴 하는... 어?"
"그래서! 이 사천왕이자 마왕님의 총애를 받는 대마도사인 저의 특별한 서비스! 약해빠진 용사님을 아가씨로 만들어드렸습니다아-!"
"말도 안 돼.... 성검의 능력이라면 분명 저런 마법의 힘 따위는....."
-아아---- 큰일났네. 역시 기본기도 안 되는 꼬맹이라서 내 힘을 제대로 뽑아내지도 못해버렸네. 큰---일---났---네에----
"그, 그 정도였습니까? 역시... 가 아니잖습니까?! 성검이시라면 좀 더 힘을 빌려주실 수....!"
-아---- 몰라. 난 육체적 힘을 기반으로 힘을 주는 거라 한계가 명확해. 저 정도라면 빌려줄 수 있는 힘도 얼마 안 돼.
"꺄르르르륵! 몇 번이고 성검에게 당해버렸으니 이쪽도 파훼법은 알고 있죠. 물론 먹힐지 말지 장담도 못했지만."
"어머나, 근육덩어리 남자분이시네? 이런 분이 용사였다면 저도 큰일이었겠지만... 후후후."
"돌려놔."
"싫은데요? 더불어서.... 당신도 똑같은 꼴로 만들어드리죠!"
"....어라. 마법이 튕겼네."
"....저기, 마법사님. 저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 글쎄요...."
"말도 안 돼요! 마법을 튕겨내는 근육이라니!"
위기의 순간, 마법반사(물리)로 마법을 튕겨낸 주인공 등장!
"으겍."
"돌려놔."
"후후후후, 그럴 순 없죠. 그리고 내가 죽으면 저 저주는 영원히 못 푼답니다. 더불어 말씀드리자면, 전 물리적 공격은 통하지 않아요.
오직 성검의 힘만이 절 쓰러트릴 수 있죠. 그리고 이 틈에 텔레포----"
-훅!
"...도망쳤나."
"대마도사님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왜 얼굴을 내밀지 않는 것이냐."
"그게.... 오시자마자.... 복부에 뚫린 구멍이 복원되지 않아 그대로 절명하셨습니다."
"....?!"
그리고 도망치려는 사천왕에게 분노의 일격(물리)을 날려 한큐에 처치!
'큰일났다. 주인공이 여자가 되어버렸어. 최악이다. 히로인이 갑자기 죽는 일은 그렇다 쳐도 하렘 주인공이 여자가 되어버리다니.....
서, 설마 백합물 전개인가?! 아, 아냐. 이쪽 세계는 힘쎄고 강한 남자가 좋다는 소리만 주구장창 했었어. 백합 루트는 힘들 것 같은데....'
"저기.... 아저씨?"
"....무슨 일인가, 소년."
"저, 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원상복구 시켜줄게! 그나저나 여자애가 되어버리니 완전 병약미소녀가 되었잖아! 큰일이다! 이 근육용사를
찬미하는 세계에서 이런 병약미소녀 여캐 백합물은 플래그가 안 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려놔야해!'
"돌려놔아아아아아아----!
-흐갸아아아아악!
"용사님이 여자가 되었는데 넌 지금 느긋하게 있냐아아아아----!"
-마, 말했잖아. 내 한계라고! 그리고 저렇게 된 이상 내 힘은 거의 봉인된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야아아아아!
"그럼 넌 아예 쓸모가 없어진거니 부러뜨려도 상관없다 그거네에에에!"
-부, 부러뜨리지마! 내가 없어지면 정말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단 말이야아아아아!
병약미소녀가 되어버린 용사님을 돌려놓기 위해 여정은 급선회,
사천왕의 저주를 깨뜨려라!
"저기가 그 수감시설이라 그거군."
"예, 마법사들 사이에서 악명이 쌓인 이들 모두 저 탑으로...."
"잠시 기다리도록."
"예?! 하지만 저 탑은 고대의 마법으로 보호가 되어서 그 마왕이라도 뚫을 수 없는....."
-쿠웅---! 우르르르르-----
"....철벽의 요새였는데 뚫리네요."
"달린 것마저 떨어졌으니 완벽한 여자애 꼴 된 반푼이 원상복구는 관두고 직접 마왕을 쓰러뜨리면 될 텐데, 괜한 짓을 하는군요."
"죄송해요...흐끅, 끅!"
"성녀님! 아무리 그러셔도 대놓고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죠! 자, 언니.... 아니, 누나 품에 안기렴. 응?"
"언니이....!"
"언니라는 말이 붙으면 안 되잖아! 정신차려어어! 너 용사님이야! 남자애란 말이야아!"
"고대의 방벽마저 뚫는 저 모습이야말로... 아아...!"
"실례합니다, 혹시 최근에 각종 죄목으로 수감된 은발 소녀 마법사가 있습니까?"
"치, 침입자다! 공격...."
"....방벽도 뚫고 들어왔는데 우리들이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
"....그러네?"
"혹시 모르십니까?"
"....이쪽에서 한 층 더 올라가시면 됩니다."
"감사."
"....반갑습니다. 몇년간 기억을 잃고 쓰러져 있다 눈 떴더니 각종 황당무계한 죄를 저지른 꼴이 된 마법사입니다."
"라고 소개했지만, 이 자는 최근까지 이세계의 인물의 혼이 덧씌워져 각종 고대유적과 마법 등을 연구한 우수한 마법사다."
"예.... 더듬어보니 천천히 기억은 나더라구요. 그 와중에 제 몸이 저질렀던 짓까지 기억나버렸지만요."
"이 아가씨가 용사를 원상태로 돌려놓을 단서가 될 것이다."
"....못 보던 사이에 말투가 굉장히 근엄해지셨어요. 그리고 이렇게 꺼내주실거면 처음부터 도와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협조적이지 않은 걸 보니, 차선책을 택하는 것으로."
"할게요오오오오! 저 곳은 더 이상 있고싶지 않아요오오오오오오!!"
프롤로그때 작별했던 은발 미소녀와의 재회.
감옥에서 썩은 것 때문인지 기억이 되살아 난 것인지 거의 폐급 수준의 표정으로 등장!
"....어떻게 한 건진 몰라도 아무튼 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주 시전자는 사망 상태네요. 그러므로 저주해제는 불가능해요."
"그, 그럴 수가....."
"아아아주 환상적인 결과로군요. 이로서 성검은 비리비리한 여자애에게 결속되어 고철이 되어버렸다고 봐야겠군요."
-너! 성녀면서 그따위로 말을.... 하는건 분한데 사실이니 화도 못 내겠네. 하아.
"그럼 남은 건 단 하나. 결속된 장본인을 참살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요."
"히익!"
".....애석하게도 제가 죽은 뒤에 살아나봐서 아는데, 그건 안 될걸요. 결속은 사명의 결과로 해제되는 거에요. 죽였다 살리는 거 무효."
"경험자의 말이라 설득력이 있군."
"아, 지난번에 죽어있던 거 살려주신 거 고맙다고 말씀드렸죠? 취소에요. 그냥 죽은 채 내버려두지 그러셨어요. 그럼 기억도 없고....."
"본론으로 돌아가주세요. 그래서 용사를 돌려놓을 방법은 정말 없는 건가요?"
"내 머리 속 기억으론 그러네요. 머리 속에 유적 리스트가 주르륵 뜨는데.... 음, 그 중에 안 들러본 데가 몇 군데 있네요."
"결국, 이 무쓸모한 잉여 용사를 구제하기 위한 여정은 계속된다는 뜻이군요."
"....흐끅, 끅....."
"그만 울어.... 너, 그러고 보니 여자애 된 뒤로 왜 그렇게 눈물이 많아졌니?"
"괜찮아. 사나이의 눈물은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법이다. 흘린 만큼 강해져라."
".....못 보던 사이에 정말 많이 변했네요. 아, 나도 엄청 변했지. 이젠 내가 내가 이닌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뭐 상관없나....."
용사님의 일행 추가와 더불어 퀘스트 변경!
고대 유적 탐사로 급선회!
하지만 그 와중에 사천왕 중 한명 등장!
"으겍."
"돌려놔라. 용사 돌려놔."
"그.... 그하하하! 그 녀석이 죽은 이상 저주를 돌려놓는 건 불가능흐어어어어어!"
"못 돌려놓으면 너도 못 돌아갈 줄 알아라."
"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죽으면 대폭발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면 넌 물론이고 동료들 모두가 휩쓸리겠.... 뭐지. 왜 주변 풍경이 뒤바뀌고 있지?"
"네 모가지를 붙잡고 뛰었으니까."
"그.... 동료를 대신하여 희생할 참이냐! 어디 날 죽여봐라! 물론 물리력으로 날 죽이는 건 불가능....."
-퍼어어어어어엉-----!
"전사님-----!"
"와, 부럽다. 저 아저씨는 이제 돌아가겠네. 나도 같이 데려가지. 그럼 영원히 끝날텐데....."
"대마법사님!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 분은 대체.... 성검도 없이 어떻게 사천왕을 물리치신거죠?"
-........날 별로 원하지 않는 이유가 저건가봐. 나 없어도 마왕 정말 때려잡을 것 같아. 와아, 성검이었던 내 자존심이 가루가 되었어.
"그,그렇지만 저런 대폭발에 휘말리면 전사님의 목숨도......"
"....아니에요. 아저씨는 저런 폭발에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
"거시기 없는 용사 말대로야. 저 정도의 물리적 능력이라면 폭발따윈 간지럽기 짝이 없겠지."
-쿠옹!
"......"
"아저씨!"
"역시 살아계셨어!"
'....빌어먹을, 멋진 희생으로 용사님을 구심점으로 해서 모험을 보내고 난 집에 가는 플랜이 실패로 돌아가다니.'
목조르기로 두 번째 사천왕을 작살낸 우리의 주인공!
자기희생을 보이면서 용사님을 돋보이려는 작전 실패! 아아, 집에 언제 돌아갈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어느 날 밤.
"용사, 잠이 안 오는가?"
"....생각해봤어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물론 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마왕을 무찌르겠지. 그러니...."
"어... 어울리나요? 헤헤.... 친구 옷이었는데 딱 맞네요."
'어울려. 엄청 어울려. 원피스 겁나 어울려. 그래서 불안해. 아니, 이건 기회야. 백합 루트를 개척할 병약미소녀의 희망!'
"어울리긴 하지만, 네겐 진정 나아가야 하는 길이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뜬금없이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용사(병약미소녀)가 던진 충격의 한마디.
"전 여태까지 아저씨를 동경했어요. 하지만 모험을 하면서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우상인가? 이상향?"
"아뇨."
'뭔가 불길한데. 내 감이 수상하다고 울부짖는데. 뭔가 이상한 전개로 흘러 갈 것 같은데.'
"....이 모습이 되고서야 깨달았어요. 제 마음은, 사랑이에요."
'BL루트였냐아아아아아아아아!!!'
"무, 물론 예전 모습이라면 이상한 마음이었겠죠.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제 마음은.... 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요."
'아냐아아아아! BL루트는 아냐! 넌 주인공! 난 남캐! 주변에 히로인 만발! 하렘루트! 그게 정석이지!'
"이제....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없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이대로.... 이대로 있고 싶어요. 아저씨 곁에....."
'안돼에에에! 내 플래그 다 망가진다아아아아!
주인공이 꿈꾸던 모든 이상적인 플래그를 와장창 박살내는 용사(병약미소녀)!
때마침 여정 한가운데 나타난 온천.
'좋아, 마지막으로 점검하자. 일단 용사를 비롯한 모든 일행은 여탕에 밀어넣는다. 그리고 백합루트를 태운다. 그 사이 나는....'
절호의 찬스! 온천이벤트를 앞둔 주인공의 선택은....
"아저씨...? 아저씨 어디 갔어? 목욕 다 안끝난 거야?"
"여기 편지가 있는 것 같은데...."
-그간의 여정으로 모두의 심신이 피로해진 것 같습니다. 때마침 휴양지에 도착하였으니, 긴 여정으로 쌓인 피로를 좋은 기회입니다.
본인은 먼 지역에서 우연히 접한 지인의 연락을 받아 잠시 다녀올 예정입니다. 그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집시다.
"음.... 전사님 말씀도 옳아요. 다들 피로에 지친 모습이 보이니까요."
"하지만 마왕이 준동하는 이 때에....."
-찬성. 어차피 사천왕 두 명이 무력화된 이상 마왕도 섣불리 행동하진 않을 테니까. 원래 역대 마왕들이 그랬어.
"설마 그 아저씨 혼자서 자살하겠답시고 마왕성에 달려간건 아니겠죠. 아, 아니에요. 제 머리 속의 이상한 소리가 지껄이는 거에요."
"손으로 사천왕을 찢어발기는 근육의 화신이라도 그건 무모한 행동이라는 건 알 겁니다. 그리고 그도 사람이니 지인 정도는 있겠죠.
누구마냥 친분관계 없는 사회적 단절 상태가 아닌 이상은 말이죠."
"성녀님도 몇 년 동안 기억이 날아간 다음에 각종 괴악한 짓을 했다는 경력만 남으면 인간관계가 끊길 거에요."
"전 아저씨가 돌아올 때까지 수련하고 있을....윽."
-멍청아. 지금 수련해봤자 원상태로 돌아가면 아무 쓸모 없어. 게다가 그 비리비리한 몸으로 수련해봤자 도움도 안 돼. 그냥 쉬어."
"그, 그래! 넌 몸을 수련해야 하는 게 아니라 정신수양이 필요해!"
홀연히 사라지는 것!
헌데 오자마자 지인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없는 주인공은 누굴 만나러 간다는 것인가?
"흐아아아아아아!! 마왕 너 기다려라! !!"
누구의 불길한 예상 적중, 혼자서 마왕을 패버리기 위해 *나 뛰어가고 있습니다.
"마왕님! 성 안에 침입자가..... 으억!"
"마왕 누구야! 너냐! 너? 너?"
"인간의 몸으로 잘도 이 곳 까지 왔군. 그것도 홀로. 배짱 하나는 대단하다고....."
"존나 패버린 사천왕인가 뭔가하는 떨거지 둘도 그 소리 했는데 존나 패버렸거든?"
"호오, 사천왕을 쓰러뜨리고 왔다니. 인간들 중에도 제법 하는 이가 있는 모양이군."
"여자애를 패버린다는 건 일단 안 되지만 넌 마왕이니까 제외다!"
"가소롭군. 그 입만큼의 무용을 보여줄 지 한번 시험해보겠노라."
-빡! 퍽! 쿠웅---! 퍼벅! 퍽! 퍽!
"으, 으아....!"
"일어나. 내 플래그를 망가뜨린 분 여기서 다 풀고 갈 거니까."
"프, 플래그라니 그게 무...엌!"
"마왕인데 뭔 주먹질 몇 번에 이렇게 휘청거려?"
"대, 대체 내게 원하는.... 억!"
"똘마니가 건 수작때문에 내가 세운 플래그가 다 망가졌잖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마왕성에 돌입해서 마왕을 겁나 뚜까팹니다.
"내가 들어서 아는데, 성검 없으면 너 막타 못날린다며?"
"으, 으으....."
"그래서 안들고 왔다. 안 죽을테니 원없이 패버릴테다."
"사, 사여주세....사려주세....으힉!"
"네 똘마니가 건 저주 아무도 못 푼다면서어어어어!"
주인공의 새로운 플래그는 단 하나!
병약미소녀 용사가 무찌를 수준까지 마왕을 두들겨패버린다!
"마, 마왕님! 괜찮으십니...."
"....도, 도와....으힉!"
"어딜 나가. 아직 맞을 거 더 남았어."
"으아아아아! 잘못했어요! 세계정복이고 뭐가 관둘게요! 그만! 그마아아안!"
"그러면 안 되지. 넌 여기 계속 있어야 해. 용사님이 오기 전까진 계속. 도망치면 내가 지옥까지 쫓아와서 다시 패버릴거야."
"그냥 여기서 죽여어어어어어!"
"성검 안들고 와서 막타는 못 쳐. 그러니 좀 더 맞자."
과연 이 근육덩어리 주인공은 원대로 해피엔딩 플래그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인가?
그나저나 저 몸뚱아리로 죽어서 집에 돌아갈 수는 있을 것인가!!!
...와 같은 글을 떠올려버렸습니다.
언제나 근육빵빵한 대머리 캐릭은 주변캐릭이었지만, 이런 주인공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