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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여섯살 많았던 그녀는, (이어서)
게시물ID : humorstory_4261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님은먼곳에
추천 : 195
조회수 : 13881회
댓글수 : 638개
등록시간 : 2014/10/12 20:14:14
 
(... 최대한 기억을 살려가며 써내려가는중...)
 
 
 
 
 
대망의 정모날 아침.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하나,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나 하는 고민은 둘째치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고민이 제일 컸었다.
 
물론 게임까페니까.. 게임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올거 같았지만
누나랑은 게임 얘기만 시시콜콜 하다가 헤어지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너무 진지한 얘기를 나누기에도 어색하고
취미가 뭐냐, 좋아하는게 뭐냐 이런 얘기를 나누는것도 이상하기는 했다.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그리 길지 않았던 만남이었고
그 만남이 그리 도움이 될거 같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이 만남이 소개팅이나 남녀간의 만남이 아닌 단순 정모의 만남이기에
내 고민은 참 쓸데없는것 일지도 모를일이였다.
 
 
 
 
 
서울로 출발하며 누나에게 간단히 문자를 했다.
나는 이제 출발중이니 누나도 늦지 않게 나오라고 보냈다.
 
그랬더니 장문의 답장이 왔다
 
< 먼길 오느라 고생이 많네. 아직 겨울은 아니지만 쌀쌀하니까 옷 잘 챙겨입고 오고~
   누나는 정이랑 만나서 까페왔어. 정이가 너 보고싶어 하던데? 인기남이야 아주~ ㅋㅋ
   까페에 아는 사람 얼마 없다더니 정이랑은 언제 또 친해졌어. 누나랑만 친한줄 알았더니 >
 
< 아, 정이 누나랑은 그냥 인사만 한 사이야 ㅋㅋ
   정이 누나가 워낙 친화력이 좋아서 그렇지 뭐 >
 
< 들어보니까 정모에 사람 되게 많이 온대~ 누나한테 잘 붙어있어
   누나 낯가림 심하다 ㅎㅎ >
 
< 당연하지. 나도 누나 말고는 딱히 친한 사람 없어 >
 
 
 
꽤 많은 문자를 주고 받으니 어느덧 서울 근처에 다다르고 있었다.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문자를 한다는거... 이런게 설렘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 와중에도
누나랑 어찌저찌 잘되서 꽁냥꽁냥한 사이가 되는걸 상상하기 보다는
그냥 누나랑 이렇게 문자를 주고받고 친근하게 얘기하고 있는 남자가
'나'라는 사실이 참 좋았다.
 
그저 그 사실이 서울로 오는 기차에서의 피로를 싹 가시게 해주었다.
 
 
 
 
그리고 떨리는 첫 통화-
 
"여보세요? 어, 누나. 와 목소리 되게 여리여리하네. 얼굴만 어린줄 알았더니 목소리도 어려 ㅋㅋ
 나 이제 도착해쓰. 누나 어디야?"
 
"어~ 왔어? 너도 목소리가 좀 어린데? 얼굴은 늙어보이더니 ㅋㅋㅋ"
 
"늙어보이는건 인정... 노안이 원래 나중되면 제나이처럼 보여
 서울역 오랜만인데, 역시 사람 많네. 누나 아직 안왔어?"
 
"잠깐만..."
 
 
 
잠시 정적이 흐르고
누가 내 어깨에 살포시 손 대는게 느껴졌다.
 
"야~ 너 사진이랑 똑같네"
 
흠칫하며 돌아본 뒤에는 익숙해 보이는 얼굴이 둘 있었다.
 
여섯살 많은 그녀와 두살 많은 그녀
내가 좋아하는 누나와 정이누나였다.
 
 
 
 
 
 
 
#
 
 
"희정(가명)언니가 너 귀엽게 생겼댔는데 전혀 아닌데? ㅋㅋ"
 
"왜~ 우리 정우(가명) 귀엽지 않아? 충분히 귀여운데 왜 ㅋㅋ"
 
"... 됐고, 빨리 가자. 늦은거 아냐?"
 
 
 
가벼운 내 험담으로 첫만남을 가진 우리는
일단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정모가 있을 예정인 곳과 서울역은 거리가 좀 있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길드원이 한명 있었는데
정모의 장소가 그곳이였고, 살짝 변두리에 위치해 있었다.
 
 
누나는 정장 비슷하게 생긴 옷이였고
정이누나는 청바지에 캐주얼하게 차림을 했었다 (자세히 기억안남)
 
주변 내또래들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던 누나는
사진처럼 예쁘고 쪽지를 주고받을때처럼 친근했다.
어색어색할수도 있었지만 정모장소를 향하며 가는 택시 안에서
우리 셋은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누나랑 정이누나는 일찌감치 만나서 조금 더 친해진 상태였고
나는 누나랑, 누나는 정이누나랑,
정이누나는 간간히 나와 대화하며
조금씩 서로에게서 낯설음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이내 정모 장소에 도착을 했고,
정모가 열리는 그 호프집 입구에 커다랗게
 
< ㅇㅇ 길드. 첫 정모를 환영합니다!>
 
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 생각보다 거창한 환영인사인데...?
 
생각도 잠시
흠칫하며 들어선 호프집 안의 풍경은
 
나를 더 놀라게 만들었다.
 
한 10명~20명 정도쯤 왔을거라 생각했는데
호프집 안에는 대략... 40명...? 50명?
엄청 많은 사람들이 각기 이름표를 목에 걸고 자리하고 있었다.
 
이름표는 서로의 이름은 모르고 닉네임만 알기에
이름이랑 닉네임을 헷갈리지 말라는 길드장의 제안이였고
다들 재밌을거라며 찬성했었더랬다.
 
40~50명의 성인 남녀가 색깔도 다양한 이름표를 목에 걸고 있는 모습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주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나도, 누나도, 정이누나도
각기 이름과 닉네임이 써 있는 이름표를 목에 걸고
호프집에 당당히 입성했다.
 
그리고 우릴 반겨주는 까페 사람들.
 
 
"오! 우리 길드 최고 미녀 왔다!!!!"
 
 
 
누군가 누나를 보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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