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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스압)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 (4/4)
게시물ID : panic_402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젤리jh
추천 : 13
조회수 : 308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12/26 00:29:31

다음 날 영민이 있는 수사팀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네... 강남경찰서 입니다.."


 


영민의 목소리는 축 쳐저 있었다.


 


"나다, 영민아.... 나 당분간 산에 가 있기로 했어..."


 


기원의 목소리가 들리자 영민이 다급히 말했다.


 


"뭐? 산에 간다고? 그럼 우리는 어떡하고.... "


 


"백명이나 죽었으니 위에서도 인력지원이 있을거야... 그들과 합류하도록 해..."


 


"너라도 되니까 버텼지... 나머지 것들이 뭘 알겠냐.."


 


"큭.... 참 김중호씨는 당분간 거기서 지내도록 해줘.."


 


영민이 쓰게 웃었다.


 


"히든카드라더니... 완전 속았다 속았어..."


 


"그럼 나중에 보자, 내가 연락할께"


 


"찰칵"


 


통화가 끊기자 영민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려 주십시오.."


 


그 날 폭포암에서는 때 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중놈도 아닌기 화두는 무신 화두..."


 


"제가 말씀 드렸잖습니까... 사정이 있다고..."


 


노기 가득한 주지스님의 입에서 불호령이 터졌다.


 


"네 이놈!! 출가도 안한 놈이 화두공부가 가당키나 하더냐!!"


 


"아니 그런 법도는 누가 만들었습니까? 부처님 생전엔 듣도 보도 못한 말입니다.."


 


"이런 미친놈이 있나... 한 때 좋게 보았더니... 완전 더러운 놈이구나!!"


 


"스님게서 저를 박대하시면 이 길로 보왕사로 갈 것입니다."


 


"뭐라꼬? 보왕사? 그기는 안된다... 광허 그 돌중이 뭘 안다꼬 그까지 가노?"


 


"광허스님께서는 좋다구나 하고 화두를 내려 줄 겁니다"


 


기원이 슬쩍 몸을 일으키는 척 했다.


 


"앉아있그라, 니 맴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기지...끙"


 


주지스님이 일어나서 종이와 먹을 챙겼다.


 


"화두는 아무렇게나 받으면 천벌 받는기라....."


 


기원이 공손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스윽"


 


스님이 화선지에 글자를 써 내려갔다.


 


" 無 "


 


"무........"


 


기원의 몸이 저절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 '무' 자 화두다... 똑똑한 놈이니까 설명은 안할란다.."


 


기원이 화선지를 품에 넣고 법당을 빠져 나왔다.


 


그 길로 곧장 두 시간 동안 산을 탔다.


 


수풀을 헤집고 도착한 곳은 동굴 앞이었다.


 


잠시 숨을 고른 기원이 동굴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동굴안에는 타고남은 초와 향들이 굴러 다녔고.. 벽에는 탱화가 걸려 있었다.


 


'성철스님은 7년간의 용맹정진 끝에 대오각성을 이루셨다... 최소 7년은 잡아야 돼...'


 


기원이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았다.


 


'무'자 화두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옛날에 한 제자가 큰스님에게 물었다.


 


"큰스님, '개' 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다."


 



 


며칠이 지나고 제자가 다시 물었다.


 


"큰스님, 부처님께서는 벌레처럼 한낱 미물도 불성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헌데 어찌 스님께서는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하십니까?"


 


"없다."


 


 


 


이것이 그 유명한 '무' 자 화두의 일화였다.


 


어째서 스님이 '없다' 라고 했는지 그것을 생각해야 한다.


 


밥 먹을때나 용변 볼때도 생각하고, 자기전에도 생각하며 경지에 오르면


 


꿈속에서도 붙들고 늘어 질 수 있어야 한다.


 


'없다 없다 없다 없다 없다 없다...'


 


그 날 부터 기원의 머릿속은 오직 이 단어로만 채워졌다.


 


끼니 때가 되면 동굴 근처의 솔잎을 뜯어 먹었다.


 


잠은 하루에 세시간 이상을 자지 않았고, 오로지 화두공부에만 전력을 쏟았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가을이 찾아왔다.


 


'없다, 개한테는 불성이 없다... 하지만 미물에게는 있다.'


 


'불성이 없다가 아니라 답이 없다는 것인가... 그럼 두번째 물음엔 왜 없다라고 했을까?'


 


'두번째도 답이 없는가? 그럼 앞의 없다와 뒤의 없다는 같은 것인가...'


 


'아니지.. 스님한테 직접 물었으니 대답의 대상이 달라...'


 


'그럼 결론은 둘의 없다가 다른 의미라는 말인데.....'


 


'내가 완전 헛짚는 건 아닐까?'


 


'스님은 우연히 없다 라고 내뱉었는데, 때마침 제자가 질문한 시기와 겹친건 아닐까?'


 


'아니야, 말도 안돼... 다시 생각 해 보자'


 


'없다 없다 없다 없다...'


 


기원의 머릿속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지만... 겉으로는 조용히 호흡할 뿐이었다.


 


점심때가 되자 기원이 가부좌를 풀었다.


 


'없다 없다 없다 배고프다'


 


"흐흐..."


 


기원이 씨익 웃으며 동굴 밖을 나섰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여름옷을 걸친 기원이 몸을 떨며 솔잎을 땄다.


 


기원의 행색은 매우 지저분했다. 수염이 제멋대로 얼굴을 덮었고 볼살이 빠져 광대가 돌출되었다.


 


하지만 얼굴은 야위었어도 눈빛은 터질 듯 했다.


 


솔잎을 씹으며 물끄러미 나무쪽을 바라보던 기원이 깜짝 놀랐다.


 


'어라? 초록잎이 다 사라졌어...'


 


단풍이 들면서 초록잎들이 죄다 울긋불긋하게 변해 있었다.


 


'초록잎은 없고, 왜 다른 것들이 있지?'


 


충격을 받은 기원이 동굴안으로 들어 가 버렸다.


 


'없다... 초록잎이 없어... 없다, 없다'


 


기원은 가부좌를 틀고 하염없이 생각에 빠졌다.


 


한참을 생각하던 기원이 눈을 떴다.


 


'아 맞다... 없어진게 아니라 색이 변한 거였어..'


 


'하하... 이런걸 다 까먹고 말야 ...'


 


 


 


시간은 흘러 흘러 겨울이 다가왔다.


 


그 날도 '무'자 화두에 매달리던 기원이 벌떡 일어섰다.


 


"우아아아아!!!"


 


그리곤 갑자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 나갔다.


 


밖은 꽁꽁 얼어 있었고, 차가운 한기가 온 몸으로 침투했다.


 


'어째서... 어째서 진전이 없는걸까.....'


 


기원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뇌까렸다.


 


쭉쭉 뻗어가던 기원이 정체 된 것은 두달 전 부터였다.


 


하나의 벽이 앞을 가로 막았는데, 도저히 넘을 수가 없었다.


 


기원의 눈이 멍하니 나무를 향했다.


 



 


얼마나 있었을까... 주위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


 


기원의 멍한 동공이 변화를 보였다.


 


처음에 약한 파문을 그리는가 싶더니 점점 크게 떨렸다.


 


떨림은 눈에서 얼굴로, 얼굴에서 온 몸으로 확산되었다.


 


"없다..."


 


나무에 잎에 없었다.


 


초록잎은 변했지만, 사라지진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완전히 없어진 것이다.


 


있는게 당연했던 잎이... 응당 그자리에 매달려 있어야 할 잎이 없어져 버렸다.


 


머리속에서 무언가 폭발했고, 곧 어마어마한 희열이 밀려왔다.


 


예전에 읽은 성철스님의 오도송이 떠올랐다.


 


 


 



 


황하수 곤룐산 정상으로 거꾸로 흐르니


 


해와 들은 빛을 잃고 땅은 꺼지는 도다


 


문득 한 번 웃고 머리를 돌려서니


 


청산은 예대로 흰구름 속에 섰네.


 


 


 


 


 


다시 2년의 세월이 지났다.


 


기원이 머물던 산신각을 향해 중 하나가 오르고 있었다.


 


동굴앞에 도착한 중이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


 


"네 이놈!! 죽었는지 살았는지 당장 나와 보그라!!"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은 폭포암 주지스님이었다.


 


스님의 호통에 기원이 밖으로 나왔다.


 


"스님의 울화가 이리도 크니, 열반이 머지 않았군요.."


 


동굴에서 봉두난발의 거지 하나가 나왔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스님이 인상을 찌푸렸다.


 


 


"니 놈 뱃속 같이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구나.... 그래 공부는 어찌 됐노?"


 


"이제 겨우 산에 올랐습니다"


 


기원의 눈빛은 맑았고, 목소리는 청아했다.


 


"혼자서 제법 길을 찾았구만.... 역시 광허한테 안 보내길 잘했지.."


 


스님이 기원을 유심히 살폈다.


 


"헌데 이까지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제 공부는 아직 멀었습니다"


 


"아 참... 니 지금 내 따라 내려가자!!! 갈 데가 있다."


 


"싫습니다.."


 


기원의 거절에 스님이 슬며시 웃었다.


 


"내 니 맘 다 안데이, 하지만 지금부터는 혼자 공부하면 위험한기라."


 


"위에서 끌어 댕기는 스승이 있어야 길을 안 헤매제?"


 


"하지만... 전...."


 


"잔말 말고 따라오너라...... 으구 냄새야!!"


 


스님이 기원의 손을 끌고 억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목욕을 한 기원이 스님앞에 앉았다.


 


"보현사로 가라구요?"


 


"그래... 거기 큰스님이신 법진 스님께서 보살펴 줄끼다."


 


"굳이 그렇게 멀리 갈 필요가 있나요? 성철스님도 혼자서 수행하셨잖아요?"


 


"주둥아리 몬 다무나.. 니 까짓게 성철스님하고 비교할끼가.."


 


"잔말말고 내 시키는대로 하그래이, 니 한테는 지금부터가 중요한기라.."


 


"으...."


 


 


 


 


 


다음 날 기원은 보현사로 떠났다.


 


보현사는 충주 근방에서 가장 큰 절답게 스님의 수도 상당했다.


 


기원이 보현사 문을 들어서자 한 스님이 물었다.


 


 


"보살님, 어찌 오셨습니까?"


 


"큰 스님을 뵈러 왔습니다."


 


"큰 스님을요?"


 


스님은 놀라며 말을 이었다.


 


 


"큰 스님은 사람을 안 만나신지 꽤 되셨습니다.."


 


"이걸 전해 주십시오.."


 


기원이 품속에서 서찰을 꺼냈다.


 


스님은 합장을 한 뒤 종종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갔다.


 



 


한참을 기다리자 중년의 스님 한 분이 다가왔다.


 


"그대가 폭포암에서 왔소?"


 


"네, 그렇습니다."


 


"따라오시오"


 


중년스님은 기원을 반기지 않는 눈치였으나, 기원은 신경쓰지 않았다.


 


둘은 절 깊숙히 위치한 어느 방 앞에 멈추었다.


 


"큰스님.... 손님 모셔 왔습니다.."


 


 


"들어 오시게"


 


안에서 커렁커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기원이 중년스님께 합장을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작은 체구의 노승 한명이 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자 노승의 모습은 가죽만 남은 고목나무 같았다.


 


"앉으시게, 그래 진각스님이 보냈다고?"


 


"예.. 진각스님이 이리로 보내셨습니다."


 


기원이 공손히 대답했다.


 


"내 제자 중에 쓸만한 건 진각과 진수 뿐일세...


 


그런 진각이 추천한 사람을 내 어찌 홀대 하겠는가..."


 


"홀대라뇨... 송구스럽습니다, 큰스님.."


 


가만히 기원을 보던 노승이 물었다.


 


"자네 공부는 많이 했는가?"


 


"아닙니다, 이제 겨우 산 입구에 올랐는걸요.."


 


"그래? 어디 한 번 보지.."


 


노승이 기원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기원도 노승을 바라보았는데, 둘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자네.... 지금 무엇이 보이는가?"


 


"지금 소 머리가 보입니다."


 


"아직 멀었네, 가서 더 하고 오게나.."


 


노승이 몸을 돌려 버렸다.


 


기원이 합장한 뒤 나오자 밖에 여러스님이 서 있었다.


 


"큰스님이 시주님을 하안거에 합류 시키라고 하셨습니다"


 


"하안거를요? 전 출가도 아직......"


 


"원칙상 안되지만 큰스님의 명이라서요..."


 


기원을 보는 주위의 시선이 따가웠다.


 


"허...."


 



 


그렇게 기원의 하안거가 시작되었다.


 


하안거란 여러명의 스님이 한방에서 같이 참선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름엔 하안거 겨울엔


 


동안거라고 불렀다.


 


널찍한 방에 십 수명의 스님들이 가부좌를 튼 채 수련중이었는데, 제일 구석에 기원이 자리를 잡았다.


 


참선하는 스님들은 기원을 불편한 눈으로 바라 보았는데, 그도 그럴것이


 


기원은 머리도 밀지 않은 속세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이었다.


 


이젠 제법 친해져서 전과 같은 껄끄러움은 대부분 사라져 있었다.


 


 


기원이 비슷한 나이의 청하 스님과 절 내를 걷고 있던 중 이었다.


 


앞 쪽에서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비명이 터졌다.


 


"악.. 왜 그러십니까? 으.. 제발 말로 하십시오.."


 


둘이 가보자 그 곳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한 50대의 스님이 빗자루로 청년승을 마구 때리고 있는 중이었다.


 


청년승은 이리저리 피했지만 50대의 스님이 잘도 쫓아갔다.


 


"청하스님, 무슨 일입니까?"


 


기원이 옆에 있던 청하스님께 조용히 물었다.


 


"저기 때리시는 분이 진수스님인데 무척 고약하신 분입니다"


 


말하는 청하스님이 약간 움츠러 들었다.


 


"진수스님이라면 큰스님의 제자라던...."


 


"맞아요, 하도 성격이 고약하고 폭력적이어서 한번씩 사단이 일어나곤 하죠"


 


잠시 후 진수스님이 빗자루를 던져 버리고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스님 저를 죽일 작정 이십니까?"


 


"닥쳐라, 이 놈... 중놈이 밥 값을 못하면 두드려 맞아야지.."


 


진수스님이 정말로 죽일 듯 때리자 주위에서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


 


"그만하십시오, 스님... 저러다 죽겠습니다.."


 


"이거 안놔? 니들도 두드려 맞고 싶나 보구나.."


 


"헉.. 아닙니다."


 


기원이 그 광경을 보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새파란 하늘에서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철썩"


 


순간 기원의 눈에서 불똥이 터졌다.


 


달려온 진수스님이 기원의 뺨을 후려친 것이다.


 


"어딜 보고 있느냐... 제대로 봐도 모자랄 판에.. 너도 두드려 주랴?"


 


"........."


 


기원이 뺨에 손을 댄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천치같은 놈!! 눈깔이 삐었구나!!"


 


진수스님이 한 대 더 치려하자 청하스님이 뜯어 말렸다.


 


"아이고 스님.. 이 분은 저희 손님입니다... 때리시면 안된다구요...


 


그 뒤로 진수스님이 뭐라고 소리쳤으나 귀원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다시 2년이 지났다.


 


기원은 수련에 매진한 끝에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기원의 기도가 날로 범상치 않게 되자 큰스님이 다시 호출했다.


 


"듣자하니 자네의 공부가 깊어졌다더군"


 


"약간 얻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 그럼 다시 물어보겠네."


 


큰스님과 기원이 서로를 직시했다.


 


"이번엔 무엇이 보이는가?"


 


"소 꼬리가 보입니다."


 


"틀렸네, 더 하고 오게나.."


 


큰스님이 혀를 차며 돌아서자 기원이 망설임없이 일어났다.


 



 


다시 3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


 


물을 마시던 기원이 바가지를 떨어뜨렸다.


 


그리곤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침내 대오각성을 이룬 것이다.


 


기원이 춤을 추자 스님들이 모여 들었다.


 


"시주님, 무슨 일입니까?"


 


기원이 동작을 멈추고 청하스님을 바라보았다.


 


청하스님의 뒤로 수천 번의 전생이 나타났다.


 


기원이 시선을 다른 사람에게 향했다.


 


그들에게서 윤회의 고리가 보였다. 그들은 수많은 생을 그 고리속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문든 몇 년전에 뺨을 맞은 기억이 났다.


 


'왜 맞았는지 알겠군'


 


기원이 걸음을 옮겼다. 다른 스님들이 멍하니 기원을 뒤따랐다.


 


얼마쯤 가자 앞에서 진수스님이 오고 있었다.


 


기원이 가까이 가자 진수스님이 합장했다.


 


"퉷"


 


기원이 합장하는 진수스님에게 침을 뱉었다.


 


"헉"


 


주위에서 헛바람이 터지고 순식간에 소란스러워 졌다.


 


"퉷"


 


기원이 한번 더 침을 뱉고 진수스님에게 합장했다.


 


"나무아미타불.."


 


진수스님의 얼굴에서 묘한 웃음이 피어 올랐다.


 


기원은 다시 걸음을 재촉해 큰스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큰스님이 일어나 있었다.


 


"무엇이 보이는가?"


 


"늙은 땡중 하나가 보입니다"


 


"축하하네"


 


기원이 큰스님에게 절을 올렸다.


 


 


 


삼일 후 기원은 보현사를 나와서 서울로 향했다.


 


서울역에 도착한 기원이 전화를 걸었다.


 


"네.. 강남 경찰섭니다."


 


"김영민씨 부탁합니다."


 


"네? 김영민씨가 누굽니까?, 그런 사람 없..... 아 혹시 김경감님 말하시는 건가요?"


 


"네, 김경감 맞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30초가 지나자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바꿨습니다"


 


"김경감님 김중호씨 어디 있나요?"


 


"네? 아니 김중호씨를 어떻게..... 아 혹시.."


 


"그래, 나야"


 


"헉, 기원이구나... 너 대체 어디있었던거야...."


 


"김중호씨 잘 있지?"


 


"그..그래 , 근데 넌 친구보다 그 사람을 더 찾냐?"


 


"일곱시까지 서울역 앞으로 보내줘"


 


"찰칵"


 


기원이 전화를 끊은 뒤 재발신을 눌렀다.


 


"02-642-00XX......"


 


신호가 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누군가 수화기를 들었다.


 


 


 


 


 



 


- 반갑습니다 -


 


 


 


 


 


기원이 활짝 웃었다.


 


 


 


 


 


 


 


"사쿠라양..... 당장 이리로 와 주시겠습니까?"

 

----------요기까지 3부끝입니다---------------


기원은 역 벤치에 앉았다.


 


기다리는 동안 이리저리 둘러 보았다.


 


새삼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모든게 보였다.


 


수천 번의 전생이 보였고, 그 사람의 심성과 업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전생은 대부분이 가축이거나 하찮은 미물이었고,


 


사람이 전생이었던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또 그 사람이 쌓은 업을 보면 다음 생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이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사람 몸 나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더욱 어렵더라..'


 


기원이 한참을 기다리자, 저쪽에서 두명이 뛰어왔다.


 


"기원아!! 이 자식 하여튼 연락두절엔 선수로구만!!"


 


영민이 반갑게 기원을 안았다.


 


"그래 반갑다.."


 


기원이 영민에게 미소를 보이곤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김중호씨도 오랜만입니다"


 


기원이 과장된 몸짓으로 악수를 청했다.


 


김중호가 말없이 악수를 받아 들이자, 영민이 물었다.


 


"너 왜 저 사람에 대해서 말 안해줬냐? 한참 동안 답답해 죽을 뻔 했다."


 


"미련한 네 탓이지.."


 


"뭐라고? 하하.. 그래 내 탓이다 내 탓.. 근데 너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이는 걸?"


 


"내가 정상이고 네가 비정상이야.."


 


"크크... 그러냐? 어쨌든 같이 가자, 니가 없어진 후론 자살자도 사라졌어.."


 


"그래?"


 


"응, 한켠에서는 붉은 사쿠라가 죽었다고도 하고..."


 


"흠... 알았다, 넌 들어가봐. 김중호씨랑 갈 데가 있어"


 


"어딜?"


 


"나중에 연락해 줄께"


 


기원이 매표소로 걸어가자, 김중호가 뒤따랐다.


 


 


 


 


 



 


달리는 기차속에서 기원이 아까의 통화를 떠올렸다.


 



 


- 삼일 후 보현사에서 뵙겠습니다 -


 


" 보현사?"


 


- 그래요, 그곳에서 저를 맞아 주십시오 -


 


"알겠소, 사쿠라양.."


 


 


"찰칵"


 


 


 


기차는 몇시간 후 충주역에 도착했고, 둘은 내렸다.


 


둘은 일절의 대화도 없이 묵묵히 걷기만 했다.


 


한참을 걸어가자 멀리서 보현사가 드러났다.


 


"응?"


 


기원이 바라보니 보현사쪽에 '기'가 불안정하게 뒤틀려 있었다.


 


"설마..."


 


기원의 걸음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이익"


 


절에 도착한 기원이 급히 문을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절안에는 많은 수의 스님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엔 공포감이 드러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기원이 재빨리 지나가는 스님 하나를 붙잡았다.


 


"아.... 시주님이시군요, 지금 큰일났습니다."


 


"큰일이라뇨?"


 


"진수스님이 자살하셨습니다."


 


"........"


 


기원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기원이 바라 본 진수스님은 경지에 든 인물이었고, 결코 자살 따윌 할 인물이 아니었다.


 


무언가 섬광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혹시.... 여자 하나가.... 왔었..나요?"


 


"엇....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스님이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아뿔사.. 속았구나....'


 


기원이 부리나케 큰스님에게로 달려갔다.


 


큰스님의 방 주위에서 수십명의 스님이 웅성대고 있었다.


 


"앗... 시주님!!"


 


청하스님이 기원을 알아챘다.


 


"드르륵"


 


기원이 허겁지겁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큰스님...."


 


법진대사는 말없이 가부좌를 튼 채 염불을 외고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시주가 왔구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겁니까?"


 


법진대사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다 나의 불찰이네... 혼자 만났어야 하는 것을...."


 


"그녀....를.. 큰스님께서도 만났습니까?"


 


"나와 진수가 같이 만났네"


 


"........그녀가 돌아간 지 얼마나 지났죠?"


 


"두시간 쯤 됐을걸세.."


 


"아...."


 


기원이 그제서야 안도했다.


 


"불행 중 다행입니다... 큰스님께서는 설...득.. 당하지 않으셨군요."


 


법진대사의 표정이 쓸쓸해졌다.


 


"한순간에 모든것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네."


 


"진수가 싸울동안, 난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았지."


 


"그녀는 한낱 요물일 뿐입니다... 간사한 혓바닥만 놀려 댈 뿐이죠"


 


"그럴지도 모르지... 자네 이만 나가 주겠나? 생각 좀 해야겠네"


 


"알겠습니다, 쉬십시오"


 


기원이 방을 빠져나왔다.


 


주위의 스님이 기원을 보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시주님...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대체 그 여자는 누구입니까?"


 


"쉿..."


 


기원의 손가락이 입술에 닿았다.


 


"혹시 여자가 남긴 말이 있습니까?"


 


"내가 들었네"


 


중년의 만수 스님이 앞으로 나섰다.


 


"내일 동틀 무렵에 다시 오겠다더군, 그 말 뿐이었어"


 


"알겠습니다."


 


기원이 자신이 기거하던 방으로 걸음을 옮기자, 김중호가 조용히 따라갔다.


 


 


 



 


그날 밤 수련중이던 기원의 방으로 세명이 찾아왔다.


 


"청하스님 아닙니까? 청도스님이랑 청송스님도 오셨군요."


 


'청'자 배의 스님 세명이 기원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저희는 그 동안 시주님의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이러지 마십시오."


 


기원이 그들을 만류했다.


 


"저희는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저희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부탁 드리겠습니다"


 


세 스님의 얼굴에 비장한 기운이 맴돌았다.


 


"글쎄요..."


 


기원의 눈이 매섭게 그들을 주시했다.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청하스님이 재빨리 대답했다.


 


"소꼬리와 소머리 말입니다..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해도 짐작도 안 갑니다


 


"소꼬리라......"


 


기원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건 인사입니다."


 


"인사?"


 


"네?"


 


기원이 덧붙여 설명했다.


 


"소머리나 소꼬리나 하등 쓸모 없는 것입니다,


 


돼지머리나 돼지꼬리로도 바꿀 수 있구요..."


 


"아...."


 


돌연 청하스님의 표정이 환해졌다.


 


나머지 둘은 여전히 멀뚱멀뚱한 표정이었다.


 


"그렇군요..."


 


청하스님이 가부좌를 튼 채 명상에 들기 시작했다.


 


"시주님, 조금만 풀어서 설명해 주십시오"


 


청도스님의 표정이 울상으로 변했다.


 


"대화는 형식적인 것입니다. 사실은 미리 알고 있었죠"


 


"........"


 


기원의 표정이 온화해졌다.


 


"제가 대오각성한 그 때, 큰스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피차 다 알고 있는 판에 무슨 대답인들 상관 있겠습니까?"


 


그렇게 밤새 기원의 가르침이 내려졌다.


 


 


 


다음 날 새벽 일찍 기원이 방문을 박차고 나섰다.


 


김중호가 손에 둥글게 말린 신문지를 든 채 기원을 따라왔다.


 


'미친....'


 


기원이 어디론가 전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곧 법진대사의 방 앞에 도착한 기원이 문을 홱 열었다.


 


"........"


 


방 중앙에 법진스님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괜찮다고 말했잖습니까..."


 


기원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무엇이 이토록....."


 


법진스님은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결단코...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기원이 눈물을 닦으며 돌아섰다.


 


"죽여 버리겠습니다"


 


기원의 눈에서 살기가 쭉쭉 뻗어 나왔다."


 


곧 스님들이 몰려 들었다.


 


스님들의 끝에 기모노 여인이 걸어 오고 있었다.


 


새빨간 핏빛의 옷에서 섬뜩함이 묻어 나왔다.


 


그녀가 기원에게 다가왔고, 곧 빙긋 웃었다.


 


 


 



 


-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


 


" 닥치고 내 말 부터 들어라."


 



 


- 경청 하겠습니다 -


 


" 요사한 혓바닥을 함부로 놀린 죄로 널 죽이겠다."


 



 


- 저는 진실만을 말했을 뿐 입니다 -


 


" 죽는 것이 진실이냐? 네 년 말은 처음부터 틀렸어"


 



 


- 그럼 무엇이 진실입니까 -


 


" 진실은 이미 존재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미 그것을 지니고 있어"


 



 


- 혹 진실이 불성을 일컫는 것입니까 -


 


" 그렇다"


 



 


- 그렇다면 스님은 완전 틀렸습니다, 불성이야 말로


 


거짓이며 추악한 오물일 뿐입니다 -


 


"불성은 인간이 지난 최고의 잠재력이다, 너 따위가


 


함부로 말할 바가 못 되지"


 



 


- 불성은 진짜 존재가 내린 썩은 동아줄이요, 헐리기 직전의 난간 입니다 -


 


" 진짜 존재가 뭐지? 신을 말하는 것인가?"


 



 


- 진짜 존재는 진화의 마지막 종착역 입니다 -


 


" 무슨 소리야?"


 



 


- 인간이 진화를 거듭하여 수천억겁의 세월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


 


" 생각해 본 적 없다"


 



 


- 더이상 진화할 수 없는 포화상태가 되는데, 그것이 진짜 존재 입니다 -


 


" 크크..혹 네 말이 사실이어도 아득히 먼 미래일 뿐이다"


 


사쿠라의 입술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 진짜 존재는 이미 수천억년 전에 나타났습니다 -


 


" 닥치거라, 네 말은 증거도 없는 망상일 뿐이야"


 



 


- 스님께서는 대오각성을 하셨나요 -


 


" 그렇다"


 



 


- 그럼 사람들의 전생을 보셨겠군요. 아닙니까? -


 


" 맞다, 나는 사람들의 전생을 보았다"


 



 


- 사람들의 전생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까? -


 


" 요점을 말하라"


 



 


- 그들의 전생을 거슬러 가 보십시오 -


 


" 거슬러 가라고?"


 



 


- 그렇습니다. 수천 수만 번의 전생을 마지막 까지 가 보십시오 -


 


" 알겠다"


 


기원의 시선이 주위를 둘러 싼 스님 중 하나를 향했다.


 


"음.."


 


스님의 전생을 거스르고 거슬러 올라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유인원을 지나 공룡이 보였고,한참을 더 가자 삼엽충과 갑주어가 나타났다.


 


기원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박테리아가 보였다. 그 상태에서 다시 수천번을 올라갔다.


 


'어?'


 


아득히 멀리서 흰 빛이 보였다. 강렬한 그 빛은 무척 거대했고 동시에 따스했다.


 


'이것이....'


 


기원이 마침내 마지막에 도착했고, 그 곳엔 빛이 있었다.


 


기원이 빛을 바라보자 빛도 기원을 바라보았다.


 


"......."


 


사쿠라의 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 묻겠습니다, 당신이 본 것은 빛입니다. 맞습니까? -


 


".....그렇다, 내가 본 것은 빛이다"


 



 


- 그 빛이 진짜 존재 입니다 -


 


" 더 확인해야 봐야겠다"


 


기원은 김중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잠시후 다른 스님들까지 일일히 쳐다보았다.


 


- 어떻습니까 -


 


" 네 말이 맞았다, 모두의 마지막은 빛이더군"


 


사쿠라가 손뼉을 쳤다.


 



- 이제 인정하시는 군요 -


 


" 네 말대로 그 빛이 진짜 존재고 마지막 진화단계라고 가정하자"


 



 


- 가정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


 


" 어쨌든 네 말이 맞다면, 어째서 그들은 다시 퇴보 된 거지?"


 



 


- 퇴보가 아닙니다. 그들은 스스로 택한 것입니다 -


 


" 왜지?"


 



 


- 최종 진화한 그들을 맞이한 건 끔찍한 무료 였습니다 -


 


" 무료?"


 



 


- 그들에겐 공기와 물이 필요없었습니다. 가족도 없고 자식도 당연히 없었구요 -


 


" 그럼 번식은 어떻게 하지?"


 



 


- 그들은 더 이상 사망하지 않았습니다. 불사의 몸이 되자 그들의 가치관은


 


급격히 바뀌었죠 -


 


" 어떻게?"


 



 


- 신체도 사라졌고 욕구도 사라졌습니다. 오로지 사념체만 남은 그들 입니다 -


 


" 무섭군"


 



 


- 그들은 영원이라는 지루한 시간을 두고 여흥거리를 만들어 냅니다 -


 


" 설마..."


 



 


- 그렇습니다. 그들은 내기를 했습니다, 진 존재는 벌칙을 받았죠 -


 


" 벌칙이 우리란 말이냐?"


 



 


- 정답입니다. 벌칙은 백만번의 윤회죠 -


 


" 아..."


 


기원의 머리가 순간 충격에 빠졌다.


 


사쿠라의 입이 쉴 새 없이 열렸다.


 


- 이제 아시겠습니까 -


 


" 벌칙이 윤회 백만 번이면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 상대적인 겁니다. 영원에 빗대면 찰나 일 뿐이죠 -


 


" 그렇구나... 이제 네 목적을 이해했다"


 



 


- 그들은 한가지 조건을 걸었죠. 그것은....-


 


" 그것은 아마도 자살일테지?"


 



 


사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 맞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윤회에서 벗어 날 수 있죠 -


 


" 달콤한 말이군, 요약컨대 자살하면 진짜 존재가 된다 이말이지?"


 



 


- 그렇습니다, 무척 이해가 빠르시군요 -


 


"그리고 우리가 여태껏 속았다 이 말이지?"


 



 


- 그렇습니... -


 


" 닥쳐라, 네 말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야"


 



 


- ........... -


 


" 네 말은 한가지 가정에서 출발하지, 그 빛이 진짜 존재라는 가정 말야...


 


만약 네 말이 틀렸다면 어쩔거지? 그 빛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어쩔거냐고...


 


난 네 년보다 석가모니와 성철스님을 더 믿는다"


 


사쿠라의 표정이 살벌하게 변했다.


 


- 고타마 싯다르타는 겁쟁이 일 뿐입니다 -


 


" 함부로 말하지마라"



 


- 한가지 알려 줄까요? 당신은 대오각성한 것이 아닙니다 -


 


" 뭐라고?"


 



 


- 대오각성은 고금을 통틀어 단 두 번 일어 났을 뿐 입니다 -


 


" ........"


 



 


- 고타마 싯다르타와 성철.... 이 두사람만이 진정한 대오각성을 이루었죠 -


 


" 계속 말해봐"



 


- 이유는 간단합니다. 진정한 대오각성을 이루면 바로 그것이 되거든요 -


 


" 그것?"


 



 


- 진짜 존재 말입니다. 오직 두 명만이 산 채로 진짜 존재가 되었죠 -


 


" 아까는 자살 뿐 이라 그러지 않았나?"


 



 


- 자살이 제일 쉬운 방법이고, 대오각성이 제일 어려운 방법입니다.


 


제가 말했잖습니까, 불성은 썩은 동아줄이라고 -


 


" 아무나 잡고 올라갈 수 없다는 말이군"


 



 


- 그렇습니다. 천운에 천운이 겹쳐야 끊어지지가 않는 것이죠 -


 


" 하하... 네 말은 틀렸다. 붉은 사쿠라..."


 



 


- 무엇이 틀렸습니까? -


 


" 네 말대로 성철스님이 진짜 존재라고 믿어보자...


 


스님께서 이런 말을 남기셨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나?"


 



 


- .............-


 


" 이 말의 뜻은 있는 그대로 보란 뜻이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 그것이 진실이자 진리란 말이지"


 



 


- 착각하고 있군요, 당신이 사랑하는 성철스님을 예로 들겠습니다,


 


성철스님의 열반송을 떠올려 보십시오 -


 


"........."


 


사쿠라의 말에 기원의 안색이 변했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 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데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 어떻습니까? 제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의 해석도


 


정정해 드리겠습니다 -


"............"


 


사쿠라가 뭐라고 말했으나 기원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쇼크 상태에 빠진 것이다.


 


- 들으셨습니까? 이제 인정하십시오, 진실을... -


 


" 그..그럼 도대체 부처님은 왜 이 사실을 말하지 않은거지?"



 


- 고타마 싯다르타는 겁쟁이였습니다, 겁쟁이가 자살을 권유 할 수 있을까요?


 


그는 자살 대신 불성을 택한 것입니다. 한명이라도 더 대오각성 하길 바라며


 


불교를 퍼트린 것이죠 -


 


"아..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기원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고, 사쿠라가 박차를 가했다.


 


- 결국 그는 실패했죠, 왜냐하면 수천년 동안 오직 성철 혼자 알았으니까요 -


 


" 잠..잠깐 근데 넌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거지?"


 


기원이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 제 전생을 보십시오 -


 


" 설마..."


 


기원이 사쿠라의 뒤를 훑었다.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에겐 전생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신.....이 바로 진짜.... 존재였군"


 


사쿠라의 표정이 환하게 물들었다.



 


둘의 결에는 김중호가 수마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닫히려는 눈꺼풀을 핀셋으로 고정시켰다. 다시 한번 혀를 깨문 김중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둘의 설전이 시작되고 삼일 밤낮이 흘러갔다.


 


때로는 울고, 또 때로는 미친듯이 웃으면서 둘은 공방을 벌였다.


 


무슨 말인지 전혀 들리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얘기라는 것을 짐작할 순 있었다.


 


첫 날 구경하던 스님들이 모두 자살했다.


 


곧 끔찍한 냄새가 진동했지만 이틀이 지나자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둘을 다시 한번 바라보던 김중호가 깜짝 놀랐다. 그리곤 재빨리 시계의 타이머를 눌렀다.


 


기원이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분이군..."


 


시계가 3분이 지나자 김중호의 눈빛이 변했다.


 


"스윽"


 


손에 들린 신문지를 펼쳤다.


 


과도 하나가 드러났다.


 


김중호가 천천히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과도를 심장에 박았다.


 


두 번, 세번을 연거푸 찌르자 여자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그런 김중호의 모습을 기원이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1년 뒤 강남경찰서로 한 통의 팩스가 도착했다.


 


팩스를 확인한 조한일 경사는 전화를 든 채 망설이기 시작했다.


 


'어쩌지, 꼭 말하라 그랬는데... '


 


잠시 생각하던 조경사는 팩스를 영민의 책상위에 올려 두었다.


 


'오랜만의 휴가인데, 방해하면 안되지...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닌데 말야'


 


다시 한번 팩스를 힐끔 바라보았다. 오래 전 붉은 사쿠라의 뒤를 따르던


 


창백한 꼬마가 떠올랐다.


 


 


 



 


성 명 : 송 영 주


 


나 이 : 24세


 


생년월일 : 1999년 7월


 


신 원 : 실 종


 


 


 


 


 


그 시각 김영민 경감은 가족과 함께 영국에 있었다.


 


2022년 영국 월드컵... 전 세계의 축제인 월드컵을 보러 영민이 온 것은 3일 전이었다.


 


우연히 결승전 티켓을 얻게되자, 뒤도 안 돌아보고 비행기에 올라탄 그 였다.


 


"아빠, 저기 붉은 유니폼이 우리 선수들 맞지?"


 


열살 난 딸이 영민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빨간게 우리나라구 하얀게 영국이야"


 


"와 재밌겠다, 재밌겠다"


 


딸의 모습을 영민과 아내는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 시각 월드컵 상황실....


 


바짝 긴장한 영국인 피디의 눈이 화면에 집중됐다.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지금 화면은 위성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 되는 그야말로 중요한 화면이었던 것이다.


 


'한경기 남았다, 이번만 무사히 넘기면 최소 국장자리는 보장 되겠지..'


 


그의 얼굴에 탐욕의 빛이 넘실 거렸다.


 


현장에 있는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화면을 전송해 주고 있었다.


 


그 때 였다. 누군가 상황실 문을 걷어 차고 들어온 것은


 


"무슨 일이야?"


 


안에 있던 6명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굿 바이"


 


눈 앞에 젊은 청년이 품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탕.탕.탕.탕탕탕!!!"


 


순식간에 여섯발의 총성이 울리고 그들이 모두 쓰러졌다.


 


"흐흐..."


 


청년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케이스를 열고 테잎을 꺼냈다.


 


그리곤 화면 출력기에 꽂아 넣었다.


 


"후아..후아.."


 


청년의 입에선 거친 호흡이 터졌고, 두 눈은 잔인함으로 물들었다.


 



 


"어라..."


 


그 시각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변했다.


 


대형 모니터의 화면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뭐야?"


 


"무슨일이지?"


 


영민을 포함한 수만의 관중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막 경기를 시작하려던 심판과 선수들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 였다.


 


그 때 화면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화면을 보는 영민의 눈이 공포로 물듦과 동시에 스피커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 여러분 -


 


한국어, 영어, 중국어가 차례차례 번역되어 울려 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모니터에 집중됐다.


 


 


 


 


 


-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







































 


1999년 7월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


 


앙골모아 대왕을 부활시키고


 


그 전후 마르스는 행복해 지리라


 



 


-노스트라다무스-


 


 


 


 


 


 


 


 


 



 


ㅡ The en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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