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뒤에 오세요."
나는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집으로 가는 길목에 비어캐빈이라는 맥주집이 있는데,
얼마 전 '옛날통닭 6900원 포장가능' 이라고
크게 써붙여 놓은 걸 봤다.
완이한테 얘기해줘야지, 같이 먹어봐야지 했는데
그게 오늘이다.
전화번호를 찾으려고 검색을 하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통닭 한 번 먹겠다고 동네에 있는 비어캐빈은 몽땅 찾아보는데, 그 집만 빼고 다 나온다.
참 나, 비어하우스였다.
비어캐빈이 안나와서 비어로 검색어를 바꿨다가
얻은 쾌거였다. 분명 비어캐빈이었는데 언제 바뀐걸까.
지하철에서 내려서 길 건너에 있는 맥주집
문을 열고 들어간다.
비어캐빈이며 비어하우스인, 그 맥주집.
사장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보자마자
포장된 통닭을 가지고 나오신다.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주문한건지?"
"딱 보면알죠."
딱 보면 아는 사장님에게 잘먹겠다며
인사하고 나왔다.
늦은 밤과 집으로 가는 길 그리고 통닭.
어디선가 본 듯한 낯설지 않은 얼굴같은
이 조합.
아버지의 통닭이다.
늦은 귀가길에 술내를 풍기며 들어오는 손에 들려있던
바로 그 통닭.
조건을 달고 싶지 않지만
어쨌거나 그건 사랑이었다.
아주 서툴고 이해하기 힘든 표현 방식을
쓰던 한 남자를, 오늘은 조금 이해해 본다.
술내 대신 고소한 닭기름 냄새를 풀풀 거리며 가는길.
나는 봉지 안에 든 냄새 나는 사랑을 너와 같이 먹을 생각에
웃음이 난다. 목이 퍽퍽하다며 투정할 너에게
맥주 한 캔 사다 줘야하나 싶어서.
그런 나는 통닭 봉지를 흔들며 간다.
힘차게 앞 뒤로 흔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