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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여섯살 많았던 그녀는, (그다음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262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님은먼곳에
추천 : 119
조회수 : 5403회
댓글수 : 706개
등록시간 : 2014/10/14 22:32:19
 
 
 
 
"정우는 여자친구 사귀면 뭐 제일 해보고 싶었어?"
 
"글쎄... 딱히 생각해보거나 뭐 해야지 했던건 없는거 같아.
같이 밥을 먹어도 좋고, 걸어도 좋고, 그냥 만나서 같이 있으면
그게 다 좋을거라고만 생각했지"
 
첫사랑이였던 예전의 그녀는
학과에서 인기가 많았고 동아리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예쁘지는 않았는데 유독 그랬다
친구들 모임에 자주 불려 나갔고
친구들과의 사이가 어찌나 좋은지 약속이 없는 날이 없었고
나를 만날때도 친구와 같이 만나면 어떻겠냐며
셋, 또는 넷이 만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내 친구의 친구였던 그녀와 가깝게 된 계기도
친구와 함께 있던 술자리에 그녀가 합석하게 되서 그런거였는데
집이 가깝기도 했고 우연히 같은 강의를 들으며 친해지게 됐다
 
이성과의 접촉이나 만남이 거의 없었던 내게
그녀는 어떤 부담도 없이 호감으로 다가왔고
만남의 빈도가 잦아지고 집 근처에서 가끔 만나고
단둘이 만나게 되는 일이 한두번 있게 되면서
내게 사랑으로 다가왔었다
 
그렇게 다가와서는 별다른 추억이나 인연도 없이
세달을 채우기도 전에 떠나갔더랬다
 
일전에 언급했듯이 내 친구도 그때 같이 떠나갔다
 
그런 내게
여자친구와 무언가를 한다는건
어떤걸 하든지 로망이요 기쁨인건 당연한 것이겠다.
 
누나가 내 옆에서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몸을 움직이는 것만 봐도 좋은데
뭔가를 한다면 얼마나 좋을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그 뭔가는 음... 뭐...
남들 다 하는 그.... 뭐... 뽀뽀 라던가
아니면 입술끼리 부비는거라든가
내 입술이 누나 입술에 닿는거라든가
아, 아니 굳이 입술이 아니여도 볼에라도 닿는거라든가 하는
뭐 그런거 말이다
뽀뽀가 아니여도 쪼옥 하는 그런거 있잖아 그거
 
"누나는? 누나는 뭐 하고싶었는데?"
 
"음......................."
 
누나는 전 남자친구랑 오랜 시간을 사겼으니까
많은걸 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해봤던걸 찾는게 더 어렵겠지
안해본게 있으면 나랑 해보면 되는데 말야
 
전 남자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으려해도
소심하게 툭툭 심장이 얼큰한거 보니
되게 이해심 많고 착하기만 하지는 않은가보다 나는.
 
누나의 대답이 나오기까지
굉장히 짧은 시간에 불과했는데
난 그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한거 같다
 
비록 누나랑 나랑 맘이 잘 맞아서 지금 이렇게 부비작 거리고 있지만
현실인듯 현실이 아닌 이 붕 뜬 마음은
아무리 가라앉히려해도
몇백개의 조각 중 한두개는 송곳처럼 날카롭게
"더 깊어지기전에 그만두는게 어때!" 라며 콕콕 찌르고 있었다
그때마다 "닥쳐" 하며 깊이 묻어두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무리 좋았어도 난 아직 그 좋다라는걸 감당하기엔 어렸던거 같다
 
됐고, 누나가 말을 이었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강 바라보다가 얘기하다가 걷다가,
그러다가 집에 가자. 다른건 안해도 괜찮을거 같아."
 
"응 나도 딱히 뭔가 하고 싶지는 않아
아직 누나랑 이렇게 있는게 실감나지도 않고
누나랑 손잡고 팔짱끼고 이렇게 계속 있고 싶어"
 
"춥겠네 우리 정우. 누나한테 이거 벗어줘서.
이제 두꺼운 옷 슬슬 꺼내서 입고 다녀야겠어"
 
"누난 약하니까 잘 챙겨입어야돼
이 마른것좀 보라고, 살 좀 쪄야겠는데"
 
"정우가 아직 뭘 몰라서 그러는데 숨겨진 살들이 많아
이게 다 여자의 비밀이라는거라구 ㅋㅋ"
 
"숨길데가 어딨다고 숨겨졌대 ㅋㅋ 웃기시네 아주
좀 더 쪄도되니까 다이어트니 뭐니 굶거나 그러지 말라고
잘먹어도 모자란판에 다이어트는 무슨"
 
누나랑 쪽지를 나누며 알게 된 사실중에 하나는
누난 맨날 다이어트를 해야한다느니
오늘 뭘 먹었는데 이게 몇 칼로린데 어쩌구 하는
참 말도 안되는 걱정이 있다는 거였다
 
실제로 누나는 그냥 보통 체형이라
다이어트는 커녕 간식 야식을 챙겨먹어도 될거 같았다.
 
"모르는말씀, 여자는 평생 다이어트 하는 동물이야"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지만
일단은 끄덕끄덕.
 
 
 
 
노을은 많은 시간을 우리에게 할애해주지 않았다
노랗고 붉던 하늘은 금세 까맣게 칠해지기 시작했고
주변은 이내 가로등 빛만이 보이고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흐릿해지고 있었다
 
가로등 밑에 있는 사람들은 멀리서도 더 잘 보였지만
일부 빛이 비추지 않는 곳은
그저 깜깜히 누가 있다는 것만 짐작이 될 뿐이였다
 
나랑 누나가 있던 벤치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 있어서
빛이 있지도 않은 없지도 않은 애매한 자리였다
 
은은한 빛이 비추는게 더 운치있게 느껴졌다
 
아침부터 계속 잡고 있던 손인데도
질리거나 손을 놓고 싶다는 그런건 없었다
더 오래 잡고 있고 싶고,
많은 시간을 더 이 손과 같이 있고 싶었다
 
작도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누나의 손
 
가만히 잡고 있다가 만지작 만지작 꿈틀대본다.
손등을 쓰다듬고 손바닥을 간질이고
손목을 잡아보고.
 
그러다 손을 등 뒤로 돌려
누나를 감싸안는 형식으로 어깨에 손을 걸치고
내쪽으로 누나를 조금 당겨봤다
 
"춥지?"
 
식상한 멘트는 아니였을까.
 
"얼마 살지는 않았는데
누나랑 함께했던 요 몇달이, 그리고 요 며칠이
내 생애 제일 즐겁고 행복한 날인거 같아
이런 마음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누나"
 
"누나도... 누나도 그래 정우야"
 
"나 잘 갔다올게. 누나"
 
"누나가... 배웅해줄게 그날. 연차쓰면 되니까"
 
"아냐 쉬는날 아닌데 억지로 그러지는마"
 
와줬으면 싶었다
누나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담아두고 싶은데
차마 오라고 말은 못할거 같았다
 
누나가 원하는 남자답고 의젓한 모습은
이럴때 오지말라며 씨익 하고 웃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미친...)
 
"아냐, 누나 그날은 쉴거야. 너 보내고 누나도 좀 쉬고 하면 될거같아
요즘 일 열심히 했으니까 하루정도야 뭐 괜찮아 ㅎㅎ"
 
"그래...? 그래 그럼"
 
기뻤지만 티내지 않는 시크함
그건 멋진게 아니라 멋이 없는거라는걸 왜 그땐 몰랐을까
 
 
 
 
정모때 헤어졌던 그때처럼
기차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누나는 보내야하는
그 순간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침에 경산역을 출발한게 방금 같은데
벌써 어둑어둑한 주변의 모습이라니
시간은 정말 어쩜 이리 야속한거냐...
 
떠날 시간은 다가오고
떠나기는 싫고
집에는 가기 싫은데 가야하고
누나를 보내기 싫은데 보내야 하는
 
얄궃은 시간이 계속해서 흘렀다
 
아쉬운 모습, 침울한 모습 보이지 말자라는 생각에
밝은 음성으로 누나를 부른다
 
"누나, 가자. 여기 다음에 또 오자. 좋네 여기"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고 누나를 일으켜 세웠다
내가 걸쳐준 옷은 누나 어깨에 다시 안 떨어지게 걸쳐주고
그렇게 쳐다보고 있자니
어제밤이 생각나 누나를 안고 싶어졌다
 
........ 아니 안고 싶어졌다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누나를 안고 있었다
 
따뜻했다
 
등으로는 차가운 바람이 부는데
누나가 있는 내 품은 그저 따뜻하기만 했다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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