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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팬픽] 푸른 무지개 #1
게시물ID : pony_426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halanX
추천 : 5
조회수 : 486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05/13 19:12:33
푸른 무지개 #1
   그리고 열차는 초원을 가로지른다.



 레인보우 대쉬가 죽었다.

 처음에는, 질나쁜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관에 뉘인 그녀의 핏기없는 시체를 직접 눈 앞에 두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들려주었던 크리스탈 궁전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을 비춘다는 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래, 어디부터 이야기 할까…. 크리스탈 궁전의 이야기? 좋아. 어, 우선 그곳은 매우 크고, 아름답고… 글쎄, 무어라고 설명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곳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거든.」

「아 참, 그 문! 어떻게 그 문을 잊을 수 있지? 한 때 크리스탈 포니들을 지배했던 솜브라 왕이 만든 비밀 공간에는 무시무시한 문이 있어.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을 비추는 문이지. 그 문이 보여준 환상 속에서 나는 공주님께 버림받았고, 만약 내 곁에 스파이크가 없었다면(이 때, 그녀는 그녀의 작은 드래곤을 살풋 껴안았다.), 아마 우리는 그 아름다운, 크리스탈 궁전과 포니들을 지킬 수 없었겠지.」


 오, 트와일라잇 스파클, 부디 이 악몽을 깨어줘요!…. 그녀를 돌아보았을 때, 그리고 느리게 떨어지는 그녀의 눈물방울이 바닥에 부딛혀 깨어지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나의 발밑이 깨어져 산산조각나는 기분이 들었다.

 '레인보우 대쉬가 죽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온통 어두컴컴해진 가운데 그 한마디 말만이 형체를 갖고, 어느 날 밤의 꿈 속의 목없는 말이 몰고왔던 것과 비슷한,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상실감과 공포감이 나를 향해 질주하는 것 같았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대쉬는 죽었어!'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머릿속에서는 심장이 터질듯 두근대기 시작했고, 절망의 발굽소리는 점점 커져만갔다. 두근두근, 다그닥다그닥, 두근두근, 다그닥다그닥, 머리를 뒤흔드는 발굽소리와 심장소리에 귀가 먹어버릴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때,(후일,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숨을 가쁘게 헐떡이던 나는 푹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나에게 둘도 없는,(아니, 둘이나 있다.) 친구들이 나를 애타는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스쿠틀루! 정신이 드나? 언니야! 인났다! 스쿠틀루가 깨어났다!"

"오,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스쿠틀루!" 스위티 벨은 나에게 뛰어들듯 안겼다.

 두 친구의 호들갑 속에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고, 지끈거려 아픈 머리를 좌우로 휘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빅맥과 애플잭이 끄는 수레 위였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니, 곧장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이름은,

"대쉬! 레인보우 대쉬는?"

 그렇게 외치자 삐걱, 수레가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나에겐 그런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을 뿐이었고, 또한 무엇보다 나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얼굴에서 내가 던진 질문의 답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의 힘없는 표정이 내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죽었어, 스쿠틀루.'

 풀썩 주저앉자, 건초더미가 내 엉덩이를 간지르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데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나도 어둡게 느껴졌다. 분명히 낮인데도 이렇게 어둡다니, 이건 디스코드의 못된 장난일 거야.

"대쉬의 장례식은" 애플잭이 덤덤하게 말했다. "이틀 뒤, 캔틀롯에서 진행될기다. 너도 가고싶겄제."

 그녀는 계속 목소리에 감정을 싣지 않은 채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장례식은 사흘간 진행될 것이며, 마지막 날에는 네 공주와 경비대장, 원더볼츠 등이 참석할 것이며, 이는 이퀘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명예로운 장례식이 될 것이며….)를 주절거렸으나, 정작 내 귀에 들리는 단어는 '장례식'이라는 세 글자 뿐이었다.

"다 왔다. 이제 모두 내리라. 캔틀롯으로 가는 열차다."

 소리는 들리나,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느낌을 아는가. 애플잭이 남긴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열차의 차장만이 나에게 타겠냐고 묻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서둘러 수레에서 내려 열차로 옮겨탔다.

 마지막으로 내가 올라타자 열차의 문이 기다렸다는 듯 큰 소리를 내며 닫혔고, 이내 무거운, 무겁고도 무거운 증기소리와 함께 열차는 초원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칙, 칙, 칙, 칙, 치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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