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내어주고만 한국 대표팀 (사진제공 : 연합뉴스) |
박문성의 스페셜 핫매치 리뷰 <대한민국 vs 이란>
경기정보
일시 : 2012년 10월17일 (수) 새벽 1시30분
구분 :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
장소 : 아자디 스타디움(이란)
경기결과 : 이란 1-0 대한민국
득점자 : 76분 네쿠남
퇴장 : 56분 쇼자에이
경기라인업
“방 빼” 어처구니없는 이란의 일방통보 이해할 수 없는 조처다. 이란이 현장 국내 중계진에 취한 행동이다.
국내 중계진은 이틀 전에 이란 테헤란 아자드 스타디움에 도착해 방송 장비 설치와 점검을 마쳤다. 이러한 작업은 통상 중계권 판매사와 해당 방송국 간의 논의와 합의로 진행된다. 아자드 스타디움의 중계 부스 설치도 아시아축구연맹의 중계권 판매대행사인 월드스포츠그룹(WSG)과 중계 방송사인 SBS의 합의로 이뤄졌다.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 권리는 해당 홈 축구협회가 아닌 아시아축구연맹이 가지고 있어 경기 진행과 중계의 최종 결정과 책임은 AFC의 몫이다. 이란 정부와 축구협회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기 4시간 전 국내 중계진은 말도 되지 않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이란 국영방송이 써야 하니 국내 중계진이 이틀 동안 세팅해 놓은 중계 부스를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WSG와 국내 중계진이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해 보았지만 이란 정부의 결정이라는 황당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몇 번 양보해 이란 측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하루 전도 아니고 경기 당일 경기장에 도착한 중계진을 향해 방을 빼라는 건 결코 상식적이지 않았다.
결국 국내 중계진은 경기 킥오프 4시간 전 부랴부랴 방송 장비 등 짐을 싸 중계 부스를 옮겨야 했다. 마이크가 경기장 현장 중계 장비를 거쳐 중계차로 들어가고 중계차에서 위성이나 광통신망을 거쳐 국내로 쏘아 올려져 각 가정의 TV로 송출되는 과정은 생각처럼 간단한 작업은 아니다. 경기 전과정이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방송사고의 노출 위험이 큰데 최소한 이틀 전에는 현장에 도착해 중계방송 장비 세팅을 마무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내 이란의 골문을 열지 못한 박주영 (사진제공 : 연합뉴스) |
때문에 방송 시작 4시간 전에 모든 장비를 뜯어 중계부스를 옮기라고 한 조처는 비상식적이다. 그마저도 2개의 마이크 중 이란 현지에서 설치한 라인 하나가 불통되면서 마이크 하나로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번갈아 가며 중계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빚었다.
가장 불편하고 답답했을 건 TV로 경기를 지켜본 시청자와 축구팬들일 것이다.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이란의 이번 조처는 해도 해도 너무 하지 않았나 싶다. 비자 지연 발급이나 열악한 연습장 환경 등도 어처구니없고 옹졸해 보였지만 대표팀의 경기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중계방송에까지 이러는 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경기에 앞서나가자 여지없이 필드를 침대 삼아 누워버리는 모습 등 안타까움이 큰 중동 축구다. 물론 유리한 경기를 펼치고도 승리하지 못한 한국대표팀의 플레이가 아쉬웠던 경기다. 쇼자에이가 퇴장 당하면서 수적으로 유리했지만 외려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김신욱과 기성용 카드는 잠재력을 재확인했지만 김보경과 이청용 등이 완전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건 안타깝다. 슈퍼키드 손흥민을 대표팀에서 어떻게 활용할 지의 숙제를 남긴 일전이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중동축구가 자꾸만 이렇게 가는 게 중장기적으로 스스로에게도 이득이 되는 지 분명 생각해봐야 한다.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기느냐가 보다 중요하다. 잘 이겨야 다음에 또 이길 수 있다.
이기는 것은 생존이지만 어떻게 이기느냐는 정의의 문제다.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tg=ranking_news&mod=read&ranking_type=popular_day&date=2012-10-17&rank_id=47783355&office_id=208&article_id=0000000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