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19살 어린 나이에 다섯살이나 많던 너를 만나 연애를 한게 벌써 2년 전이네.
많이 좋아했지. 생각해보면 뭘 몰랐던 나이였나봐.
내가 널 왜 좋아했었는지 생각해봤는데 너의 당당함 때문이었어. 나보다 7cm는 작은 키에 학교도 집안환경도 좋지는 않았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이랄까.
재밌었지 같이있으면 웃긴 얘기도 많이 해줬었구. 물론 그 모든 출처가 오늘의 유머라는걸 이젠 알지만 ㅋㅋ
우리 2년 4개월이나 함께 했더라? 생각보다 길었어. 그만큼 잊기도 힘들었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과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니 니가 쓰레기란걸 알겠더라.
관계시 절대 콘돔은 안쓰고, 그러다 임신됬을땐 내몸에 손까지 댔었지? 결국 유산되고 병원갔다온 날 돈 없다며 징징대던 넌 강아지를 샀더라.
난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너무 화가 나. 내가 그리고 니 씨앗이 개만도 못하니?
그래도 난 니가 좋았어. 니가 원하는거라면 다 해주고 싶었고. 어떻게 사랑하는 게 옳은 건지 몰랐던 거 같아. 그냥 퍼줬지.
알콜 중독자인 니 아버지가 술에 취하면 지껄이는 헛소리를 다 받아주고 , 남자 둘이 사는 니네집 청소도 하면서 그렇게 지냈지.
넣는 족족 떨어지는 니 자기소개서를 20장이 넘게 대신 쓰고 마지막 간신히 합격한 그 회사. 넌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난 좋았어.
솔직히 너한테 과분했잖아? 이제 꿈같은 미래만 남았다고 생각했지.
근데 씨발 야 , 거기서 바람이나? 힘들다고 그만하자고? 그게 바람이 나서 그랬더란걸 차마 몰랐다. ㅋㅋㅋㅋㅋㅋ
그래 나 너 믿기 힘들었지 막판엔 의심도 많이 했지. 니가 하는 대부분의 말들이 거짓말이었잖아. 집안환경이 불우해서 거짓말을 하게 됬다고?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럼 최소한 고치라고 노력은 했어야지. 니가 차있어서 사귄거 아니냐고? 니가 그랬지 나 너무 곱게 자랐다고.
그래서 니차 같은 차 타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솔직히 무서웠어. 가다가 차가 분해될거 같았거든.
2년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다. 처음엔 그냥 죽고싶었고, 그래 그래서 모든 거 다 때려치고 해외 나왔어. 내가 너한테 갈 수 있는 모든 걸 다 차단하고 싶었거든. 너희 집도 직장도 니 친구들도 다 아는데 , 안 그럴 자신이 없더라. 처음 1년은 안운날이 없었어. 즐겁게 생활하려고 노력했는데, 펍에서 맥주 한잔 하다가, 시체스 해변을 걷다가, 가끔은 비행기 체크인을 하다가도 울컥울컥 눈물이 나더라. 덕분에 쪽 많이 팔았지.
근데 얼마 전 니가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 거짓말처럼 괜찮아졌어. 차분하게 마음이 가라앉더라.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헤어짐이 납득이 안되서였나봐. 그래 이제 문제가 풀린 기분이야. 딱 우리가 헤어진 전날부터 사귄 너희들이 너무너무 이뻐 죽겟더라.
난 이제 연애같은거 못할 거 같아. 남자란 존재에 아예 질려버린거 같아. 금발의 키 큰 영국애들도, 돈 많은 아랍 애들도, 너무 친절하고 재밌던 스페인, 프랑스 애들도 그리고 날 항상 챙겨주는 우리학교 한국 애들도... 난 선을 긋게 된다. 그 짓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너무 힘들었거든.
그래도 괜찮아. 연애 말고도 세상엔 할게 너무 많으니까. 난 잘지내 !
그러니까, 내 페이스북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뭐하고 사니? 외국이야?" 이딴거 한번만 더보내면 진짜 뒤진다. 꺼져 병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