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나고 있는 나무를 자르고선,
남아 있는 그루터기에 물을 주며 어서 빨리 자라나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난 정체되어 있다.
이미 돌아서 온 길 위에 있으면서 한치도 앞을 내딛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보이질 않는데,
정작 어디로 가야할 지... 앞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언가 뒤를 보이지 않게 잡아끄는 것 일수도 있고,
스쳐가는 것들이 흐리게 만든다.
허나, 봉사 앞 가림 없이 가는 듯이
가야만 한다.
알 길이 없다.
알아도 길이 없다.
길은 없다.
벽이다.
넘기도 싫은
벽이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