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기관 요원들의 '은밀한 전쟁터'.. 국회 정보원의 세계
게시물ID : sisa_4267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百年戰爭
추천 : 0
조회수 : 2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8/16 22:05:14
출처 : http://media.daum.net/politics/all/newsview?newsid=20130816214709168

국정원 직원·경찰들 평복 차림 의사당 출근, 의원·보좌관·기자들 만나 정보수집·유통
법안에 민감한 기업들도 파견 부쩍 늘어


1998년 12월31일 밤, 국회 의사당 본청 529호실 앞. 한나라당 국회의원 40여명과 당직자, 보좌관 등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손에는 드라이버와 쇠망치가 들려 있었다. 그들은 '연장'을 사용해 문을 땄다. 이재오·홍준표·이규택 의원 등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문건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529호실을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의 국회 분실"이라고 주장했다.

■ 대통령에 올라가는 '독상 보고'가 그들의 꿈


'529호실 난입 사건'은 정국에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는 탈취한 문건을 근거로 안기부의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했다. 여야간 공방이 이어졌다. 국회 사무처는 100여명을 국가기밀 문서 절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서울지검 남부지청장이 현 정홍원 국무총리다.

529호실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6월 국회 정보위원회에 설치됐다. 내부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정원이 국회에 보고한 문건과 속기록이 밀봉된 '정보위 열람실'과 이중잠금장치가 돼 있는 '정보위 조사관실'이 있었다. 한나라당은 529호실을 야당 사찰과 정치공작을 목적으로 한 안기부의 '여의도 출장소'로 바라봤다. 새누리당이 국정원 선거개입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529호실 난입 사건은 보름 만에 김종필 국무총리가 유감을 표하며 종료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3월18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영수회담에서 "529호실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529호실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2013년 7월24일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회의장.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어제 제가 우연히 국회 마당에서 국정원의 정보를 수집하는 요원들을 만났다. 매우 겸연쩍어 하더라"며 "그래서 제가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했더니, 손으로 본청을 가리키면서 저기서 오는 길이라고. 아마 제 추측으로는 6층에 있는 국정원 파견직원 방에서 오는 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국회는 정보의 바다다. 수많은 정보들이 시시각각으로 유통된다. '찌라시(사설정보지)'부터 고급정보까지 다양하다. 온갖 기관의 정보원들이 안테나를 쫑긋 세우기 마련이다.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도 예외일 수 없다. 국정원은 정식으로 국회에 직원들을 파견하고 있다. 사무실은 본청 6층에 있다. 국장급 팀장 등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최근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도 18대 국회에서 국정원 국회팀장이었다. 이들은 아침마다 여의도로 곧바로 출근한다. 국정원이 소재한 서울 수서구 내곡동에 출근 도장을 찍고 여의도로 넘어오는 요원들도 있다. 통상 '아이오(IO, Intelligence Officer)'로 불리는 국정원 정보관들이다. 이들은 6층 파견관 사무실을 거점으로 정치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국정원 정보관의 규모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1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국회 관계자는 "IO는 8명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정보소식통은 "이명박 정부 중반기에는 20명 정도가 들락거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관은 과거 '조정관'으로 불리며 공식적으로 각 기관에 출입했다. 국회,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법원, 검찰, 언론사, 기업, 대학에서 정보를 긁어모았다. 참여정부는 2003년 출범하자마자 국정원 개혁 차원에서 조정관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정보관으로 이름을 바꿔 비공식적으로 국회를 드나들고 있다.

정보관들은 국회의원, 보좌관, 기자들을 만나 정보를 수집한다. 복장은 평범한 회사원 차림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시커먼 양복과 선글라스 차림과는 거리가 멀다. 명함에는 소속 기관이 표시돼 있지 않고 이름과 연락처만 달랑 적혀 있다.

정보관들은 각 정당과 국회의원을 나눠서 담당한다. 야당을 담당하는 정보관은 정보수집에 애로를 겪는다. 정보관은 하루종일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오후 4~6시쯤 일일보고서를 작성해 내곡동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가 곧바로 의미있는 정보는 아니다. 관련 자료들이 취합·검증·분석 과정을 거쳐 계통을 밟은 후 차장·국정원장에게 최종 제출된다. 이튿날 국정원장 책상에 올라가는 정보쯤 돼야 '진짜 정보'라 할 수 있다. 국정원장을 거쳐 대통령에게까지 올라가는 '독상 보고'는 평생 한 두번 만들 수 있을까 말까한 '정보 중의 정보'다.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가점도 가장 높다. '독상 보고'는 모든 정보관들의 꿈이다.

정보관의 정보 수집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국정원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던 시절에는 아무 때나 국회의원을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 정치 정보의 개방성이 높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한 의원 보좌관은 "만나서 술이나 먹는다면 모르지만 서로 주고받을 정보도 없다"고 밝혔다. 모 정당 당직자는 "아침 조간 신문을 스크랩하는 수준 아니냐"고 했다. 한때 원세훈 전 원장은 국내 정치 보고서를 보고 "찌라시 같은 정보 올리지 말라"고 질책했다는 설이 여의도에서 나돌기도 했다.

■ 경찰, 국회 인사 첩보 윗선 보고 국회와 갈등 빚어


경찰도 국회에 정보원을 보내고 있다. '정보과 형사'로 불리는 '정보관'들이다. 경찰청 정보국 소속이다. 경찰 정보관들 역시 국정원 정보관과 유사하게 활동하고 일일보고서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드쿼터'는 서울 한남동 정보분실이다.

최근 국회가 경찰 정보관들이 상주하던 본청 2층 사무실을 폐쇄하는 일이 일어났다. 공식적으로는 국회 경찰 경비대가 사용하던 방이다. 경찰 정보관의 거점으로 사용됐다.

국회의 폐쇄 조치에는 국회와 경찰 간의 '불쾌한 일'이 발단이 됐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고위 관계자의 경찰청 간부 폭행 사건의 후폭풍이라는 소문도 있다. 실제로는 국회 의사당 개보수 과정에서 국회 고위 관계자가 '뒷돈'을 받았다는 첩보를 경찰이 윗선에 보고한 것이 화근이 됐다. 국회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었고, 국회 수뇌부가 경찰에 상당히 열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밑바닥 정보에 강하다. 경찰 정보력은 누구 집 부엌 선반에 그릇이 몇 개인지조차 다 안다고 해서 '숟가락 정보'라고도 한다. 지난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명단을 언론에 최초로 확인해준 쪽도 경찰이었다. 정치권과 국회 인사들의 소소한 정보도 수집한다. 이런 정보는 경찰청을 거쳐 '윗선'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열린 사회로 국정원·경찰 정보관 위상 갈수록 축소

국정원과 경찰 정보관의 역할과 위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민주화의 결과다. 열린 사회가 되면서 각 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비공개 정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기업 대관(對官)업무 요원의 정보력이 뜨고 있다. 정보력도 기관에서 시장으로 넘어가는 추세인 것이다. 한 국회 정책보좌관은 "상임위 관련 법률이나 동향은 기관 요원이나 정치부 기자보다 대관업무 하는 사람들이 제일 빨리, 정확히 알고 있다"며 "이해관계가 걸린 만큼 더욱 악착같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국회에 대관업무 요원을 파견한다. 대기업은 국회 등 정부기관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조직인 대관팀(CR, Corporate Relation)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은 통상 2~3명 정도의 직원을 국회에 보낸다. 부장급이나 과장급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정부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국회에 직원을 파견할 수가 없다. 따라서 상주하거나 잠시 머물 수 있는 사무실이 없다. 대관업무 요원들은 국회 본청이나 국회 의원회관을 떠돈다. 기관 요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쌍한 처지다.

1차 공략 대상은 기업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기획재정위,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해양위원회의 보좌관들이다. 여야 핵심 의원들과 그 보좌관도 주타깃이다. 이들은 학연, 지연, 혈연을 총동원해 끈을 만든다. 국회 입법조사관과 정치부 기자들도 만나 귀동냥을 한다. 한 기업 대관업무 요원은 "군대처럼 사주경계와 보고철저가 일이다"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대관업무 요원은 부쩍 늘고 있다. 법안의 일자일구에 기업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자 한 화학업체는 재난사고 전문가를 국회 대관업무에 투입하기도 했다.

대관업무 요원들은 상임위 법안 성안 전부터 정보를 포착해 회사에 보고한다. 이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거나 큰 이슈일 경우 경제단체를 통해 집단적인 압력을 행사한다.

최고의 로비력을 갖춘 대기업은 역시 삼성으로 알려져 있다. 대관업무 요원의 보고를 바탕으로, 실제 로비는 미래전략실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에는 삼성그룹의 한 임원이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과 관련해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실로 협조 문건을 보낸 것이 확인된 적이 있다.

2011년 5월에는 전경련이 로비대상 정치인 명단을 만들어 주요 기업에 할당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은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이용섭 기재위 간사, 우제창 정무위 간사를 맡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홍영표 환노위 간사를 담당했다.

대기업 '오너'나 경제단체 차원의 대응으로까지 올라가는 정보의 단초를 포착하는 것이 대관업무 요원들의 임무다.

■ 기업들 법안에 민감, 정보 많은 보좌진들 요원에 채용


최근에는 국회 보좌진을 대관업무 요원으로 채용하는 일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비한 포석이다. 올해만도 20여명의 보좌진이 기업으로 옮겨갔다. 대부분은 여야 핵심 의원 방의 실력있는 보좌관들이다. 그들은 상임위 관련 법안에 정통하다. 국회 근무 경력이 길어 인맥도 탄탄하다. 법안 정보가 목마른 기업들에는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정예요원인 셈이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감시하던 국회 보좌진이 곧바로 로비스트로 가면 국회 감시 기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관업무 요원들은 정보전뿐 아니라 여론전도 펼친다. 경쟁기업에 대한 '마타도어'도 퍼뜨린다. 경쟁기업을 겨냥한 정보와 역정보가 난무한다. 정보 전파 속도가 빠른 여의도의 속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대관업무 요원들이 단순히 경제 관련 정보만 취합하지 않는다. 정치인 동향, 고위관료 인사동향도 챙긴다. 권력의 향배를 정확히 파악해 이에 맞춰 로비하려는 목적이다.

대선 때마다 대관업무 요원들의 최고 관심사는 대선 결과 예측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선이 유력한 후보의 노선이나 정책에 맞춰 기업 경영방침을 미리 정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19일 대선 결과 윤곽이 나오자 "A사는 죽었네, B사는 살았네"라는 말들이 파다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