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동급생들에게 온갖 폭행과 모욕, 성추행 등 '왕따 폭행'을 당했던 서울 강서구 K중학교 1학년 임모(13)군 가족은 8일 살던 집을 떠나 경기도 남양주의 한 교회로 피신했다.
가족들은 임군이 가해 학생 7명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했던 학생의 아버지가 지난해 12월 집으로 찾아와 벌인 난동과 협박이 되풀이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1년간 자식이 당한 '왕따 폭행'도 모자라 가해자 가족의 협박 때문에 가족 모두가 살던 곳을 떠나야 할 형편이다.
임군 가족에 따르면 임군이 가해 학생으로 지목한 정모(13)군의 아버지는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1시 임군의 집을 찾아왔다. 그는 "목을 따 버리겠다", "죽여버리겠다"라며 30분 동안 소리를 지르며 임군 가족을 윽박질렀다. 그는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임군 가족은 그날 이후 공포에 떨고 있다.
정군의 아버지가 이런 난동을 부린 이유는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9일 임군의 아버지가 정군을 불러 폭행에 대한 자술서를 받고, 정군이 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다고 학교에 항의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그날 임군은 "시험 잘 봤냐"는 정군에 물음에 "응"이라고 대답했다는 이유로 학교 인근 골목길에서 폭행을 당했다. 정군은 "야, 너 성적 올랐다고 유세를 떠냐?"며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임군이 길바닥에 쓰러지자 밟아 짓누르기도 했다. 이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한 여고생이 학교에 신고 전화를 했다. 생활지도교사는 두 학생을 학교로 데려갔지만, 정군은 물론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임군에게도 반성문을 쓰도록 시켰다.
임군의 아버지는 이날 정군을 집으로 불러 폭행에 대한 자필 진술서를 받았다. 정군은 자술서에 "(임군이) 힘이 없고 만만하게 보여서 때리고 괴롭혔다", "임군이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해서 나도 때렸다"고 썼다. 또 "학교가 끝나면 임군을 데리고 가서 지하주차장에서 폭행을 했다. 아파트 단지 뒤에서 협박하고 발로 배를 차고 넘어트리고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손으로 배를 쳤다. 자전거로 왼쪽 손을 깔아뭉개려고 했다"면서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이 자술서는 강서경찰서에 지난해 12월 15일 증거로 제출됐다.
임군의 가족은 살고 있는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임군의 집은 공공임대주택이어서 원칙적으로는 이사가 불가능하지만 SH공사와 서울시가 긴급 회의해 1월 중순 이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임군 가족이 가해 학부모로부터 협박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사할 곳은 서울 마포구의 공공임대주택이다. 임군 아버지는 8일 "우리 아들이 맞았는데 우리가 집을 옮겨야 하고,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의 정의입니까"라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세상 사람들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