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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저녁드라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게시물ID : drama_427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1
조회수 : 5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3/07 09:07:26
 
 
 
 
 
십수년이 지나면서 여러가지 드라마를 봐 왔지만 인어아가씨부터 시작한 드라마의 기본 전개라는건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제목만 다른 주인공들만 다른 같은 내용의 드라마를 보고 있다.
 
인물들의 기본 성격이라는게 있다. 이놈은 착하고 저놈은 나쁘고. 그런 성격을 기본으로 특징적인 것들을 부여해줘야 하는데
 
어느새 드라마들을 보다보면 얘는 한없이 착하고 멍청하고 띨띨해서 당하고 살지만 하늘이 도왔는가 나중엔 잘되고,
 
저놈은 한없이 나쁘지만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암튼 내가 안당하려면 표독스러워져야 해서 결국에는
 
죗값을 받는 그런식의 등장인물들을 굉장히 많이 봐 왔다.
 
 
그러다보니 이게 그 드라마인가 저게 그 드라마인가 싶기도 하고 '야 그거 sbs아냐? mbc야?' 하고 말하기까지 한다.
 
 
 
 
 1456036094150.jpg
내가 착하게 살아도 뭐...
 
 
 
 
 
 
 
 
 
인물들의 상관관계도를 봐도 그렇다. 흔히들 저녁드라마 라고 하는 것들을 보면 이젠 누가 누구 아빠일것 같고 누가 누구 엄마일 것 같고
 
아 쟤는 시누이인데 뭔가 주인공한테 짜증을 내는구나 하는 것 까지 알 수 있다. 보기에는 정말 편하다. 그러니까, 짜장면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시켜먹는 장소만 달라지는 경우다.
 
 
그런데 이런 과포화상태의 시나리오 구성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지를 가졌는지 이제는 그보다 더 한 막장드라마들이 나온다.
 
아무래도 기존에 고부갈등으로 대표되는 시어머니-며느리의 관계는 지루했는지, 서로 '어머님 왜그러세요 '서방 수발 제대로 못드니'
 
하는 식의 대화는 진부했다고 느꼈는지 이제는 김치로 싸대기를 올려붙이고 암환자 드립을 치고 손주를 숨기고 고의로 차사고를 내기도 한다.
 
 
 
 
문제는 뭐냐면, 이런 구성을 지켜보며 '어휴 저 나쁜년(놈)' 하는 사람은 있어도 '뭐 드라마가 이따위야' 하고 욕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거다.
 
개구리를 서서히 삶아죽이는 경우일까? 다년간의 뻔한 플룻에 길들여져 온 수많은 사람들은 이제 뭐가 잘못된건지 판단한 능력을 잃은건지.
 
 
 
 
 
 
 
물론 적어도, 고부갈등과 화해 용서로 대변되는 드라마들이 좋은 때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당시에 수많은 드라마들 중 하나의 장르여서 그랬을 뿐
 
모든것이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의 그런 드라마들은 이제 PPL과 재벌로 점철된, 그보다 뻔한 사랑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 드라마제작의
 
폐단일 뿐이다.
 
 
혹자들은 그래도 좋은 드라마들이 많이 있다. 케이블에서 제작하고 또 공중파에서도 좋은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아직은 괜찮을 것이다
 
라고 할 텐데, 사실 그것도 그렇지가 않다고 본다. 임xx 김xx으로 대표되는 드라마작가의 활약상(?)은 방송에서 화자되고 또한 강연으로
 
이어질만큼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것은 예술성을 철저히 배제한 말 그대로 '맛만 좋으면 그만'인 과자와 라면에 비유될 정도로 처참한
 
인스턴트 제품의 지경이라는거다.
 
그러한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또 후배들이 그러한 드라마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시점에, 오직 그들이 가진 부와 인기만을
 
좇으니 앞다투어 고개숙여 그들의 밑에 들어가기를 청하고 또 많은 작가들이 그런 길을 따른다는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내용의 이런 작가의 드라마를 찍지도 않고 또 시청자들이 보지도 않으면, 그 이외의 것은 비주류 취급을
 
받는다. 비주류 드라마를 왜 찍지도 시청자들은 보지도 않는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방송국에서는 돈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시청자들은
 
사람들과 동떨어지기 싫어서라고 이야기한다.
 
 
잠깐만 이것좀 말하고 넘어가자.
 
그걸 알아야 한다. '난 아닌데?' 라고 말할 사람들 말이다. 그건 당신이 그런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남들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뿐이지 대한민국 오천만 국민이 전부 그런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난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백명이 미친듯이
 
인터넷에서 떠들어본들 그게 전국민의 입장을 대변해줄 수는 없기에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또 그런 문제들이 진짜로 이 드라마들 곳곳에
 
상주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대세를 따르자는 말이 아니라, 대세가 그러하므로 비록 소수인 사람들이 옳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관철될 수가 없기에
 
우리부터가 스스로 그런 문제들에 대해 인지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자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좀 샜지만, 아무튼 상황이라는게 그렇다.
 
물론 이런 드라마들이 사회적으로 좋은 현상을 일으킨다면, 천편일률적인 내용이라도 조금은 참고 봐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어쨌든 미디어의 영향력이라는건 무시할 수가 없다. 인기가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매체들은 그만한 명분들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자극적이거나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있거나, 다만 시청자들의 성향으로 비춰봤을 때 자극적이고 신선하기는 하나 그것이 재미지다고
 
느끼면 오롯이 그 주제로만 컨텐츠를 즐기기를 원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나쁜놈들이 암걸릴 정도로 나쁜짓을 하고도 권력에 기대어
 
행패를 부리고 있지만 정의롭고 가난한 주인공이 그들을 잡아넣는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주제들이 영화의 간판으로 내걸리지 않는가
 
인간미는 사라지고 죽고 죽이는 끝까지 가는 식의 영화들만이 인기를 얻으니 문화의 다양성은 스크린에서도 브라운관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럼 그 이외의 주제들은? 고작해야 국제영화제에서나 상영되고 대형 영화사 스크린에서도 점유율이 소수점자리수를 찍는거다.
 
그런 영화 드라마들만 보여준다고 영화사 방송사만 욕할 필요도 없다. 대중들은 어쨌든 끊임없이 보고 있고 그러니 시청률이 사십프로를 찍고
 
천만영화라는게 생겨나는 거겠지.
 
 
 
국민정서와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주류에 편승하는 자신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그런 행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행동도 변화해야 한다.
 
아직은 대한민국 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다. 물론 일정부분, 대세라는건 거를 수가 없다. 다만, 최소한이라는게 있다.
 
스크린쿼터의 피해자가 되고 PPL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비판하고
 
또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개개인이 비평가가 되어야 한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자신이 느낀점을 가감없이 이야기하고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민족투사같이 나열해놨지만 이건 간단한 문제다. 이건 민족을 구한다던지 세계평화를 지키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야 넌 뭐 그냥 대충 봐 ㅋㅋ' 하는 사람들한테 '그게아니라 임마 ㅋㅋ' 하고 이야기해줄 수 있어야 한다.
 
당장 바뀌는것은 되지도 않을거고 또 그로 인해 가중되는 혼란도 원치않는다. 하지만 인식을 조금씩 바꿔가고 그러한 것들을 하지 않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다양한 장르의 문화 컨텐츠들이 각자의 마음에 존중받으며 다양하게 제작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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