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반말로 쓸게요. ;ㅁ;
힘든 한 주였다. 월요일부터 회식이었다. 수요일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피곤했다. 게다가 회사 점심 메뉴라고는 매일 제육볶음, 돈까스, 고등어 조림...해장할 만한 메뉴가 없었다. 따끈한 뼈다귀 해장국 한 그릇이 간절했다.
힘든 몸을 마치 짐짝처럼 버스 의자에 실어놓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화들짝 놀라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집을 조금 지나쳐버린 뒤였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유독 바람이 차가웠다. 따끈한 국물이 생각났다. 오뎅이나 사갈까...생각하다가 정육점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등뼈 팔아요?'
'네. 들어오세요.'
'얼마에요?'
'12000원이요.'
비쌌다. 하지만 나는 거절장애라는 무서운 질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주세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게 최악의 실수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장님은 갑자기 앞의 무서운 기계를 작동시키시더니, 냉장고를 열었다. 거대한 뼈 덩어리를 꺼낸 그는, 내게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12000원에 몇 킬로에요?'
'이거 다에요. :) 한마리 분.'
조각조각 썰어낸 냉동 등뼈 5kg을 들고, 차갑고 어두운 길을 지나 집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뼈 때문인지 손이 더욱 시려왔다. 임신중인 아내가 누워 있었다. 저녁은 대충 먹었다고 했다. 그럼 이제 내 저녁만 먹으면 된다.
30분 동안 찬물에 담가서 피를 뺀 등뼈(2kg...3kg은 냉동실로...) 와 갖은 양념, 냄새가 날 거라길래 소주 반병, 통후추 월계수잎...집에 있는 양념 종류는 다 넣(...지는 못했다. 허브 종류만 많아서..)고, 끓을 때까지 기다리며 잠시 영혼을 스카이림에서 쉬게 하고 있었다.
1시간 경과 후.
'아! 깜빡하고 있었다. 밥 먹어야지.'
감자탕을 찔러보았다. 아직 덜 익었다.
10분 뒤, 감자탕을 찔러 보았다. 아직 덜 익었다.
10분 뒤, 감자탕을 찔러 보았다. 아직 덜 익었다.
10분 뒤, 감자탕을 찔러 보았다. 아직 덜 익었다.
10분 뒤, 감자탕을 찔러 보았다. 아직 덜 익었다.
10분 뒤, 감자탕을 찔러 보았다. 아직 덜 익었다.
10분 뒤, 감자탕을 찔러 보았다. 아직 덜 익었다.
X10.
이윽고 밤 12 시가 되어서야, 만족할 만한 맛의 감자탕이 완성되어 있었다. 이제 밥을 먹어야지...아. 잠깐. 지금 제목에 분명 새벽 1시라고....
리빙 포인트 : 감자탕을 끓이기 전에, 밥이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