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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연하 부인과 결혼한 이야기 2
게시물ID : humorstory_4283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162
조회수 : 26075회
댓글수 : 71개
등록시간 : 2014/11/22 03:29:39
아침에 이어 다시 씁니다. 장문이 될거 같아요.
 
쓰다말고 출근한 1편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28293
 
32살이 되던 해까지 여자를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부장님의 지시로 거래처 직원을 만나
이게 소개팅인지 업무의 연장인지 분간할 수 없는 영업적인 소개팅도 했었고, "여자를 만나고 싶은가? 그러면 동호회를
가입하라!" 라고 충고해준 친구의 말대로 큰 맘먹고 카메라를 장만한 뒤 가입한 DSLR 카메라 동호회는 사진보다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 들어온 발정난 수컷들로만 가득했다. 물론 그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내가 봐도 못나고 남이 봐도 못난
나는 여자 회원에게 말 한번 제대로 섞지도 못하고,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나도 모르게 지갑의 현금과 카드를 탈탈 털어서
술과 안주를 제공해주는 호구 오빠로 전락했다.
동호회에서 맘에 들던 여동생들에게 고백하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들도 비슷한 경험을 아주 많이 하거나 지금도 하고 있겠지만
"그냥 좋은 오빠 동생으로 지내고 싶어요."라는 말을 매번 들었다. 저 멘트와 "오빠같이 착한 남자가 왜 여자친구가 없어요?
라는 구태의연한 5년전 담근 묵은지 같은 멘트는 지겹게 들었다. 그럼 니가 사겨주시던지.....
 
그러던 중.....
 
그녀를 만나게 된 운명적인 32살이 되던 해, 연륜과 노련미가 최고의 장점이라 생각하며 풋내기 애송이 신입사원 따위에게 회사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던 우리 사장이 실성했는지 그 해 신입사원을 무려 세 명이나 뽑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는 그 세 명 중의 한 명이었다. 나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펀치드렁크 러브의 아담 샌들러처럼 한대 제대로 맞은 듯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는 커녕 "무슨 여자가 저렇게 떡대가 좋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그녀는 평생 농사를 지으신 우리 어머니께서 며느리감 (며느리라 말하셨지만 고추농사 부사수 정도로만 생각하셨던 것
같았다.) 1순위로 꼽던 등에 애를 업고도 괭이질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잠재력을 지닌 떡대를 자랑하고 있었다.
(절대 여성 비하로 생각해 주시지 않길 바란다.)
 
회사에서는 신입사원들에게 한 명씩 사수와 부사수로 엮어 주었는데, 다들 예상은 했겠지만 그녀는 나의 부사수였다.
나는 그녀에게 능력있는 선배로 보이기 위해 그동안 내가 갈고 닦은 모든 것들을 전수해주기 시작했다.
회사 업무적인 스킬은 물론이고, 부장님에게 잘 보이는 법 (아주 간단하다. 회식 때 노래방에 가게 되면 부장님 어깨동무하고
낭만에 대하여를 불러 드리면 된다.) 사장님 눈에 띄지 않는 닌자가 되는 법, 커피믹스의 적절한 물배합과 눈치 보지 않고
칼퇴근 하는 방법까지....
그녀와 함께 외근을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에 대해 많은 걸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남들보다 늦은 25살에
대학을 졸업한 이야기와 학창시절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이야기. 그리고 그녀와 나의 첫 번째 발견한 공통점인 고향이
시골이라는 점까지.. (그렇다 우리는 촌놈과 촌년이었다.)
그녀와 함께 옆자리에서 일을 하고 함께 외근을 다니면서 점점 그녀의 넓은 어깨에 나의 손으로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 난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어깨가 넓은 그녀를 좋아하게 되면서 많은 고민에 빠졌다. 우린 나이 차이도 있고, 그녀의 이상형은 나와 정반대의 스타일 (아메리카노
커피를 좋아하며 폴로 티셔츠가 잘 어울리는 얼굴이 하얀 남자..)이었다. (물론 내 스타일은 소주를 좋아하며, 농약회사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가 더 잘 어울리는 가끔은 전설의 3모작도 한다는 태국 농부 스타일이었다.)
난 내 고민을 친 형처럼 지내던 팀장님에게 단 둘이 가진 술자리에서 떡대를 좋아한다고 어떻게 고백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털어 놓았다. 팀장님은 내게 눈에 힘을 퐉 주고 자신있게 너를 좋아한다 너와 사귀고 싶다고 고백하라고 하셨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떡대에게 회사 앞 민속주점에서 퇴근 후 보자고 약속을 했다. 떡대는 순순히 그러겠다고 했다.
드디어 운명의 고백의 시간 난 팀장님의 지시대로 장난기를 삭제한 뒤 진지하게 눈에 힘을 퐉 주고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 한 번 진지하게 만나보자" 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떡대는 "대리님 장난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하지만 싸이클롭스도 아니면서 눈에 진지 레이저를 쏴대는 나를 보더니
떡대도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게 걸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대리님, 저 한테 왜 이러세요. 저 회사 나가라는 건가요?" 라고 물었다.
"아니... 그냥 나와 회사 선후배가 아닌 남녀로 만나보자는 거지..." 단호박 아니 단호하게 말했다.
"대리님 저는 아직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거의 울기 직전의 얼굴로 그녀는 말했다.
"그래? 그럼 일단 세 번만 만나봐." 이 부분은 단호하게 말하기는 커녕 술에 취해 거의 사정조로 말했다.
그녀는 그 뒤 한숨만 몇 번 쉬고 아무말도 없었다. 그렇다 그녀는 내가 별로 였던 것이었다. 훗날 그녀는 그 당시 내가 싫었던
이유가 입냄새가 너무나서 내가 하는 어떤 말도 듣기 싫었다고 한다. 왜 나는 그 당시 막걸리에 홍어를 시켰단 말인가..
 
결국 그녀는 내게 3번의 기회를 주었다. 첫 번째 데이트 때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병신같은 내가 예매한 영화는 티라노의 발톱의 아성에
도전하는 명작 10,000bc 였다. 두 번째 데이트 떄는 4B연필보다 더 진한 흑심을 품고 멀리 안면도 까지 갔었으나, 그녀는 자신의 호위무사
자취방 친구를 데려와 난 두 여자에게 조개와 고기만 구워주고 그녀를 위해 예약한 푹신한 침대가 있는 펜션방의 화장실 앞에서
웅크리고 혼자 잤다. 지금도 난 그 친구가 가장 싫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 아들을 너무 잘봐주고 있어 그녀가 그 당시 저지른 만행을
조금씩 용서해주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데이트 이번에는 반드시 단 둘이, 창고 어딘가 고가의 미술작품이 숨어있다는 꿈과 비리의 세계
에버랜드를 함께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당일 갑자기 그녀의 집에 일이 생겨 에버랜드를 가는 도중 함께 그녀의 집으로 내려 가게 되었다.
나는 속으로 혹시 나를 부모님께 소개해주려나? 하는 희망을 가졌다. 그녀 집에 발생한 큰 일은 바로 아버님 아니 장인 어른께서 밭을 갈으시다
튀는 돌에 맞아 부상을 입으셨다는 것이었다. 장인 어른이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나는 속으로 이것은 바로 하늘이 내게 주신 기회라고 생각
했다. 난 우리 고향에서 알아주는 농업 신동이었고, 심지어 전공도 농업 관련학과 였다. 난 그날 장인 어른이 갈다가만 밭을 소처럼 갈았다.
훗날 장모님이 되신 그녀의 어머님은 그녀가 아버지께서 다치셨다고 하니 서울에서 농사일을 대신할 외국인 노동자를 데리고 왔다고 생각
하셨다고 한다. 그 뒤 난 미래의 장인 어른과 장모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 매주 주말이면 내려가서 열심히 두 분의 일을 도와 드렸다.
내 고향의 모내기와 고추농사 따위는 관심 조차 없었다. 밭의 고추 챙길 정신보다 어떤 가련한 고추를 챙겨줄 생각밖에 없었다.
처음에 장인 장모님은 내가 1~2주 오고 일이 힘들어서 포기할 줄 알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봄을 지나 여름을 거쳐 내가 심은 농작물을
수확하는 결실의 계절이 온 가을 드디어 잘 익은 벼 마냥 그녀도 내게 고개를 숙였다. 뭐...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빠르게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상견례 자리에서 인사보다 더 빠르게 나온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결혼식 날짜에 대한
이야기 였다.)난 처가의 머슴이 되었다. 지금은 내 옆에서 아들에게 지친 하루를 보내고 잠들어 있는 떡대 좋은 하지만 전혀 농사에
도움이 안되는 아내지만 그떄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삭신이 쑤신다.
물론 난 연애할 때부터 지금 까지 처가집의 일 잘하는 검은소로 잘 지내고 있다.
특히 일을 열심히 한 날은 여물 아니,, ,밥도 많이 주신다, 닭도 잡아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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