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7세 연하의 부인과 결혼한 이야기 3
게시물ID : humorstory_4285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118
조회수 : 18294회
댓글수 : 49개
등록시간 : 2014/11/27 10:01:22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28293  1편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28337  2편
 
노총각의 갈림길에 서있던 제가 7세 연하의 부인과 결혼한 이야기 입니다. 쓰다보니 옛 연애할 때부터 어렵게(?) 결혼 승낙을 받아낸
추억부터 신혼때 여러 추억이 떠오릅니다. 저에게는 행복한 추억이지만 부인에게는 일부는 악몽이겠지만요.
 
나도 막내, 떡대 아니 부인도 집안의 막내였다. 양쪽 집의 어른들은 일사천리로 상견례를 치르고 결혼식 날짜와 장소까지 결정 되었다.
물론 나와 부인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사실 양쪽 집안이 서로 윈-윈 하는 계약이었는데, 처가집은 여물만 제때 제때 챙겨주면 논이건
밭이건 가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지치지 않는 가진 검은소와 장기 FA계약을 그리고 우리 집에 그녀는 아직은 사람같지만 점점 못생겨지는
아들이 대머리 되기전에 구제해 준 성녀 마리아, 마더 테레사 같은 존재였다.
 
결혼을 앞두고 서로의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내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는 떡대 아니 부인은 참한 예비 신부 코스프레를 하며
"호호호 저는 술 잘 못마셔요.." 라는 정치인이 "저는 자나깨나 조국만 생각합니다"와 비슷한 사기성 멘트를 남긴채 친구 넷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지금이야 육아때문에 좋아하는 술을 전면 끊었지만, 난 아직도 그녀가 취한적을 본 적 이 없다. 여자들이 술을 마시면 이뻐 보인다고 하는데,
항상 내가 먼저 쓰러져서 그녀의 볼이 새초롬하게 붉어진 것을 본 적이 없다. . 만일 금주령이 내렸던 시대에 살았다면 그녀는 술의 대부
알 카포네를 때려 잡아서라도 술을 빼앗아 마셨을거라 생각이 든다.)
훗날 나의 친구들이 그녀를 평가하기를 "인사는 했던거 같은데, 인사불성 상태로 만들어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날 나는 호기롭게 서울시 중곡동에 위치한 **갈비에서 갈비를 사주겠다고 했다. 부인은 결혼 전 성대하게 빚잔치부터
할 생각 이냐며 나를 말렸다. 결국 우리는 먹은 만큼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브이아이피에스를 방문했는데, 부인 친구들의 먹는 모습을 보고 쓰러진
얼룩말을 달려들어 먹고 있는 하이에나의 모습부터, 건기에 무사히 살아남은 갈증난 하마가 오아시스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 등 한편의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았다. 역시 사람은 외모로만 평가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받았다. 그리고 절대 먹은만큼 돈 내는 식당은 함께 가지 않게 되었다.
부인의 친구들이 그 당시 나를 평가하기를 "얼굴 시커멓고, 머리숱이 조금 없는 거랑 입술 두꺼운 거 빼면 봐줄만 하네" 라고 했다.
그냥 못 생겼다고 하면 되는 걸 왜 저리도 돌려서 표현하는지.. .쩝...
 
결혼 후 나는 살이 점점 빠져갔다. 마른 체형 때문에 회사에서 간디라고 불렸는데, 결혼 후 단식 투쟁하는 간디가 되어 갔다.
그 원인은 부인은 요리를 못했다. 정말 못했다. 아주 못했다. 심하게 못했다. 미안해 부인..
결혼 전 장모님께서 "우리 애가 학교만 다니고 살림을 제대로 배우지 않아 잘하는게 별로 없어요"라는 멘트를 간과했던게 나의 큰 실수 였다.
하지만 부인의 요리에 대한 열정은 한식대첩에서 자존심을 걸고 요리하는 분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녀는 부족한 요리 스킬을 향상 시키기
위해 책장을 요리책으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해 책을 버려본 경험이 있는가? 나는 살고 싶어서 요리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
몰래 갖다 팔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인터넷이라는 제 2의 살상 레시피가 있었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요리하는 부인 앞에서 맛없다는 표현은 절대 할 수 없었다. 생존을 위해 몰래 3분 카레를 먹다 걸린 날 "오빠 카레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주말에 곰솥 가득 카레국을 만들어 놓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맛있게 먹길 바랬다. 사극에 나오는 역적 죄인들이 사약을 먹기 전 이런
심정이었겠구나 싶었다. 문제는 자기도 맛없어서 안먹으면서 나보고 죄다 먹으라고 한다. 심지어 삼키라고 강요까지 한다.
나는 비폭력 무저항의 상징 간디이기 때문에 반항하지 않고 항상 먹는다. 그것도 부인의 마음에 상처를 줄까봐 웃으면서 먹는다.
심지어 마음속에는 절대 없는 "좀 더 줄래?" 라는 멘트도 한다. 그리고 그런 쓸데 없는 멘트를 날린 나의 입을 그녀가 만든 음식으로 고문한다.
지금도 매주 주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그녀가 인터넷을 보고 요리를 하는 것이 두렵다. 지난 주는 닭도리탕을 했는데
한 입 맛보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가 장도리로 맞을 뻔 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게 우리 부인은 계란으로 하는 요리인 계란찜과
계란 후라이는 정말 잘한다. 만일 그것 마저 못했다면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에 살려다고 제보했을 것이다.
결혼 한지 4년이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우리 부인은 요리를 못한다. 정말 못한다. 아주 못한다. 심하게 못한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