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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뭘 해볼까 하다가..
게시물ID : freeboard_2631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oolbrain
추천 : 1
조회수 : 379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07/10/31 14:29:39
어려운 시절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 해서...

아주 어릴때, 그러니까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들어가기도 전에는
우리집은 무려 '비닐 하우스'에서 살았다. 겨울이면 거적떼기 덮어놔서 어두컴컴했던 것과 심심하면 심지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게 하면서 가지고 놀았던 곤로, 처음 먹어보는거라 종이까지 먹어버렸던 할머니가 사주신 카스테라가 떠오른다. (어디 시골이 아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 근처인데 어린 시절엔 그랬다)

대충 그 다음엔 슬레이트로 지붕을 얹은 한옥집 구조의 집에서 세들어 살았다. 옆집(옆방)에서 닭을 키워 병아리똥 천지였던 것과 비오면 꽤나 시끄러운 슬레이트 지붕, UN팔각성냥 가지고 놀다가 실수해서 나란히 꽂혀있는 성냥 머리가 일제히 타올랐던 일이 떠오른다.
이 시절에 청소스킬인 '장판 겹치는 부분 들어 쓰레받이 들이대기'를 습득했다.장판 겹치는 부분을 들고 그 아래 쓰레받이를 받쳐 놓고 거기로 먼지를 쓸어내면 남는먼지 또쓸고 또쓸고 그런거 없이 깔끔하게 쓸어진다. 언젠가부터 장판을 그냥 겹치지 않고 딱 맞게 잘라서 평평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이상 쓸래야 쓸 수도 없는 스킬이기도 하다.

그 후에 북한산 자락 안쪽에 있는 산속의 집에서 살았는데(약수터 근처의)
그시절에 어느날 TV가 없어져서 어디갔냐고 물어봤더니 엄마가 대답을 하질 않으셨었다
다 자라고 나서 알고 난 일이지만 전당포에 맡겼었다고 한다. 이미 컬러TV가 흔하던 시절에 누군가에게서 얻었던 로터리식(드득드득하며 채널을 돌리는) 흑백 TV였다.

대략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인가. 그때는 그나마 동네에 도로도 좀 깔리고(그 이전에는 비포장도로여서 겨울에 비탈길에서 푸대자루 눈썰매 타고 놀았다) 그래서 도로변의 집으로 왔는데, 연탄을 때는 반지하 단칸방이었다. 연탄보일러 하면 그시절의 필수품인 온수기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시절에 온수기 하면 '성화 온수기였다' 내 이름이지만 나하고는 아무 상관 없다.(피쓰!)
여하간 왠 사람을 잘 따르는 도둑고양이가 한마리 있었는데, 친근해져서 집에서 키우다시피 했다. 이놈이 참 걸작인 것이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람이 키웠던 것 같지도 않은데 집고양이마냥 사람을 따랐는데 반면에 지 능력으로 비둘기를 사냥하기도 한 제법 능력있는 야성의 고양이었다.(그 시체를 우리집 계단에 놔서 좀 맞았지만..) 실제로 사냥하는 장면을 목격했었는데 요즘같으면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나 볼 수 있는 뛰쳐나갈 자세로 주시하고 있다가 단숨에 뛰쳐나가 나꿔채는 그런 장면을 목격했다. 그것도 시멘트로 덮인 길 위에서. 물론 잡기 직전에 내가 소리를 질러 비둘기를 쫓아 버렸고 대신에 밥을 줬다.
마아가린에 밥을 비벼주면 겁나게 맛있게 먹곤 했었다.
여하간, 묶어두지 않고 길렀기 때문에 자주 나다녔는데 집주인이 그때문에 담벼락이 더러워진다고 쫓아내라고 했었다.(솔직히 원래 지저분한 담벼락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8살의 나이였지만 반쯤 울면서도 쫓아 내야만 한다면 내 손으로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질질 짜면서 쫓아냈다.
몇달 뒤에 그 고양이는 동네에서 더이상 볼 수 없었고, 나는 밤중에 그 고양이 꿈을 꾸면서 엉엉 울어대서 옆에서 자던 고모가 식겁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여하간 진짜로 어렵다고 할 만한 부분은 여기까지인 듯 하다, 이후로는 그냥 메이커따위 한번도 사서 입어본 적 없고 그러기는 커녕 엄마가 어디서 얻어오는 옷만 입고 살았다거나 중학교때 전국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일진회 사건 어쩌구 하는 지역이었던 탓에 어려서부터 양아치들에게 시달려서 나중엔 겁을 상실했다거나 뭐 그런 소소한 이야기 뿐.

다른 사람은 어떻게 어렵게 살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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