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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연하의 부인과 결혼한 이야기 _ 쇼핑지옥
게시물ID : humorstory_4289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46
조회수 : 4972회
댓글수 : 30개
등록시간 : 2014/12/05 11: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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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유에는 참 좋은 분들이 많으신 거 같아요.
그럼...
 
누구나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걸 잊거나,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걸 잊어버릴 때 까지
죽어라 술을 마신다. 가끔은 "내가 오늘 왜 술 마셨지?" 하는 생각이 들때까지 마신다. 가끔은 내가 사람인지 붕어인지
구분을 못할 때까지 마시기도 한다. 그리고 집도 못찾아간다. 정말 붕어가 맞는거 같다.
우리 부인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쇼핑으로 그것을 해결하는 데 (우리는 매월 생활비에 쪼들리며 생활하는 99%의
서민이기에 마구 지르지는 못하고 주로 아이 쇼핑을 즐기는 편이다.) 부인에게는 아이쇼핑이 생활의 활력소로
작용한다면, 영유아 수준의 체력인 내게는 엄청난 체력소모를 요구하는 고통의 시간이다.
 
부인은 예전 직장생활 할 때부터 지금까지 주로 동대문의 D쇼핑몰을 자주 방문한다. 그나마 연애할 때는 손이라도 잡아주거나
팔짱이라도 껴줘서 끌려 다닐만 했는데, 요즘은 "야 늙은이! 길 잃어버리지말고 잘 따라다녀" 라고 할 뿐 나를 신경쓰지도 않는다.
여기저기 플래쉬 처럼 신속하게 다니는 부인을 놓쳐 혼자 길을 잃어버려 낯선 중국인들 팀에서 일행처럼 끌려다닌 적도 있었다.
내가 결정적으로 D쇼핑몰을 싫어하는 이유가 사람이 많은 곳이 싫은 아나스타샤 공주 같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탓도 있지만,
나는 한국 국적과 여권을 가지고 있는 당당한 코리안인데, 갈때마다 항상 중국인 관광객 취급을 받아서이다.
(아.. 그리고 우리 처가집 동네에서는 신혼초  밭에서 일할 때 우리 처가집이 글로벌하게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다 일시킨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동네 어르신들이 "나도 저 놈 좀 데려다 일좀 시키면 안될까" 하는 질문에 장모님께서는 "저 검은소 아니 쟤 우리 사위여,
쟤 한국말 잘해"라고 해명하셨다고 한다.)
 
부인이 D쇼핑몰에 진입하기 전 "오빠 딱 2층만 돌고 나올께" (이러면 1시간 코스다. 이 정도는 충분히 견딜만 하다.)
"오빠 1층하고 2층만 금방 보자" (보통 2시간 정도 소요되며, 중간에 자양강장제를 먹지 않으면 광우병 걸린 소처럼 주저 앉을 수도 있다.)
"오빠 오늘은 여유있게 구경하면 안될까?" (훈련소앞에서 입대를 앞둔 기분이다. 이럴 땐 그냥 나 자신을 포기하면 편하다. 영혼은 그대곁에...)
부인은 옷을 구매하거나 구경하는 것도 있지만 마네킹에 입혀 놓은 옷을 보면서 최신 유행 스타일을 학습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마네킹과 부인이 같은 옷을 입어도 느낌이 다를까.. 우리 부인이 훨씬 더 이쁘고 아름답다. 물론 뻥이다.
 
얼마 전 육아와 고부갈등으로 지친 부인을 위로하기 위해 D타워를 갔을 떄 이러다 실신할거 같아 부인에게 혼자 2층을 누비라고 한 뒤
잠시 벽에 기대 쉬고  있었다. 거친 숨소리를 내며 땀을 닦으며 쉬고 있는데, 내 옆에 나와 비슷한 스타일로 옷을 입은 중국인이 와서
나와 같은 포즈를 취하며 벽에 기대고 있었다. 그 중국인도 나처럼 이미 다크서클이 광대뼈까지 잠식한 상태였다. 우리는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국적을 넘어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 멀리 타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중국인 남성을
위로하면서 한 마디 해주고 싶었다.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
 
우리 집 경제사정에 마음에 드는 옷을 다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속 장바구니에 여러 벌의 옷을 담아둔 뒤 정작 구매하는 것은
몇 벌 되지 않는다. 특히 마음에 드는 옷이 비싸 엄청난 고민을 하다 한 번 입어보고 "나한테 별로 안어울리네" 이러면서 내려 놓을 때
(눈에서는 널 놓치고 싶지 않아 레이저가 이미 발사되고 있다.) 그럴떄마다 넉넉하지 못한 나를 만나 마음에 드는 옷도 못사주고 미안한 마음이다. 
나는 쇼핑몰에 있는 부인을 보면 "이 여자는 분명 전생에 카이사르 줄리어스 시저가 아니였을까 생각이 든다." 루비콘 강을 건너는 시저가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듯이 우리 부인은 내가 싫어하는 국방색 무늬 또는 남성미 넘치는 옷을 사면 내가
"제발 그런 옷 좀 사지마" (나는 여성스러운 적절한 노출이 있는 옷을 좋아하는 데 우리 부인은 전투복이나 깔깔이 같은 스타일의 옷을 좋아한다.)
라고 제지하면 단호하게 "이미 카드는 긁어졌다"라며 말한다.  카이사르 줄리어스 시저가 전쟁의 승리를 만끽하며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했던 거처럼 쇼핑을 마치며 밖으로 나올 때는  "왔노라, 보았노라, 니 돈으로 샀노라" 하는 만족하는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향한다.
 
그래도 쇼핑을 하고 집에 오면 내게 2배는 더 잘해준다. "라면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마음껏 놀다와" 이러며 피시방도 보내준다. 그러면서 2천원 준다.
그리고 굳이 안해도 되는데 요리를 한다. 그게 더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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