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심의, 게임위 규정 어겼다
전형철 기자
[email protected]]게임물을 심의하라고 만든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정작 심의를 거부하거나, 심의를 내주지 않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논의 중'이라는 규정 외 용어까지 들이대며 심의 규정까지 어기는 등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초 등급분류 신청을 넣은 '디아블로3'는 1개월이 지났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며 심의가 언제 나올지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4, 6, 10일 3차례 심의가 있었지만 '디아블로3'는 공식적으로 논의되지도 않았다. '비공식적인' 논의는 오고갔지만 "(논의된 내용을) 밖에다 이야기하지 마라" 등 이상한 결론만 흘러나오고 있을뿐이다.
게임위의 심의규정에는 원칙적으로 15일 내에 심의 결과를 통보해야한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이번 '디아블로3' 심의와 관련해 게임위측은 '심의보류' '심의연기' 등에 대한 용어도 거부하며 '논의 중'이라는 이상한 단어를 내세우고 있다. 그야말로 심의규정을 스스로 무용지물화하는 셈이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디아블로3'는 빙산의 일각일뿐.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 중에서는 1달은 물론 거의 1년 이상 심의가 미뤄지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청소년이용불가(18세 이상 이용가) A 아케이드 게임은 지난해 6월 심의를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7개월째 결과가 없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차라리 등급거부라도 하면, 게임을 수정해서 다시 심의 신청이라도 하겠지만,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디아블로3' 심의과정을 놓고 게임업계의 한 전문가는 "심의기관으로써 심의 신청된 게임을 심의도 하지 않는 게임위는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차라리 '등급거부(게임서비스 불가)'라도 내리고, 그 사유를 설명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게임위 일각에서는 "'디아블로3'가 향후 한국 게임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어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게임위는 게임등급분류를 하는 곳이지, 게임산업을 걱정하는 곳이 아니다. 콘텐츠에만 한정해 심의를 해야하는 것이지, 해당 게임이 미칠 파장을 미리 확대 해석하는 것은 월권이다. 마치 '교통사고가 발생할 것 같으니 자동차를 팔지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게임위는 '서비스 기관'을 표방하는 곳이다. 게임위 이수근 위원장은 취임 초기 인터뷰를 통해 "규제기관이 아닌 서비스 기관"이라고 강조하며 '공정' '정확' '신속'의 가치를 제시했다.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봉사기관이고, 미성년자들을 위험요소로부터 보호키 위해 노력해야 하는 국민에 대한 봉사기관, 더불어 게임산업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하는, 기업을 위한 서비스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위 홈페이지에도 봉사기관이라고 버젓이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이양이 가시화되고 있는 이 시점, 게임위를 봉사기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의가 되면 언제되고, 안되면 왜 안되는지에 대한 얘기조차 들을 수 없는 그들은 초심을 잃은지 오래, '심의로 게임업체를 쥐락펴락하는 권력기관'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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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조목 논리정연하게 잘쓰셨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