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ε★ 백마 탄 백수 [프롤로그]
게시물ID : humorbest_429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대리
추천 : 13
조회수 : 1245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6/02 17:56:51
원본글 작성시간 : 2004/05/20 09:16:54
    백마 탄 백수
        ◈ 작가 : 이대리   ◈ 메일 : [email protected]  ◈ 팬카페 : http://cafe.daum.net/2daeri 

    프롤로그

    오늘도 방구석에 짱 박혀 장판 디자인에 몰두할 친구라고는 그림자가 전부인 조선팔도 방방곡곡의 백수들이여! 주위를 함 둘러봐라! 요즘 IMF 때 보다 더 많은 싱싱한 젊은이들이 백수의 길로 대량생산되어 시중에 유통되고 있으니, 우리 같이 유통기한 지난 천년 묵은 백수는 어디에도 비지고 들어갈 틈이 없도다! 직업 구한 것들은 잘났다며 만나면 "취직했냐?"라는 고통스런 말발을 날리며 아우성 치는데, 아아~ 개뿔도 없는 우리네 인생은 대체 어디까지 곤두박질치려고 계속 비참해져야만 한단 말이더냐! 세상은 직업 구한 자만의 것이냐고 울부짖으며 점점 더 깊은 방구석으로 파고 들어가, 사회를 등지고 엄한 뇬 모진 넘들만 원망하며 주름을 늘려가고 있을 대한 백수들에게 고하노니! 우리 모두 취직하는 그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위가 늘어 자빠질 때까 지 마음껏 먹고 띵가띵가 놀며 시간을 달래는 마음으로 모든 백수들을 사랑하자!!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 오양 비디오를 찾기 위해 전세계 사이트를 뒤져보는 투지와 바퀴벌레를 시선만으로 제압하는 강인한 카리스마, 그리고 언젠가는 세상에 이름 한번 날려보겠다는 거대한 야망을 가진 이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청년백수 한대수. 향년 26세. 전문대 졸업과 동시에 부푼 꿈을 안고 힘찬 포부와 함께 집안에서 명상학을 전공한지도 어언 2년. 2년이면 강산은 변하지 않아도 수영장과 동네 약수터는 변했을 긴 시간이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고난이도의 수련을 통해 영장류의 한계를 넘어서게 됐다. 하루동안 꿈을 3부작 미니시리즈로 꾸며 현실과 환상을 오락가락하는 초인적인 절정의 경지와, 대자연과 조화돼 새가 집으로 날아들어 잠자는 나의 대지 위에서 평화롭게 놀 수 있는 무위 자연의 경지, 그리고 백화점, 문화센터, 스포츠센터의 무료 셔틀버스를 갈아타며 원하는 곳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순간 이동술의 경지와, 1주일동안 물엿과 참깨만 먹다 쓰러지고서 다시 소생할 수 있는 부활의 경지, 끝으로 그 어느 술자리든 술자리가 끝나면 다른 테이블에 일행인 척 앉아있거나 종업원으로 변모할 수 있는 위장술의 경지에 이른 신들린 득도의 백수가 된 것이다. 물론 신들린 백수가 되기 전까지, 나름대로 이곳 저곳 취업정보자료도 뒤적여보고 이력서도 보내 보고, 면접원 앞에서 노가리도 재롱도 아부도 수없이 떨어봤다. 그러나 일이 괜찮으면 땡전이 안 맞고 땡전이 맞으면 일이 안 맞는 반비례 그래프적인 침울한 실정 때문에 결국 백수에 길로 올인 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 가라사대,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서 성실히 일하다보면 봉급도 올라갈 것이고 보람도 느끼게 될 것이야!"라며 참기름을 친 듯한 매끄러운 말솜씨로 외친다. 그러나 제 아무리 칼이 빠른 검객이라 하더라도, 그에 걸 맞는 보검을 지니지 못하면 제 솜 씨를 드러내지 못하는 법! 나도 나에게 걸 맞는 일자리를 구해야만 나의 위대하고 놀라운 실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싸구려 보검은 죽어도 칼집에 넣지 않는 신조가 나 에게는 있는 것이고 그 "안정된" 직장생활의 끝에는 나의 꿈이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집안에서 이런 나의 신조를 목청 터지게 외치다간 집안 권력자들이 던진 골프공이 나 의 목젖을 초고속으로 강타한다. 그러나 어떡하랴! 옆집 아줌마 아 패는 소리에 씁쓸한 마음 달래야지. 아~, 오늘은 어떤 액션으로 하루를 보내야만 하는 걸까? "백수의 시간 죽이기"라는 책도 쓸 만큼의 많은 노하우를 알고 있지만 모든 것들이 날이 갈수록 무료하기만 하다. 며칠 전 아부지께서 난생 처음 선물로 주신 촘촘히 구멍 뚫린 타원형의 세련된 목걸이를 팔아 하루 제낄까 하는 생각이지만 그랬다간 병풍 뒤에서 향냄새 맡게 될 것이다. 이런 저런 사색에 잠겨 궁리하고 있는 내 귓가를 귀여운 여동생, 미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간질거린다. 『오빠야~! 또 시간 죽이러 가는 거야? 이젠 개과천선 좀 해봐라~』 잘 들리진 않지만 이번에도 배우 오디션을 보러 가는지 대사연습하고 있는 것 같다. 미래의 방을 활짝 제치면서 외쳤다. 『미래야, 오빠 2만원만 대출해주라~』 이 정도로는 안 될 것 같아 백만불짜리 살인미소도 옵션으로 달아주었다. 『히이~ 잉.』 『오모나! 저번에 준 돈 벌써 다 썼어? 나도 요즘 회원 줄어서 월급도 줄었단 말야.』 참고로 미래는 스포츠센터에서 옆구리에 비상식량 달고 다니는 아줌씨들에게 재즈댄스를 가르치는 강사이며 배우 지망생이다. 또한 나의 유일한 대출은행이기도 하고. 헐~! 10분 가량 타협을 해봤지만 이번 달 월급 모두 위대한 어무이 통장으로 올인했다고 한다. 처절한 심정으로 거실로 나와 2단계 작전에 돌입했다. 전당포에 맡길만한 물건들을 허둥지둥 살펴봤다. 얼마전, 집에 도둑이 많이 든다며 방 곳곳마다 설치한 카메라들과 한층 더 밝아진 조명이 신경 쓰였다. 설마 나의 행동을 감시하려고 설치한 건 아닌지 내 세포들이 먼저 의심하고 있다. 카메라를 등지고 여기저기 서랍들을 살피는 나의 모습을 본 아부지가, 『이노무쉐리! 이번엔 집안 물건들 팔아다 뭔 짓을 저지르려나본데. 여보! 감시 잘해!』 라며 든든한 격려를 해 주셨고, 엄마 역시, 『걱정 마 여보! 내 저 시키 집안 물건에 손만 까딱했다가는 바로 영구차 부를 테니! 문디시키!』 라며 훌륭한 팀웍으로 아낌없는 후원을 해주셨다. 된장, 날이 갈수록 경계가 강화되고 있는 것 같다. 엄마의 강한 눈 시내루를 눈치채고는 제목 없는 비디오 테잎을 치켜들며, 『엄마! 내가 무슨 도둑놈이야? 비디오 보려고 테잎 찾고 있었어!』 라고 말하고서는, 『맨 날 집에 틀어박혀 시간만 축내지 말고 나가서 니 똥 내릴 물 값만이라도 벌어와 봐!』 라는 말을 들으며 똥꼬 빠지게 내 아지트로 대피했다. 훙! 나 같은 인재를 이렇게 냉대하다니. 분명 새엄마 일거야. 나중에 시간 많을 때 친엄마 찾으러 떠나던가 해야지. 훙훙! 기왕 들고 온 테잎이나 보려고 비디오에 넣었다. 후후, 제목이 없는 걸로 봐서는 잘하면 성인 뽀뽀뽀 테잎일 수도 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아부지의 우람한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아부지의 강호동 머리통 만한 머리 뒤로 "영화 제작 발표회"라고 적힌 프랭카드가 보였다. 된장, 저번에 영화 제작 발표회 한다고 하시더니 그걸 녹화해둔 것 같다. 그렇다. 울 아부지 한 성깔 하시지만 그래도 끝 발 있다는 영화감독이시다. 그러나 항상 모험적인 영화만 만들다 보니 아직까지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하나도 없고 매스컴에 오르락내리락 한 적도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아부지의 터프한 성질에 매력을 느낀다. 근데, 울 아부지 머리통 면적이 장난이 아니네~ 헐~ 곧 취재진들의 모습이 보이고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영화를 새로운 방향으로 모색해 보려는 모험적인 감독으로 아직까지는 빛을 보지 못한 한길수 감독님을 이 자리에서 만나보겠습니다.』 한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취재진들의 고리타분한 질문이 시작되었다. 『이번 영화는 기록영화의 성격이 강하다고 하는데요? 미학적 접근과 카메라의 움직임 및 음향의 사용 외에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아 많은 문제점들이 생길텐데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요?』 『이번에 만들 영화는 허구가 아닌 사실성에 가까운 리얼리티의 수용체로서 출연자들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자신의 동기, 자세, 심리상태를 드러내도록 했습니다. 다만, 스토리의 매끄러운 연결을 위해 제작자 또는 배우가 인위적으로 작품에 직접 뛰어들어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 낸다는 점과 비밀리에 제작된 세트와 카메라가 있다는 차원에서 철저히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기록영화와는 구분될 것입니다. 에~ 그리고 경량의 핸드헬드 카메라와 동시녹음이 가능한 사운드 장비, 자연광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고감도 필름, 일정 거리에서 스피치를 담을 수 있는 지향성 마이크와 인체에 달 수 있는 첨단 마이크가 많이 쓰일 겁니다. 이러한 장비의 특성을 살려 거친 녹음, 카메라의 급격한 움직임이 많이 사용 되었는데, 이런 스타일은 관객으로 하여금 제작자의 한 작품을 본다기 보다 실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직접적으로 본다는 느낌을 강하게 갖게 해줄 것입니다.』 우와~ 울 아부지 화면에만 떴다 하면 말투가 엄청 고지식해 진다. 그리고 저 가면에 탈을 쓴 표정. 엄청 끔직하다. 컥~ 『이번 영화도 다른 작품과 같이 모험적인 영화라 영화제작사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사실 워낙 모험적이고 실험적이다 보니 투자자들은 몇 안됩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 내 모든 걸 걸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의 인생을 걸었습니다.』 『오늘 배우들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는데 캐스팅은 어떻게 된 건 지요?』 『이 영화는 막이 내리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철저한 비밀리에 진행이 될 것입니다. 물론 배우들의 신상정보나 그 모든 것들도 비밀이 되는 거죠.』 『이번 영화의 줄거리와 개봉시기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 『줄거리는 아무도 알 수가 없고 그 어떤 관객도 스토리를 예상할 수가 없죠. 그리고 개봉시기는 한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한 달이 될 수도 10년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끝으로 제작 의도를 묻고싶습니다.』 『처음에는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내 꿈은 그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것이고 더 나은 인생관을 확립시키는 것입니다. 이번 영화의 목표는 허영 된 꿈을 안고 사는 젊은이의 개과천선이 될 것입니다!』 비디오 화면을 껐다. 왠지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찌뿌둥하다. 근데, 울 아부지~ 참으로 불쌍하면서 이해가 안 간다. 왜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이상한 영화만 만드는지, 나 같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 하면 정말 크게 성공할 텐데. 울 아부지 머리 정말 지구본처럼 안 돌아간다. 정말 안 돌아가!! 잠시 후, 만화생각이 나면서 저번에 총 맞고 떨어진 그 넘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지고 있는데, 나와 한 배를 타게된 영원한 동반자, 동이한테서 나이트를 가자는 주문이 들어왔다. 안 그래도 몸이 근질근질 했는데 잘됐다. 참, 땡전이 없구나. 지난 명절 때 평소 축적한 고스톱 기술로 가족의 온 돈을 싹쓸이해서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이젠 딸랑 이순신 두 명밖에 안 남았다. 나의 유일한 대출은행도 업무에 차질이 생겼고,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 앗! 오늘이 그 날이구나. 제 작년 졸업식 때 산 양복을 잽싸게 갈아입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함께 호랑이 소굴로 뛰어들어가 외쳤다. 『엄마~ 나 오늘 취직자리 구하러 가니까 돈 좀 줘~』 『이게 어디서 또 구라여! 응!』 신세대 못지 않게 많은 비속어, 유행어들을 쓰는 엄마다. 『오늘은 정말이란 말야!』 지금까지는 애교형으로 나갔었지만 오늘만큼은 비장의 무기가 있기 때문에 목청을 키우며 과감형으로 나갔다. 『니 오늘도 구라 확증되면 마당에 무덤 팔 테니 각오혀라! 잉?』 『무덤은 뭐 하러 파! 저런 쉐리는 태평양 한 가운데다 던져버려야 해!』 뜨끔! 아무리 히든카드가 있다지만 그래도 집안 권력자들의 협박이 무섭긴 무섭다. 『오늘도 거짓말이면 내가 직접 파든지 빠지든지 알아서 할게!』 마지막 명대사로 승부를 마치고 용돈 5만원을 받아냈다. 푸하합! 태풍 속에서 성냥불을 켤 줄이야. 아싸가오리~ 소굴 앞에 메모지 한 장 살포시 내려두고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오늘이 만우절인 거 아시죠?" 설득력이 약하긴 하지만 설마 우리 집 에이스 장남이 거짓말 좀 했기로서니 잡아 족치거나 호적에서 제명한다느니 하는 그런 우매한 행동은 안 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적어도 5일은 집에 못 들어갈 것이다. 아무튼 오늘 번 돈으로 술 먹을 생각을 하니 뻗는 게 희망이요. 솟는 게 기쁨이다. 4월의 봄꽃처럼 생기 있는 기대와 당찬 각오를 하고 바깥으로 나오니, 북쪽으로 있는 건물과 산들을 도미노처럼 싹 밀어버리면 백두산도 보일 것 같은 반짝반짝 빛나는 맑은 날씨였다. 공기도 너무 좋아 심폐기능이 활성화되는 느낌이다. 대굴빡에 걸쳐둔 선글라스를 내려쓰고 대문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고지에서 미래가 현관문을 연다. 『오빠야~! 또 시간 죽이러 가는 거야? 이젠 개과천선 좀 해봐라~』 미래에게 백만불짜리 살인미소를 보이며 대문을 닫았다. ^__________^V 나누어 줄수록 더욱 풍요로운 마음밭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용기를 주고 사랑을 전하게 됩니다. 추천 많이 해주시고 꼬리말도 많이 남겨주세요. ^^
*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는 재밌는 아이콘들과 함께 글을 읽을수 있게끔 많은 아이콘들을 올렸었는데, 다음카페에서만 아이콘이 뜨고 여기로 오면 모두 엑박처리가 되더군요. 그래서 아이콘들을 모두 없애고 글만 올리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아이콘과 함께 더욱 재밌게 글을 읽고 싶으신 분은 http://cafe.daum.net/2daeri (왕자님 배달하기) 이곳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제 팬카페입니다. ^^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겁니다. 오늘도 많이 웃는 하루되세여~ ^^ <meta content="progid:DXImageTransform.Microsoft.Pixelate(MaxSquare=15, Duration=1.5)" http-equiv="Page-E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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