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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연하의 부인과 결혼한 이야기 _ 마지막
게시물ID : humorstory_4293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49
조회수 : 5258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4/12/12 11: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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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회사에서는 글 못쓴다고 엄청 욕만 먹고 있는데
오유에서 칭찬을 들으니 사실! 기분이 엄청 좋았습니다. 그동안 취소선 때문에 보기 힘드셨던 분들께는 사과 드립니다.
부인에 대해서는 아마도 마지막으로 쓰는게 될 거 같아 그동안 있었던 기억 남는 에피소드들을 적어보겠습니다. 그럼
 
1. 장인 어른
장인 어른은 평소에도 말씀이 없으신 편이다. 처음 인사 드린 날 아무 말씀이 없이 나를 쳐다보시는 장인 어른의 모습에서
"내가 나이가 많은 것이 불만이신가" 싶었다.하지만 훗날 장인어른께서 나에 대한 불만은 "저 놈은 왜 이렇게 말이 많어" 였다.
물론 가장 큰 불만은 국적 불명의 마스크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반대로 장모님께서는 내가 말이 많은 것과
특히 밭에서 괭이와 혼연일체 되어 일하는 검은소의 모습에서 적어도 우리 딸 심심하게 하거나, 굶겨 죽이지는 않겠구나 하면서 만족하셨다고 한다.
결혼식날 장인어른께서 "내가 **이는 10살때까지 안아서 키운 소중한 딸일세" 난 왜 장인어른께서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고
계시는 지 이해가 되었다.  "내 딸의 눈에서 눈물이 나면,.." 난 속으로 그 다음 멘트는 "네 눈에서는 피눈물이 나게 해주겠다"
라며 복수를 다짐하는 테이큰의 폭력적인 딸바보 리암 니슨의 모습을 상상했으나 "자네가 가장 먼저 닦아주게" 라며 내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신부 입장할 때 장인 어른의 표정에서는 그동안 잘 키운 막내딸을 검은소에게 보낸다는 후련함과 이제 남의 집안 사람이 된다는 아쉬운
표정이 교차하셨다. 부인을 내게 넘겨주시고, 장인어른은 쓸쓸히 퇴장하셨다. 잠깐... 퇴장을 하셨다고?
장인어른은 부모님석에 앉으셔야 되는데 긴장하셨는지 아니면 감정에 북받쳐셔 그러신지 퇴장을 하시고 말았다.
센스있는 주례선생님께서 아버님의 컴백을 외치셔서 그날 장인 어른은 유일하게 두 번 입장한 행사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셨다.
 
2. 여행
부인과 처음으로 멀리 타국으로 떠나게 된 여행은 물론 신혼여행이었다. 필리핀으로 우리는 신혼여행을 갔을 때
공항에서 내려 현지 가이드와 접선시 현지 가이드는 부인에게 물었다. "그런데 남편 분은 어디 계세요?" 나는 분명
부인 옆에서 캐리어와 가방 메고 서 있었는데.... 가이드는 매우 미안해하면서 "공항 내리자마자 현지인화 되는 분은 처음 보네요 호홋"
이런 굴욕을 내게 주었다. 물론 우리는 여행 내내 어떤 잡상인도 오지 않았으며,  구걸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현지인 가이드가 나보다
더 한국인 처럼 생겨서 필리핀 사람들이 내게 먼저 말을 거는 등  여행 내내 현지인 가이드 취급을 받았다. 하긴 몇년 후 떠난 태국여행에서 호텔 앞에
담배 피고 서있다가 한국인 관광객 짐 옮겨주고 천원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분들이 민망해할거 같아 "깜솨합니다. 뿌인" 이렇게
말하고 한국어 참 잘한다는 칭찬도 들었다.
 
3. 이유식
아이가 이유식을 먹을 시기가 되면서 부인은 내 밥보다 아이의 이유식 조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었다. 내 존재감을 잊어줘서 정말 다행이다.
내가 1년에 한 번 남의 돈으로 얻어먹을 값 비싼 최고급 한우가 재료로 들어갔으며, 유기농, 무농약 등 내가 먹는 음식에는 없는 청정한 단어들로 포장된
식재료들이 이유식에 희생되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점은 와이프가 만드는 이유식에 소고기를 넣어도, 유기농 야채를 넣어도 그 맛은 항상 無 였다.
그래도 물론 엄마의 사랑과 정성의 맛은 전달 되었을것이다. 아이는 이유식을 먹으면 마치 내가 부인이 만든 닭도리탕을 먹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가 장도리로 맞을뻔 한 것처럼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하지만 부인은 아이가 맛없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게 아니고 엄마보고 기분이 좋아서
그런다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 산후조리원 동기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아이는 다른 엄마가 만든 고구마가 들어간 이유식을 식탐을 내며
허겁지겁 얻어 먹었다고 한다. 부인은 고구마가 들어간 이유식을 바로 만들었고, 한 입 맛본 아들은 또다시 엄마를 보며 행복하게 도리도리 하고 있다.
아이가 이유식을 남기면 부인은 내게 남은 이유식을 내밀며 말한다. "비싼 걸로 만든거니까 바닥까지 긁어 먹어" 나는 이유식을 바닥까지 긁어 먹을 때
먼저 고통에서 벗어난 아들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나는 아들을 보며 함께 마주보고 도리도리 한다. 내가 호부호형을 허락한 지 10개월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게 아버지라 말하지 않는 건방진 아들이지만, 부인이 만든 음식 덕분에 아들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4. 며느리
우리 삼형제 중 결혼은 큰 형과 나만 했다. 아버지께서는 내년 쯤 작은 형을 멀리 결혼반지 원정대 일원으로 보낼 생각을 하고 계신다.
내가 형수님을 어려워하는 탓에 많이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못했지만 전형적인 도시 아줌마 같다. 그리고 부인과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형수님 역시 요리를 정말 못하시는 것이다.. 내가 결혼 전 큰 형 집에 가면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게,차라리 작은형처럼 "이건 사람이 먹을 음식이 아니야" 이러면서 자장면을 시켜먹는게 현명했을 텐데, 형수님이 해주신 음식을 해맑은 미소를 가진 3남중 막내의 귀여운 모습을 보이며 먹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린시절 어머니께 소세지 없다고 음식투정하면서 밥먹을 때가 행복했던거 같다. 
부인은 자주 어머니를 뵙지는 못하지만 찾아 뵐때면 대화를 많이 하고 (어머니와 부인이 나누는 대화의 절반은 아마도 나에 대한 험담인 것 같다.) 어머니께 많은 것을 배우려고 한다. 나와 엄청 싸우는 순간에도 어머니 전화가 오면 부인은 상냥한 막내 며느리로 돌변해서 어머니와 통화를 한다.
그리고 통화가 끝난 후 북어와 남편은 3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명언이 있다며 나를 때린다.
돈도 많이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고 잘해주는 것도 없는 남편인데 우리 부모님께 나보다 더 챙겨주고, 잘해주는 부인이 너무 고맙다. 이번 주말 시골에서 부모님이 오신다고 간만에 불고기를 해보겠다고 하겠다고 한다. "어머니 제가 오시면 불고기 해드릴께요"라는 말에 어머니는 "아니.. 그런거 준비하지마 우리 고기 별로 안좋아해" 라고 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도 옆에서 "허허.. 나가서 먹지 뭘.. 집에서" 라면서 만류하셨고 한다.  진심이신 것 같다.
 
결혼을 하기 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결혼하지마 능력 되면 혼자 살어" 입니다. 하지만 결혼 후 그런 말을 했던 분들이 결혼해서 좋은 점이 더 많아
어서 빨리 결혼해라 이런 의미로 저런 말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제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라는 1장을 부인과 함께 재미있게 통과한 것
같습니다. 지금 사는게 비록 금전적인 부분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부인과 함께 할 2장과 3장 그리고 무수히 많은 순간들을 기대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 행복하세요.  오유는 커플을 까도 부부는 안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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