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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굿바이 마이 레리티 (16)
게시물ID : pony_229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8
조회수 : 43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12/30 22:56:54

(15)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ony&no=22748&s_no=4291796&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271809

 

 

눈을 떴을 때, 깔깔깔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 때문에 깬 것이었다. 소리의 방향으로 무심코 눈을 돌렸는데 샤워실의 유리벽 안에 뿌연 수증기 사이로 살색 덩어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것보다 작은 푸른색 덩어리와 흰색 덩어리도 보였다. 그것이 곧 혜진이와 랭보와 레리티라는 것을 깨닫고는 난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저 셋은 같이 샤워를 하면서 꺄르르 웃었다. 나무꾼이 선녀를 발견했을 때에도 저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까...? 난 순간 모른척하고 싶어져서 몸을 샤워실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다시 잠을 잤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뭐가 그리 즐거운 것인지 꺄르르 하는 소리가 끊임 없이 들렸다. 그러자 문득, 머릿속에 그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홀딱 벗은 혜진이가 레리티와 랭보를 씻겨주며 장난을 치고 있는데...(이하 생략). 그 뒤로 무척 아찔하고 위험한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래서 눈을 찔금 감고.. 다시 잠들었다.
이번에 눈을 떴을 땐 레리티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앞발로 툭툭 쳐서 깨운 것이었다.

"언제까지 자고 있을거야?"

다행히도 마님 레리티 상태에서 벗어나 있었다. 난 녀석의 앞발을 잡고 악수하듯이 대충 두 세번 흔들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말했다. '잘 돌아왔어.'

 레리티는 하지 말라고 앞발을 툭 뺐다. 아마도 누가 함부로 자기를 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고개만 돌려서 주변을 확인했다. 혜진이는 랭보와 침대 위에 배를 깔고 누워서 팔씨름을 하고 있었다. '준비, 시작'. 승자는 랭보였다. 무척 쉽게 이겨서 혜진이는 엉엉엉 과장되게 우는 척을 했다. 그리고 혜진이와 눈이 마주쳤다. 다행히 그녀는 옷을 입고 있었다. 흰 나시티였다.

"이제 일어나셨네요."

혜진이는 날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미소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인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지금부터 어제 일에 대해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저기... 어제 기억 나?"

내가 이렇게 묻자, 여전히 미소지으며 고개만 저었는데 오히려 화를 내는 표정보다 더 무서웠다. 저 웃는 얼굴 속에 어떤 표정이 숨어 있을지는 부처님도 알 수 없으리라.

"음...;; 어제 말이야..."

 

"오빠, 그 얘긴 안했으면 좋겠어요."

 

아, 다행이었다. 어제 일을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생각 뿐이었다.

 

"남자들이.. 다 그렇죠 뭐."

 

하면서 히히 웃고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말 끝이 떨리고 있었다. 난 혜진이에게 엄청난 오해를 사고 있었던 것이다.

 

"야.. 그런 게 아니고!"

 

"술이.. 왠수지..."

 

이러면서 갑자기 미소 짓고 있는 얼굴에서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마치 '난 괜찮아. 잘 될거야..' 라며 씁슬하게 독백하는 드라마 여주인공 같았다. 그걸 본 랭보가 나에게 도끼눈을 치켜 뜨고 소리쳤다.

 

"이봐! 대체 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거기에 레리티까지 끼어들었다.

 

'어째서 혜진이가 우는 거야? 당장 우리에게 설명해!"

 

두 포니들은 씩씩거리며 당장이라도 나에게 덤벼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난 어떻게던지 어제 있었던 일을 저들에게 납득시켜야했다.

 

"일단 모텔에 들어온 것 부터 얘기해줄게...."

 

얘기를 들으면서 혜진이는 내 말을 믿지 못했다. 아마도 어제 있었던 일을 납득하지 못하는듯 했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 옷을 벗었다는 얘기를 해주니, 그제서야 자기도 어제의 기억이 약간이나마 돌아왔다고 했다. 그 때, 너무 덥고 답답해서 옷을 벗었다고 했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수줍게 사과도 했다. 그렇게 오해는 풀렸지만 포니들은 저마다 어제의 일에 토를 달았다. 랭보는 '암컷이 옷을 벗은 게 뭐 어쨌는데?' 이랬다. 레리티는 '예쁜 옷들은 잘 입는 것 만큼이나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해. 그런데 시윤이는 그걸 잘 관리해주었네. 혜진이의 옷을 게어준 것은 고마워야 할 일인 것 같아.' 이랬다.   도대체가..

모텔에서 나온 뒤, 우리는 혜진이의 오토바이가 있는 '수레바퀴' 술집으로 이동했다. 나는 택시값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혜진이가 태워준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집 앞에 도착했다.

혜진이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번호 교환도 못했네요."

 

"어.. 그렇네."

 

난 어색하게 웃으며 서로의 번호를 교환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이성의 번호라서 무척 셀레였다. 

 

"우리 자주 만나요!"

 

이렇게 말하며 싱긋 미소 짓는 헤진이의 얼굴을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그래."

 

포니들도 작별 인사를 했다. 레리티는 가방 속에서 상반신만 내민 채, 랭보를 꼬옥 끌어 안았다.

 

"다음에.. 또 만나자 랭보!"

 

"당연하지!."

 

저 두 마리가 만났을 때, 레리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보였다. 아마 자신을 위해서라도 레리티는 나보다 혜진이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내가 레리티를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나는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레리티는 친구가 필요했다. 레리티의 판매는 그 두가지 경우가 모두 부합했다. 서로가 필요한 것을 얻는 것. 그 뿐이었다. 하지만 레리티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역설적이게도 레리티를 보내주고 싶지가 않았다. 정이 들어버린 걸까? 하지만 이런 정은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을 고쳐 먹은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결국 혜진이에게 레리티를 팔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혜진이에게 쭈뼛쭈뼛 말을 걸었다.

 

"저기..."

 

혜진이가 날 바라본 그 때였다. 우리집 현관문이 열렸고 포니들은 원래 있던 곳으로 빠르게 숨었다. 현관에서 수연이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수연이는 우리 둘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눈을 찡그리고 쭉 지켜보다가 이내 못 믿겠다는 듯, 들고 있던 가방을 털썩. 떨어뜨렸다.

 

"너... 너.. 너....!!"

 

부들부들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있는 것은 혜진이. 그리고 충격에 휩싸여 마구잡이로 떨리는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것은 나.  손가락과 시선이 혜진이와 나를 번갈아가며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그러자 혜진이는 후~ 한숨을 내뱉더니 이렇게 말했다.

 

"안녕, 좋은 아침이야."

 

웃으며 건낸 인사때문에 수연이도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나보다. 이렇게 외쳤다.

 

"당장 내 오빠한테서 떨어져 이 나쁜년아!!!!!!!!"

 

온 동네에 전부 들리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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