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리스닝으로 대사를 받아 적어서 원문 대사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요즘 자막, 번역 관련해서 관심이 많아서 영화보면서 자막에 눈이 많이 가더라구요.
자막을 중심으로 짧은 리뷰를 써봤습니다.
1. 초반에 헬렌 조 박사가 나와서 호크아이 부상을 고쳐주죠. 본인의 기술을 자랑하면서 이런 말을 했어요
"이 기술이야말로 미래의 기술이에요. 당신의 아이언맨 수트는 깡통 신세가 될거라구요" 라는 식으로 (정확히 기억이 안납니다) 말하는데
토니가 대답을 이렇게 합니다 "That's exactly my plan."
자막은 "그럼 고물상에다 갖다 팔아야지" 라고 했는데 이건 명백한 오역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을 구하는, 사람을 살리는 인공지능 울트론을 만들어서 더 이상 싸울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토니의 계획이었거든요
다음 장면에서 토니가 셉터의 마인드잼을 이용해서 뭔가 만들어보자라며
브루스와 대화하면서 "울트론"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이미 예전부터 그렇게 이야기가 됐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이 없어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했기 때문에
저 대사는 의역말고 직역을 했어야 됐습니다. "그게 내가 원하는 바예요" 라든가요.
2. 토니가 브루스에게 울트론을 만들어보자며 제안하는 대화에서 브루스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잖아요.
그때 브루스의 대사가... 아마 "That's mad scientist's if." 였을 거예요 아마. 자막으로는 "가능성은 희박해" 라고 나왔구요
단순히 이것만 봤을 때 의역해서 나쁠 것은 없어요. 근데 문제는 이게 후반에 이어지는 대사라는거.
토니가 후반에 비전의 몸체를 타워로 가져와서 "여기에 자비스를 넣어서 울트론을 상대하자"라고 다시 제안했을 때 저 대사랑 연결되는 말을 해요.
"We are mad scientists. We are monsters."
초반에 브루스가 "그건 미친 과학자나 할 법한 거다" 라고 말했으니까 후반에 토니가 "우리 미친 과학자 맞아ㅋㅋ 그냥 하자" 이런식으로 나온거죠
저 두 대사를 연결해서 번역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3. 울트론이 아프리카 폐선장에 가서 무기 밀수업자 율리시스에게 찾아가는 장면이에요.
율리시스가 "나는 대장인 사람만 상대해(I do business ONLY with who's in charge!)" 라고 말하자마자
울트론이 보란듯이 꽝 등장해주면서 말합니다 "There's no MAN in charge."
자막은 "대장은 있는데 사람은 아니야" 였구요
저는 이부분 자막 보면서 감탄했어요!
울트론이 MAN, 사람에다가 힘을 줘서 말한 거니까 자막 저 뜻이 맞거든요. 의역이 참 잘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율리시스 "대장 데려와" 가 아니라 "대장인 사람" 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번역이었어요!
이거랑은 별개로 막 토니 스타크 얘기 하니까
울그락불그락 성내면서 팔 짤라버리고 사과했다가 당황했다가 다시 또 버럭하는 울트론이 넘 귀여웠습니다 ㅋㅋㅋ
참 인간적이야.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애기 인공지능이에요.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로봇치곤 "아름다움"이니 "평화"니 "진화"니 "자유"니 하며 말하는게 중2병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이고 좋았어요.
토니 닮아서 break... 오믈렛 얘기하는 것도 ㅋㅋㅋㅋㅋㅋ 막 캡틴 말에 "우웩!!! 완전 토하고 싶네" 이런 말하는 것도 웃기고 ㅋㅋㅋㅋㅋ
헐크가 퀸젯에 타고 있던 울트론을 집어서 던질때 "Oh, for God's sake!" 이러는것도 ㅋㅋㅋㅋ 되게 아이러니하면서 재밌달까요...
4. 토니가 헐크버스터를 입고 헐크를 상대하는 장면에서.
헐크가 헐크버스터의 팔을 망가트리니까 토니가 베로니카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Give me a hand." 자막은 "도와줘"라고 했구요
의미는 맞습니다. give me a hand. 하지만 팔 부품을 달라는 직접적인 뜻도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중의적인 대사였거든요
어벤져스의 토니는 굉장히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이잖아요. 이런 중의적인 표현을 살리는 것이 좋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뭐 예를 들어... "손 좀 거들어줘" 라거나?
물론 이건 막 잘못됐다!!! 이러면 안됐지!!!! 라고 하기엔 좀 그래요.
자막 번역은 순식간에 없어지기 때문에 길이 같은것도 고려를 해야하잖아요. '깁미어핸드' 가 짧은 대사라는 것도 감안해야하니까요.
더 좋은 아이디어가 없었을까 고민해보게 되네요.
5. 헐크vs헐크버스터 씬 다음에 다같이 호크아이 집으로 돌아가는 퀸젯에서의 장면이에요.
마리아 힐이 본부에서 헐크가 날뛰고 나서 여론을 설명해주거든요
"News loves you guys. Everybody else doesn't."
이거를 자막에서는 "뉴스에서 온통 여러분 이야기로 도배됐어요. 여론이 좋지 않네요" 이런 식으로 했던 것 같아요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요
와! 이 자막은 정말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everybody else를 여론으로 해석해서 의역한게 참 좋았습니다.
6. 중반에 호크아이네 집에 가서 닉 퓨리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토니가 트랙터를 고치려고 "너는 어디가 아프냐~" 하고 혼잣말을 하니까 흑퓨리가 이런 말을 하죠
"Do me a favor... Try not to bring life to." (대사가 이게 정확한가 모르겠습니다.)
자막에선 "시동 걸지 마" 라고 했는데 이건 좀 오역 아닌 오역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이때는 이미 토니가 울트론을 만들어서 별 난리가 펑펑 터지고 있었기 때문에
"또 기계에다가 생명을 불어넣어서 울트론 만들지 마라" 라는 의미로 쓴 것 같거든요.
손만 대면 기계가 난리를 부리니 그러지 말아라! 이런 뜻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음 이런식으로 의역하는 건 어땠을까요
"그러지 말게... 그러다 또 살아서 날뛸라/그러다가 또 숨 붙을라" 이런 느낌으로.
7. 묘묘 드는 장면에서 블위 혼자 빼면서 하는 대사가... "That's not the answer I need to ask"였나요 뭐였나요?
이 자막이 ... 뭐였더라... 아 뭐였징 ㅋㅋㅋㅋ 보면서 이야 저걸 저렇게 의역했네~ 마음에 든다! 라고 생각한 것만 기억나네요 ㅋㅋㅋㅋ
에잉 이거 이거... 한번 더 봐야겠네요 ㅋㅋㅋ
8. 나타샤를 구하고 울트론을 저지하기 위해 소코비아로 다 함께 떠나면서 캡틴이 멋있게 일장연설을 하죠
거기서 딱 이거다! 싶은 대사가 ㅋㅋㅋ "If they hurt you, hurt them back" ㅋㅋㅋㅋ
다치면 그놈들을 다시 다치게 해버리라니 ㅋㅋㅋ 팀명부터가 '복수자들'이잖아요. 어울리는 대사였네요 ㅋㅋㅋ
"If you get killed... woke it up." 캡틴이 죽으면 그냥 털고 일어나라고 명령했자나... 퀵실버 일어나라고 ㅠㅠㅠㅠ 으앙
9. 최종결전에서 소코비아를 공중에 띄우면서 울트론이 하는 말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화면보느라 자막은 제대로 못봤는데 ㅋㅋㅋ
대충 대사가 "You rise only to fall" 추락만을 위해 비상하리라, "weight of your failure" 실패의 무게를 느껴봐라
뭐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헉윽ㅎㄱㅎㅋㅋㅋㅋ 진짜 좋다... 빨리 DVD가 뜨고 영자막이 뜨고 대사를 받아적고 싶습니다!!
흐윽 울트론 너무 좋아... ㅇ)-<
10. 쌍둥이 대사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어요 그쵸 :( 동유럽 억양 진짜 섹시하더라구요.
You didn't see that coming? ㅋㅋㅋ 귀여워요.
퀵실버 막 여기저기 동분서주하다가 잠깐 멈추고 헐떡이는 것도 안쓰럽고 귀엽고... ㅠㅠ
완다는 마법쓸때마다 손가락 구부리고 요렇게 저렇게 손짓하는게 진짜 섹시하고 멋있었어요. 저게 바로 마법사지 아무렴!
아 그리고, 초반부터 이 막시모프 쌍둥이를 "Enhanced"라고 부르더라구요. 자막은 "초능력자"였고
인핸스드하면 뭐랄까 강화된 느낌이 팍팍 나는데. 쌍둥이가 평범한 인간이었다가 실험을 받아서 초능력을 받았다는 느낌이요.
한국말로 번역할 때 이걸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고민중이에요. "초능력자"라고 이상하다 잘못됐다는게 아니라.
"강화인간"이라고 하기엔 좀 이상하고... 실험체? 흠... 뭐 없었을라나요...
번역의 오묘한 매력!
출처 | 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