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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겁쟁이가 되어 돌아온 썰.ssul
게시물ID : military_429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세치혀
추천 : 11
조회수 : 1460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4/05/31 19:14:51

 대한의 건아,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이라고 해도 누구나 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이 사건 이후로 집에 혼자 있을 때 무슨 소리라도 난다 싶으면 일단 울음부터 터뜨리는 성격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사건이 일어난 그 날도 지천에는 꽃 향기와 소나무 내음이 물씬 풍기는 그런 평범한 하루였다

우리 부대는 수색중대로 연대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따로 부대가 독립되어 있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연대 부지와 따로 떨어져 대대 규모 정도 되는 넓이의 부대를 우리 일개 중대가 모두 관리 하고 있었다.

연대와 떨어져있기 때문에 연대장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부대 내에서 계급이 제일 높은 사람도 겨우 대위(진) 였기에 처음 부임한 중대장도 어리버리 떠는 척 

재롱을 떨다가도 자기가 부대 내 톱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권력 맛에 취해 주정을 부리는 것이 가만 보면 이미 투스타, 쓰리스타를 넘어설 정도였다.

이 일은 내가 상병 왕고를 달고 나름 생활관에서 방귀 좀 뀌며 지낼 때 겪었던 일이다.

그 날도 모든 일과 및 체력 단련을 맡치고 오늘 저녁 메뉴를 가지고 전역까진 한참이나 남은, 이미 마음만은 말년인 병장(병god장애인) 들과 

말 같지도 않는 토론을 한 뒤 식사 집합을 하였다.

당직사관은 식사 집합 도중 한가지 중요한 전달사항을 들려주었다.

현재 연대에 사단장이 들러 지금 연대가 발칵 뒤집어 졌다는거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거니와 우리랑은 쥐뿔도 상관 없는 내용이기에 그저 황혼을 바라 보며 지금 쯤 연대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을 이름 모를 병사들을 애도하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였다. 

저녁 식사는 빵식으로 짬좀 흘렸다는 고참들은 서로 자기가 먹는 방식이 왕도네 뭐네 하면서 가진 패를 보이며 쓸대없는 자랑질을 하였고 

그 한심한 모습을 이등병 일병들은 마치 신을 보는 것 마냥 경외시 하였다.

후다닥 저녁을 먹고 막사에 올라오니 아직도 뭐가 아쉬운지 퇴근을 하지 않은 행보관님 께서 행정반으로 소대 실세들을 모집하였다.

행보관께서 말히기를

사단장이 연대본부를 터는데 이게 완전 개판이란다 털면 털수록 아주 그냥 엉망이라고 한다.

본부가 이러는데 다른 부대는 어떻겠나? 알만하다 이거다.

사단장이 연대 주변에 있던 다른 부대들도 시찰을 가겠다고 쓸대없는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 만은 같은 연대 였는지라 우리 연대장은 더 이상 쪼인트 까이기 싫었는지 급히 새를 띄어 그 소식을 우리 부대에도

알려주었다.

어찌보면 연대본부와 차로 20분 거리에 있던 우리 부대가 다음 타겟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이 소식에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를 부르며 빠르게 퇴근을 한 우리 중대장은 급히 차를 돌려 부대로 다시 복귀 하였고 

행보관에게 우리에게 명하길 우리 부대를 아주 정갈하게 

취사장은 호텔뷔폐, 화장실은 고속도로 휴게소 처럼 

아주 그냥 사단장이 오면 눈이 빠져서 떼굴떼굴 굴러다니게 부대 단장을 하라고 하였다.

시간은 없지 정신 못차린 중대장이라는 녀석은 핸드폰으로 게임이나 하지

우리가 할수 있는 거라곤 생활관 정리와 화장실 청소, 부대 내 쓰레기 줍기가 전부였다 

그렇게 30분 가량 바삐 움직이고 다시 한 번 실세들이 행정반에 모여 상황 보고를 하는데

중대장 이 녀석이 핸드폰 게임을 하다가 무슨 귀신이 씌였는지

우리 부대 후문초소도 근무 넣어야지 않겠냐고 새처럼 조막만한 입을 나불거렸다

난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나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 옆에 있는 다른 소대 병장 얼굴은 새하얗게 질리다 못해 얼굴에 분칠을 한 중국 인민 서커스단원 처럼 보였다.

부대 후문 초소라면 우리 부대 4대 심령 스팟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었다.

이미 몇년전부터 그 쪽 근무는 아예 들어가지도 않고 당직사관들 조차 그 초소 근처에서 귀신 따위를 봤다며 울고불고 애처럼 질질 짜가지고

그 쪽 야간순찰 루트도 없애버렸다는 소리도 직접 행보관 입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중대장이 사단장님이 오시니깐 최대한 보여주기 식으로 가자는 거다.

게다가 중대장은 이미   우리 부대는 다른 부대와 달리 평화에 젖지 않고 언제나 철통같은 수비 어쩌구 저쩌구  

일장 연설을 할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귀신 얘기 같은건 아주 치를 떨어서 최대한 하지않는 쪽으로 중대장 생각을 돌릴려고 하였다.

솔직히 너무 쓸데 없었다. 그 초소 자체가. 

먼지는 수북하지, 게다가 후문은 철조망으로 잠겨있어 누가 들어올 걱정도 없지, 괜히 무섭기만 하고 철조망 뒤로는 또 새카만 산이라 

아주 지릴 정도이다. 


실세들 : 근무용 탄창은 어쩌냐

중대장 : 행정반에 있는 근무자 인수인계 용 쓰면 되지 않냐

실세들 : 사단장이 통 열어보고 숫자 안맞으면 어쩌냐

중대장 : 그럼 그냥 빈탄창만 끼고 근무서라. 어차피 근무 서는데 사단장한테 총 안주면 그만 아니냐

    나   : 그럼 근무 지역만 3곳이 되고 인수인계 탄창 갯수에 빵구가 날텐데 그건 어쩌냐?  그리고 근무자 표는 또 어떻게 할꺼냐 !

중대장 : 그냥 서라 새끼들아 말은 그냥 씨X


하 어쩌겠나.. 까라면 까고 핥으라면 핥는게 군대인데

결국 중대장과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실세들은 작전소대를 제외하고 교육,근무 소대중에서 2명을 착출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우리는 중대장 핸드폰의 사다리타기 어플을 이용해 실세들 중 1명이 뽑히면 그 1명이 나머지 소대 후임을 지목해서 데려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결정내렸다

조작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중대장의 폭정에 가장 앞장서서 항변한 내가 제물이 되었다.

다른 동기들과 실세들의 비웃음과 멸시를 받으며 소대로 돌아간 나는 이왕이면 가장 덩치가 크고 여차하면 나를 지켜줄 만한 인재를 길동무 
삼기로 했다

하지만 생활관에 들어서니 참치 같은 녀석들은 보이지도 않고 빼빼마른 멸치들만이 영문을 모른채 서로 웃고 떠들며 헤헤 거리기 바빴다.

인재 복도 더럽게 없었다.

결국 가장 똘똘하다고 평판이 자자한 우리 일병 멸치 한 명을 지명하여 다짜고짜 전투복을 입히고 근무 설 준비를 하라고 했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우리 멸치는 그저 근무 끝나고 오면 점호도 쨀수 있고 상점도 받을수 있어 기쁘다는 실 없는 소리나 내뱉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짠하였다. 사람은 자기가 죽을 때를 안다고 하더니 다 거짓말이였나보다 

빈탄창을 준비하고 행정반에서 총을 꺼낸 다음에 부랴부랴 나와 평소와 다른 근무지 방향으로 가니깐 이 불쌍한 녀석이 물었다.

"우리 지금 어디 갑니까?"

차마 죽으러 간다는 소리는 못하겠고 그저 후문 초소 근무 선다고 하니깐 이 녀석 얼굴이 굳어버리더니 바지에 찔금찔금 요실금할 것 마냥 
하체를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라

그 정도로 후문초소는 우리들에겐 지랄맞은 곳이였다

중대막사에서 후문초소까지 200미터 도 안되는 거리를 가는 내내 이 상도덕 없는 후임 녀석이 나를 앞세워서 걷기 시작했다.

초소가면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 이 일을 꼬투리 잡아 때려야지 싶었다.

우리 부대는 쓰레기 분리수거장, 연탄창고, 취사장, 후문 초소,구막사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진짜 터가 엄청 안 좋았다.

경사면을 지고 있어서 낮에도 햇빛 하나 안 들어오고 곰팡내나고 그런 곳이 날이 어두워 지니깐 완전 새까맣게 변하였다.

그리고 초소에 가까워 질수록 공기도 차가워 지기 시작했고 장난 안치고 뭔가가 달려들것만 같았다.

그나마 한가지 위안은 달랑 하나 놓여있는 주황색의 가로등 불빛만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거였다.

초소에 다가갈수록 윗아래 없는 후임 녀석은 이제는 내 그림자까지 밟아가며 내 뒤에서 바짝 붙어서 오고 있었다.

후문 초소에 다다를 쯤이였다.


- 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비스킷.....


조용조용한 목소리가 초소 안 쪽에서 들리었다.

암구호의 답어를 외치는건 후임의 몫이기에 난 다물고 있었는데 이 멸치놈이 암구호를 까먹었는지 아니면 그새 꿀을 드셨는지 합죽이가 되있었다

이 똥강아지는 꼭 죽인다 싶어서 내가 답어를 말하고 나아가려는데 후임 이녀석이 나를 팍! 붙잡는게 아닌가?

갑작스레 팔이 잡혀서 나도 모르게 짦은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었지만 애써 침착하게 굴었다.

어쭈? 이놈이 끝까지 해보자는 건가 싶어서 후임을 돌아보니 이 녀석 얼굴이 덜덜 떨려서는 자꾸 "어.. 어.. 어.." 하더니 급기야 눈물이 흘러 나오는거
 아니겠나?

지 딴에는 암구호 못 외운게 큰 일인건 아는지 백치아다다 흉내를 내서 상황을 모면 하려는건가 싶었는데 그런 것 치곤 후임 얼굴이 뭐 못 볼껄 본 사람 처럼 변해있었다,

두 눈은 크게 떠지고 콧구멍은 떡하니 벌어진게 보는 나조차 등골이 오싹하였다.

그리고 나도 후임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내 시선을 옮겼다......

후문 초소에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늘상 보던 재수없는 건물이 더 재수없어 보였을 뿐...

그런데 갑자기 온몸의 솜털들이 삐죽삐죽 서면서 뒤통수에 뭔가를 맞은것처럼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우리가 후문 초소 첫 근무자 일터인데 지금 저 초소 안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 것은 대체 뭐지?


이쯤 되니깐 나나 후임이나 아무말도 못하고 발이 묶인 것처럼 정면만 응시하게 되더라

마치 그 초소에서 눈을 때면 뭔가가 내 목을 확 낚아 챌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온 몸을 둘러쌌다.

그러고 5초나 지났을까?

계속 같은 자세로 멍청하게 서 있는 것도 등신같아 보였고 울면서 막사로 도망가는것도 향후 내 군생활에 있어서 큰 오점으로 남을 것 같았다.

난 내 뒤에서 도망 칠 기회만 노리고 있는 후임의 옷가지를 세게 쥐어잡고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나: 와, 와바라!!!  


내가 낼수 있는 최대한의 허세였다.

내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게 일갈을 하는 것을 보고 후임도 정신을 차렸는지 한마디 거들기 시작했다.


후임: 그,그래! 와봐라!!


이 녀석, 용감한 녀석.


그 상태로 용감한 우리는 제자리를 사수하며 후문초소를 향해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와바라!

그래 와바라!!




...............................................


후에 초소에서 걸어나와 내 팬티에 살짝 물을 적시게 만든 것은 우리 부대 간부였고

우리를 놀리기 위해 그 무서움도 마다하고 한 발 앞서 초소에 숨어들어간 것이었다.

게다가 우리의 용맹늠름한 포효를 녹음까지 하는 친절함 덕분에 

우리는 일확 스타의 자리까지 올라갔다.

난 이 일을 계기로 트라우마가 생겨 골목길도 못 지나가는 겁쟁이가 되버렸고 

그 날 사단장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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