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실감이 나지를 않으니 사실상 나는 적응이라는 단어에 꽤나 느린 종류의 사람 중의 하나 인가보다. 2004년이 되었어 하고 말하지만 기분은 2003년이고 사실상 아직도 2002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쩌면 내 인생 자체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 그야 말로 적응 치 라고 불리우는 나로써는 바로 한달전의 일이 꿈과도 같이 느껴질 뿐이다.
웃었던 것이 엊그제 같기도 하고 조금 더 되었던 것 같기도 한데 어느새 다시 나는 예의 그 모습으로 돌아와 언제 내가 웃었는지 시치미를 뚜욱 떼고는 다시 변함없는 쪼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가 많은 사람들이 물었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사실 그렇다.
내게 사랑 이라는 것이 너무나 과분하다고 나는 그저 이렇게 밑바닥에서 아무도 알아가지 아니하고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그렇게 생각해 왔기에 힘들게 사랑을 다시 쟁취하려고 하지 않는가보다고 주위에서는 말들을 한다. 허나 나는 너무나 멍청해서 아직까지 헤어짐을 인정할 수 없기에 새로운 사랑을 그리워 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혼자라는 사실은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들게끔 나를 유도하지 못했다. 홀가분해 라는 단어를 써도 봤고 이제 다른 여자에게 눈길주어도 되잖아? 하고 말하지만 사실 나는 구속 이라는 단어 조차 느껴보지 못할 정도로 짧은 만남이었기에 그다지 이 장점에 대해서도 반기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행복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채로 방황하고 있나보다.
사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지금 나의 상태는 심히 혼란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작년 이맘때 쯤에 모든 마음을 정리하고 괜찮아 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나갔으나 결국 흩날리는 봄바람을 잡으려고 한 꼴이 되어 비참함 속에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이별을 당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별이 가장 슬픈 이별이라고 착각한다던데 그 말이 맞는것 같기는 하다. 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한채로 쏟아부었던 내 사랑은 돌아올 줄 모르고 허공에 흩날렸고 결국 나는 오늘도 터져버린 내 심장의 조각을 주어 모으느라 하루를 허비했다. 보고싶어했고 또 그리워 했다.
인연이 아닌지라 그냥 잊으라고 금방 편해질 것이라고 쉽게들 얘기했고 수긍하는 척을 했으나 사실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마음을 끄덕이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 듯 하다. 사실 잊을 생각도 편해질 생각도 없는 나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또 다음 날도 나를 자책하고 또 후회하고 슬퍼하고 힘들어 할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무언가에 적응하는 것에 점점 힘들어 진다고 들었고 사실 많이 살지도 않은 나 조차도 느낄 정도로 바뀌어진 내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메일 한조각에 느껴야만 했던 내 절망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사로잡혀 내 손과 발을 붙잡았고 나는 참담한 무기력증에 빠져들었다.
사실상 존재하지도 않았던 행복을 좇아왔고 겨우 손에 닿으려나 싶었지만 역시나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나 대신, 나를 좋아해주지 않았던 님에게 어떻게 해서든 바치고 싶다. 나는 남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덩달아 좋아하는 선한 군상은 아니되나 오늘만큼은 님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기도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