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다 말하면 심장이라도 떼줄 수 있었던 첫사랑이 바람을 펴서 헤어졌었어요. 바람이라 말하기엔 사연이 너무 깊지만 구구절절 말하자니 힘들고, 여하튼 헤어진지 이제 2년이 다돼가네요. 그 여자보다 내가 더 잘해주겠다고 울면서 빌고 그 사람도 자기가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울고. 그렇게 꼬박 한달을 서로 울기만 하다 헤어졌어요. 헤어지도 반년동안 주위 사람들이 다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볼만큼 사람구실 못하고 살았었네요.
그러다 지금 남자친구를 만났는데 이미 그런 적이 한 번 있으니 상대를 오롯이 믿는다는게 힘들었었어요. 여태 연애하며 한 번도 상상조차 한 적 없던 남자친구 휴대폰 속이 궁금해지고 여자의 직감이란 핑계로 의심하며 제 스스로를 갉아먹고. 그래도 이런 행동이 남자친구를 힘들게 할 걸 아니 꾹 참고 집착 한 번, 의심하는 티 한 번 낸 적 없이 반년을 만났어요.
그러다 며칠 전에 둘이 술을 양껏 마시고 취한 상태로 있다 남자친구가 카톡을 하고 있길래 누구냐니 직장동료라더군요. 여자분이셨구요. 여자분이 먼저 자냐, 심심하다, 뭐 그런식으로 보냈더라구요.
별 생각없이 있다가 여태 잘 참아왔으면서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남자친구 휴대폰을 보려고 했더니 기겁을 하며 뺏으려 들더라구요. 처음엔 그 반응이 재밌어서 깔깔 웃으며 폰 들고 도망다니다 정말 정색을 하고 돌려달라기에 찔리는 거 있냐고 왜 그러냐 그랬더니
그냥 내 기분이 그래서 그래, 봐도 그냥 내 옆에서 같이 보면 안돼? 라며 정색하고 흥분하더라구요.
순간 맘이 서늘해져서 됐다 그러고 돌아누워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까지 미안하다고 이제 화 풀어라고, 자기가 술 마셔서 흥분한 모양이라고 자기 미워하지 말라며 절 달래주대요. 도저히 기분이 안 풀리는데 좀스럽다 생각할까봐 그냥 풀린 척 했어요.
(중간에 제가 "왜 사과해요?"랬더니 제가 화를 내니까 사과하는게 당연한 거 아니냐기에 내가 화 안 냈으면 그게 사과할 일 아니라 생각하냐니까 또 입을 꾹 다물더군요)
그냥 자길 믿어달라, 이 말 한마디면 됐을 것을. 시늉이라도 그럼 휴대폰 보고 그만 화풀어라고 해줬음 좋을 것을. (봐라고 줬어도 그땐 안봤겠지만)
...것 때문에 며칠이 훌쩍 지났는데도 남자친구에게 전처럼 다정해지기가 힘드네요. 예전 첫사랑 같은 꼴이 나지는 않을까 의심만 부풀고, 한 번 깨진 이 신뢰가 돌아오기는 할까, 그냥 끝내버려야 하나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