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녀는 말도 하지 않았음 그 자리에서 눈물 뚝 떨어지더니 핸드폰이랑 가방이랑 그림도구들 챙겨서 바로 나가버림
붙잡을 새도 없이 휙 나가버려서 난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음 잡아야했지만, 잡고싶었지만 실기시험이 약 한 달, 코 앞으로 다가와있어서 머릿 속 한편으론 그래 정리하고 지금 해야될 걸 하자 하면서 바로 그림 공부에 매진함 레알 쿨남(이라 쓰고 병X이라 읽는다)같은 마인드였음 물론 아 내일 손목녀 다시 학원에 오면 무슨 얼굴을 해야하나...라고도 생각함 하지만 그 다음 날부터 손목녀를 볼 수는 없었음 그런데 정말로 난 신은 공평하다고 생각함 뜬금없이 여기서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하면 수능 잘 나와서 모두들 왠만하면 네가 원하는 대학 갈 수 있겠다는 소리를 들은 나였지만 결과는 ...떨어졌음 예상했던 데로 실기시험에서 떨어짐 반대로 어색해져버려서 그 중요한 한달 간 나때문에 그림도 못그렸을 손목녀는 불X친구에게 물어보니 가고 싶어했던 대학교 의상디자인과 붙었다함 그런거지 아무리 노력해도 예술 쪽은 역시 재능이 필요한 거겠지...손목녀는 재능이 있으니까... 이래 생각함ㅋㅋㅋㅋ 레알 못 났네 나란 놈ㅋㅋ 나땜에 중요한 시기에 그림공부 제대로 못 한 손목녀는 자기가 가고 싶어한 대학 붙었는데, 그걸 재능 탓으로 돌림 여튼 그렇게 정신 피폐해진 나는 재수의 마음도 잃음 재능이 없어 안될 거라 생각하고 미대의 길도 접음 다른 길로 갈 생각도 접음 입시포기+19살 = 뭐가 남았겠음? 답은 님들이 생각한 대로 임 바로 군대ㄱㄱ함
그리고 2년 후 난 당당하게 전to the역ㅋ
전역하고 당시의 나... 피폐해진 마음이 군대 간다고 달라질 게 있나ㅋㅋ
원래의 나였으면 나이트, 클럽 (당시엔 감주, 감성주점이 유행함, 지금은 안가니 잘 모르겠고) 같은 덴 쳐다보지도 않았을텐데ㅋ
군대서 선후임들이랑 같이가서 맛들인 이후엔 전역하고도 매일 갔음 하지만 성격이 그닥 남성스럽진 않아서ㅋ 부킹같은 건 꼬이면 콜이고 내가 가는 건 없고
여튼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술먹고 군대 동기 자취방에서 곯아떨어졌을 때임 모르는 전화로 전화가 와서 숙취로 머리가 깨질 듯 했지만 일단 전화를 받았음
"여...여보세요?" "요맨 타임이 몇신데 아직도 자고 있냐?" 전화기 너머로 모르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음 더불어 시계를 보니 오후1시 지나고 있었고 "누구...누구세요?" "너 올레디 나 까먹었냐ㅋㅋㅋ" 한 치의 거짓도 없이, 글자 하나 틀림없이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음 레알 무튼 기억을 잘 떠올려 보니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임 계속 기억을 헤메니 누군가 한 사람 떠오름 "어...어...? 부장형이세요?" "그래ㅋㅋ나다" "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부장형 내가 입대할 때, 즉 부장형이 대학교1학년 끝났을 때 미국으로 유학간걸로 알고 있었음 그걸 증명하듯 말하는 단어에 초딩수준의 영어가 곁들어져(...)있었음 "유 내가 미스하지 않았니ㅋㅋ그렇지 않니?" (발번역해보자면 You would be missed me, would't you?) "죄송해요 여러가지 바쁜 일이 있어서 형 생각할 시간은 없었네요" "레알리?(ㅋㅋㅋㅋㅋ여기서 좀 터짐ㅋㅋ발번역:Really?)" "2년간 더 재밌으셔졌네요ㅋㅋㅋㅋ" 이러저러 이야기를 함 부장형도 군대 때문에 귀국한 듯함 그래서 오랜만에 고향에 왔겠다 게다가 군대 가기 전에 주변 사람들한테 연락 중이였던 듯 "그래서 그런데 군대가기 전에 술이나 같이 한번 먹자" "아 네 좋죠ㅋ" "시간은 괜찮냐? 이 시간까지 자는 걸보니 별로 하는 일은 없어 보인다만" "네 하는 일 없어요ㅋㅋ" "농담인데ㅋ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마ㅋㅋ" "괜찮아요ㅋ 술 마시는 건 좋아하니까" "오~ 꽤 스트롱보이가 됬는걸. 그럼 낼 OO시까지 OOOO에서 만나자" "네ㅋ" "아 참 그리고" "네?" 여기서 부장형이 잠깐 뜸을 들임 난 왠지 무슨 이야길 할 지 감이 왔음 "내 동생(손목녀)도 올지도 모르거든. 괜찮겠냐?" 역시 생각하고 있던 그 이야기 였음 . . . . . . . 일단 여기서 끊겠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