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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없는 저처럼 뒤쪽에만 서 있어도 좋습니다. 일단 나가서 함께 합시다.
게시물ID : sewol_431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arian
추천 : 15
조회수 : 288회
댓글수 : 54개
등록시간 : 2015/04/19 01:18:09
저는 집회가 시작된지 한참이 지나서, 저녁 9시가 지나서야 광화문을 향해 혼자서 집을 나섰습니다. 팩트 티비를 보고 사람들이 물대포를 온몸으로 맞는 모습을 보고서야 나가게 되었네요.

사실 저는 맨 앞에서 앞장설 생각도 용기도 없습니다. 물대포를 온몸으로 맞아준다? 최루액에 맞는다?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광화문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가봤자 아무것도 안할 거면서 너혼자 정신승리 하려는거 아니냐, 개념있는 척 하려는 거 아니냐, 네 할일도 제대로 안하면서 오지랖도 넓다' 등등 제 속에서 또 다른 저의 온갖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래도 가고 싶었습니다. 앞장설 용기는 없지만 뒤쪽에 서서 '누군가 등 뒤에 있다'는 느낌이라도 전달해 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몇십미터 뒤에 있더라도 저 먼 곳이 아닌 목소리가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힘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댓글로, 트윗으로, 말로만 응원한다고 하는 것보다 실제로 박수를 들려주고 함성을 질러주는 것과는 천지차이입니다. 

뉴스에서는 수십명이 연행되고 '격렬한 대치'가 이루어진다고 하면서 겁을 마구 줍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이기에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면서 겁을 마구 줍니다. 

그렇습니다. 겁이 나면 도망가면 됩니다. 하지만 경찰들이 나를 쳐다보고 쫓아오기 전까지는 계속 함께 광장에 서 있어주면 됩니다. 그걸로도 좋습니다. 

2012년 10월 현재 전국의 전의경 총원은 2만여명이라고 합니다(위키피디어 참조,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얼마나 늘려놨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런데 오늘 광화문에 투입된 병력이 1만3천여명이라고 하지요.ㅋㅋ 정부에서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오늘도 결국에는 유가족을 해방시켜 준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 경찰도 어쩔 수 없습니다. 너무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오늘 100여명 가까이 연행되었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근처 유치장이 북새통입니다. 그런데 오백명, 천명, 오천명을 한꺼번에 연행할 수 있겠습니까? 절대 못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일수록 경찰은 시민들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습니다. 87년 6월에도 전국에서 180만명이 거리에 나섰고, 당시 10만여명의 경찰 병력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어서 결국 전두환을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끝없이 늘어선 전경들과 버스차벽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무섭다면 저처럼 그냥 뒤에 서 있으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리라 저는 믿습니다. 

앞장설 용기도 없으면서 정신승리 하려 한다고 비꼬는 인간들? 그러라고 하세요. 본인 다리를 움직일 힘은 없고 키보드 누를 힘만 있는 주제에 그렇게 말로만 남을 비꼬면서 이기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정신승리의 자세 아닌가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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