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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의식(Ritual).
게시물ID : phil_44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락쉬만
추천 : 0
조회수 : 33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1/02 13:02:48

시무식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올해의 계획을 말하고, 의지를 다시 다지자는 자리였습니다.

 

새해가 밝았으니, 더 잘합시다.

 

라는 말은 시간의 성질을, 혹은 실존을 알든 모르든 우리에게 주는 영향력이 큽니다.

 

이런 의식을 치루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상황의 변화가 있음을 인지할 수 있지만, 애써 이런 의식을 치룹니다.

 

이러한 의식은 실재하는 물질들의 가시적인 변화가 아닌, 우리의 관념속에서의 변화를 "공표?" 내지는 "스스로 인정"하는 효과를 냅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살때 돈이라는 물질을 주고 받는 의식을 치룹니다.

(물론 요즘은 카드에 새겨져있는 key값에 해당하는 계좌의 금액을 전산으로 이송하는 것으로 갈음하기도 합니다. 혹은 그 계좌의 차변에 액수를 더하던지요.)

 

유치원, 초등학교,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졸업할 때에도 우리는 "식"을 치룹니다.

 

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되는 자리에서도 판사가 그 죄를 천명하는 의식을 치룹니다. (땅땅땅)

 

누군가가 결혼을 하거나, 죽었을 때에도 이런 의식을 통해 우리는 그 사람이 새로운 가정을 이루었고, 어떤 사람이 또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의식"가장 고도로 발달(?)한 곳은 종교계입니다.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쓸데없는 첨언이지만, 저는 담배를 피우는 것을 이런 의식의 일종으로 봅니다.

 

어떤 일이 일단락 되었을 때, 밥을 먹었을 때, 집에 도착했을 때, 아니면 제대를 했을 때, 졸업을 했을 때..

 

너무나도 많은 복잡한 일들의 끝과 시작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잠시 멈춰설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군인이던 나는 끝났고, 다시 대학생으로서의 내가 시작된다."

 

물론 오래전의 이야기이지만...

 

 

그런 "식"은 주어진 절차를 다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기에 비가 오지 않으면 제물을 바쳐 기우제를 치뤘을지도 모릅니다.

 

절차의 과잉이죠.

 

주어진 절차를 따르면 그 절차에 맞는 결과가 올 것이라는 기대.

 

맞는 말이죠. 최선의 방법을 사용하면 최선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수학입니다. 문제는 이 최선의 방법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하기에 "~했으면 좋겠다."와 같은 소망과 우리의 인식능력의 한계가 합해져서

 

삶은 어떤 개인의 궁극적인 결말을 향한 "의식(Ritual)"일 때가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것이 기우제처럼 비 관념적인 자연현상을 향하던, 아니면 거래 처럼 관념적인 현상을 향하던..

 

 

그래서 안생기는 겁니다.

 

네. 철학적인 이야기 아니고, 유머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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