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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그래 며칠뒤엔 괜찮아져, 그생각만으로 벌써 일년이...
게시물ID : love_431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소기각
추천 : 0
조회수 : 118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6/26 02: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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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안녕하세요, 한강변에 거주중인 계란 한판 채운 남자입니다. 오유에 들락날락 거리지 않지만, 문득 이야기가 하고싶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분들은 혼자 그 사달난게 아니니 이 글로 위로 받았으면 하고, 아직 사랑을 하고 계신분들은... 알아서 하세요.
 아래부터는 전상서처럼 쓰겠습니다. 


 *안녕, 잘지냈니. 
 헤어진지 1년이 넘었는데 갑자기 이런식으로 너에게 말을 건네게 됐네. 소식이 닿게끔 할 방도라는게, 네가 오유를 눈팅한것만 기억나서 여기다가 쓰게 되었어. 이 글이 베오베에 올라가지 않는이상 너에게 닿을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이야기 하고싶어.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지.

 우리가 같이 쌓아온 추억을 곱씹는것 보다, 혼자가 된 내가 여지껏 느낀걸 이야기 하려고해. 
 헤어지고 한달정도는 사실 실감이 잘 안났어. 심신이 지쳐있던것도 있었지만, 다른 일들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거든. 슬픈 노래를 들어도 울기전에 코드분석 할 정도로 어떻게든 내 꿈을 쫒기 바빴으니까. 정신없이 급한불들을 끄고나니 그제서야 실감이 나더라고. 내가 혼자가 된게. 
 '여자친구'라는 단어가 희미해지고 네 이름이 그 자리를 채울정도로 시간이 흐를동안, 인터넷 서핑하다가 이별이란 단어가 들어간 글들은 거진 다 본거 같아. 그때가 되니 우리가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깨달았어.

 내가 좀 더 말을 이쁘게 했으면 좀 나았을까, 네가 겟아웃 보러가자 할때 고집부리지 말고 보러갔으면 아직 내 옆에 있었을까, 공휴일에 사람들과 술먹으러 가지말고 너를 만났으면... 계속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을텐데...
 네가 나에게 상처받았던 지난날들이 모두 나를 찌르는 가시가 되었고, 나는 그걸 뒤늦게 알아챈거지.
 못된 전애인을 똥차라고들 많이 하는데, 난 똥차가 아니라 리어카더라고. 그런데 넌 그 리어카를 승차감 괜찮다고 말하면서 2년 넘게 탄거였어. 

 찾아가서 용서를 구하고 매달릴까 했어. 버스 한번만 타면 너희집 앞으로 갈 수 있는데, 한강만 건너면 너를 만날수 있는데...
 그런데 그러지 못했어. 가서 매달리는게 너에게 또 상처를 주는꼴이 될까봐. 그리고 혹여나 네가 돌아온다해도 푼돈으로 생활하고 사무실 쪽방에 웅크려 있는 내처지가 바뀐것도 아닌데, 나에게 기대라는것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깊게 박힌 가시를 빼내지도 못한채 절뚝이며 반년을 보낸거 같아. 무대위에 몇번을 올라가더라도 나를 바라보는 너의 두눈이 없으니, 무대조명이 꺼짐과 동시에 늘 공허함이 나를 감싸더라고. 갈망하던 무대위에서도 그런데, 다른거는 더했지. 사는 낙을 잃어버렸어.

 해가 넘어가자마자 난 본가로 내려갔어. 살던곳의 보일러관이 터진것도 있지만, 내가 먹고자는곳, 내가 거닐던 모든곳에 너의 흔적이 깊게 배어서 서울하늘 아래서 숨쉬기가 버겁더라고. 짐정리를 하면서 알게된건데, 그 작은 쪽방안에 우리의 추억이 참 많더라. 정리하는데 들인 시간보다 바닥에 떨어진 눈물을 닦는시간이 더 많았어.
 본가에 내려가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는데 그중 하나가 행복에 대한 기준이었어. 내가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건 무대 위에 있을때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고, 그걸 추구하는게 나의 유일한 행복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는데, 결혼한 동생내외와 사촌형내외가 사는 모습을 보니 그것또한 내가 바라던 행복이더라. 다만 너무 늦게 깨달은게 문제지만.
 
 이번달 초에 다시 서울로 올라왔고 내 꿈은 잠시 접어뒀어. 지금은 취업반에서 교육받는중이야. (이럴줄 알았으면 진즉에 너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언제든 다시 꿈을 펼칠 생각은 하지만, 너를 다시... 아니, 혹여나 너만큼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나는 함께하는 삶을 좆을려고해. 꿈을 좆다 사람을 잃는것보다 꿈을 버리고 사람을 얻는게 더 나은거 같아. 그리고 지금 배우는거, 생각보다 손에 잘붙고 할만하더라고.

 이제 다시 버스 한번만 타면 너를 만나볼 수 있어. 만나서 예전으로 처럼 이야기를 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 하지만 그건 욕심이겠지. 내 마음가짐은 달라졌지만, 상황이 달라진건 아니니까. 네가 내곁에 잠시나마 있었던것, 그것만으로도 고마워. 그 고마움이 너무 커서 곱씹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것 같아.
 아마 지금쯤이면 넌 누군가를 만나고 있겠지. 넌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이니까. 만약 아직 혼자라도 걱정하지마. 곧 좋은사람 만날거야.
 만약에 우리가 마주치게 된다면 어색한 표정으로 피하지말고, 서로 말은 못건네더라도 웃으면서 스쳐지나갔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찬란한 때가 있었음을 알려줘서 고마워. 내 생각 안날정도로 네가 행복하길 바랄게.

잘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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