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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 사임, '중도 노선의 승리'
게시물ID : sisa_4318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百年戰爭
추천 : 2
조회수 : 3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8/27 15:28:21
출처 :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30826082011072

재방송을 보는 듯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빠졌던 두 가지 함정이 고스란히 다시 등장했다.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가 사실상 처음으로 다수 관찰자를 갸우뚱하게 만든 날은 지난해 10월23일이다. 이날 안철수 후보는 '국회의원 100석 감축'을 요지로 하는 정치쇄신안을 발표한다. 대중의 정치혐오에 편승한 입법부 때리기 성격이 짙었다( < 시사IN > 제268호 커버스토리 참조). 이 쇄신안은 진보 성향 여론 주도층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고, 지지층 일부의 이탈을 불러왔다. 안철수 후보의 기세가 꺾였던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당시 안철수 캠프에 참여했던 선거제도 연구자들은 비례대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정치쇄신안을 준비 중이었다. 실제로 발표된 쇄신안과는 취지와 방향이 정반대다. 캠프에 참석했던 한 정치학 교수는 "관련 전공자들이 비례대표 강화안을 준비하는 동안, 캠프 핵심들이 의원 감축안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이 쇄신안이 여론 주도층을 중심으로 역풍을 맞았던 과정을 보면, 바탕 논리를 탄탄하게 다지지 않은 정무적 판단이 갖는 위험을 알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은 국회 입성 후인 올해 5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 100명을 감축하자는 것은 아니었고, 몇 명이라도 줄여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였다"라고 말해 사실상 10·23 쇄신안을 거둬들였다.

매주 수요일 내부 세미나에서 갈등 표출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장집 교수가 '내일' 이사장으로 갔다는 것은 연구자 그룹과 정무 라인 간에 벌어진 '2차전'이었다. 앞서의 정치학 교수는 최 교수가 '내일'에 입성해 진보적 자유주의를 내걸 당시 "최장집 교수까지 안 먹힌다면 아무도 안 먹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최 교수에게 힘이 실렸다. 그는 내부의 우려를 뚫고 진보적 자유주의를 안철수 세력의 이념으로 관철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결국 이념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안철수 세력의 핵심 그룹은 이념을 내거는 데 거부감이 상당했다고 한다. 매주 수요일 진행된 내부 세미나에서는 "19세기도 아닌데 이념을 내세울 필요가 있나"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은 괜찮은 슬로건으로 충분하지 않나" 등의 반론도 등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서는 이 세미나 자체도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최 교수가 설정한 이념 좌표축과 안철수 의원의 발언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국정원 정국이 본격 시작된 6월 말부터, 안 의원은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중도 포지션을 확실히 한다.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가 처음 불거진 6월25일에는 "경제가 굉장히 위기이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정쟁에 휩싸여도 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8월7일에는 "국가정보원 사태의 일차적 책임이 여당과 정부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야당도 좀 더 슬기롭게 대처해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최 교수가 주창한 진보적 자유주의는 정치세력의 이념 대접을 받지 못했다. 최 교수는 이 장면에서 본인의 역할이 더 이상 없다고 보고 사임을 선택했다.

안철수 의원 측은 최장집 사임이라는 악재를 최소한의 파장으로 관리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나온 논리가 '외부책임론'이다. 최장집 사임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8월12일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학자적 양심을 갖고 하는 말도 주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석하다 보니 많이 힘드셨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의 핵심 관계자는 "최 교수가 민주당이 주최한 토론회에 나갔다가 수모를 당했다. 이런 것들이 '정치적 역할에 대한 부담' 아니었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 시사IN > 인터뷰(18~21쪽 참조)에서 보듯 외부책임론은 최 교수가 생각하는 사임 이유와는 거리가 있다.

최 교수의 사임은 안철수 신세력의 노선이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의 중도 노선으로 확실하게 정리되었다는 의미다. 이 노선에 반대하는 사실상 유일한 버팀목이 최 교수였다. 결과적으로 이 '진보로의 견인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이 났다.

최 교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본질적인 이념에서 선명히 갈라진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둘 사이 포지션으로는 파괴력을 가질 수 없다고 보았다. 반면 안철수 팀의 핵심 전략통들은, 두 당의 사이에 자리를 잡고 양당의 '불만 있는 지지자'들을 끌어오는 것이 안철수 신세력의 미래라고 생각했다.

4월의 서울 노원병 재선거는 좋은 예다. 안철수 캠프는 이 선거에서 의도적으로 중도층과 새누리당 지지층 공략에 집중했다. 선거 이후 안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유권자의 30%가 저를 찍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안철수 신세력의 마케팅 포인트를 압축해 보여준다.

여기서부터 두 번째 함정이 작동한다. 다시 지난해 대선 국면으로 돌아가 보자. 안철수 캠프는 9월 출마 선언에서 11월 사퇴 선언까지 두 달 동안 이질적인 두 지지층을 끝내 통합시키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대선 때 '이질적 지지층' 통합에 실패

안철수 후보의 새정치 노선에 공감하던 '새정치파'와 안 후보를 매개로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이려 했던 '정권교체파'는, 안철수 후보에게 요구하는 바가 크게 달랐다.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뒤로 미루자 정권교체 지지층이 이탈했고, 안 후보는 대선 레이스에서 처음으로 지지도 3위로 내려앉았다. '이질적인 지지층의 결집'이라는 과제를 다루는 데 실패한 셈이다( < 시사IN > 제272호 커버스토리).

최장집 교수는 < 시사IN > 인터뷰에서 "양당 구도에서 중간을 차지하려는 자세로는 폭넓게 걸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지지 세력을 단단히 묶어낼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안철수 신세력이 구상하고 있는 전략이 '지지층 결집 실패'라는 잠재적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역시 대선 때의 기억과 판박이다.

이론적 판단에 대한 정무적 판단의 우위. 선명한 노선 전략 기각과 최대 다수 포괄전략 선택. 최장집 교수가 사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안철수 신세력의 패턴은 지난해 대선 캠프가 보여준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최 교수는 "대선 때 만들어진 패턴이 새롭게 세력화를 시도할 때 되풀이된다고 해도 틀린 얘기는 아닐 듯하다. 인적 구성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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