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권력의 시선에서 <부러진 화살>은 불편할 수 있는 영화지만 대기업 자본 입장에서도 저예산 영화의 선전 가능성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많은 자본이 투입된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위해 그만큼 상영관을 더 확보하고 관객들을 동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저예산 영화를 빨리 밀어내고 상영관을 차지해야 하는데, 도리어 저예산영화가 선전하게 된다면 상황이 역전되면서 거대 자본의 자존심이 구겨질 수 있어서다.
따라서 설날 연휴 메이저 투자 배급사 작품들과 경쟁하는 <부러진 화살>은 사회성 짙은 주제에 맞춰진 포커스를 넘어 저예산 영화가 거대 자본과 맞붙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거대 자본이 돈을 쏟아 부은 영화들이 잘 돼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자칫 거대 자본이 들어간 영화가 부진할 경우 투자환경은 위축되면서 제작 여건에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 자본이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해 창작자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어 뚝심으로 만든 저예산 영화가 좋은 결과를 얻을 경우 영화 제작 환경에 새로운 자극과 경고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비준된 한미 FTA가 자본의 논리를 옹호해 저예산 영화의 설 땅을 아예 없애고 영화 산업을 거대 자본에 종속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저예산 영화 <부러진 화살>이 선전할 경우 그 의미가 한층 커질 수 있어 주목된다.
결국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부러진 화살>의 예매율이나 첫 주 관객수가 많지 않을 경우 저예산 영화라는 불리함은 여타 같은 조건의 영화들처럼 자본의 힘에 의해 밀려나는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