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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뽀개기 - 경쟁력(플랜트 업계)과 경제민주화의 딜레마
게시물ID : humorbest_4319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aru2u
추천 : 44
조회수 : 3386회
댓글수 : 2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1/21 09:12:49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1/21 01:02:28
대기업 다닌지 6년.
S나 H정도는 아니고 그저 그런 대기업이지만.
지난 6년 빡세게 달려왔고 작년 해외에서 8개월 정도 있다가 귀국한 후 
새 일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몇 달째 자체 안식년을 가지고 있다.
오유인 답게 30대 중반의 나이에 결혼도 몬하고 이렇게 설을 맞이하여
그동안 생각한 것들 좀 풀어놓고 싶어서리...

해외 플랜트 관련 일이라 뭐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일을 해보면 느끼는 게,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다섯 개다. 

1. Diligent (근면함)
하루 지연시 65만 USD (약 7억원)인 플랜트 현장에서 일하는 데
우리는 (나는) 문제 생기면 끝까지 남아서 밤도 새고 그렇게 해결하고 가는데 (야근 수당 없이)
Siemens (독일)은 문제 있어도 7시 되면 아무도 없다.
그리고 플랜트 업계의 특성 상, 문제 발생 시 빠른 액션이 중요한데
이 측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인도인들보다 2~3배는 빠르다. 
quality보다는 speed에 단련되어 있고 단납기 내에 (어떻게든) 완료하는 능력은 세계 탑클래스다. 
군대 문화가 ... 일익을 담당했다고 (인정하기는 싫지만) 생각한다. 

2. Risk transfer (위험 전가)
경쟁사와 가격 경쟁할 때, 특히 벤더들과 가격협상할때
무턱대고 20% 까라느니, 경쟁사 가격에 맞추라느니...
뭐 이건 어느 정도 알려져있으니 자세히 얘기는 안하겠지만
외국 업체한테는 할 수 없는 일들을 국내 업체한테는 너무 당연하게 한다. 
똑같이 외국업체한테하면 안 먹힌다. 오히려 claim 먹을 때도 있고. 
즉, 대기업-중소기업간의 거래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불공정하며
즉 risk transfer할 여력이 다른 나라 업체들보다 훨씬 많다. 

3. Local work force (현지 인력)
약 10년전만 해도 8억불 하는 현장에 한국 인력은 최대 500~1000명 정도는 되었다. 
거기에 현지인력까지 치면 최대 5천명에 달했지. 
지금은, 한국 인력 업체 사람 다 해도 약 100명 내외다. 
대부분 인도, 필리핀, 네팔, 파키스탄에서 일하러 온 얘들을 최소 월 20~30만원, 평균 70~80만원, 능력자들 몇 명만 월 300~500만원 주면서 쓴다. 
자국인 비율이 Siemens보다 훨씬 낮다. 
우리가 자국인 대 3국인 (3세계인을 이렇게 부른다.) 비율이 1:9라면
Siemens는 그래도 3:7은 된다. 

4. Low exchange rate (낮은 통화 가치)
이건 ... 저렇게 저평가되고 있는 달러대비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 정말 부자연스러울 정도. 

5. Risk taking
추가 보수 없이 하루 종일 일해도 파업하거나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못하는 종업원
위험 전가를 아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벤더들
최대한 값싼 노동력으로 금방 대처해버리는 ... 유연성 (공격적 인사정책) 
그리고 낮은 통화 가치를 유지하여 수출경쟁력을 담보해주는 정부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회사들보다 훨씬 과감하고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
나는 바로 5번이 현재 국내 대기업 약진의 가장 중요한 point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 회사에서 경함한 바, 국내 대기업들이 가진 다른 나라 기업들보다 유리한 점이다. 
여기서 1과 3번은 노동과 고용
2번은 중소기업과의 관계
4번은 환율
5번은 1~4번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 의사결정들이 1~4의 지속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핵심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현재 중요한 정치적 이슈인 경제 민주화를 추진하려 하면 - 대기업과 수출로 지나치게 편중된 경제의 축을 어느정도 중소기업과 내수로 돌리려고 하면 
상기 5번, 우리나라 대기업이 가진 장점을 자연스럽게 잃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대기업들은 완강히 저항할 수 밖에 없다. 
정치인, 언론인, 판검사들에게 들어가는 로비자금은 저 변화를 막으면서 파생되는 이익에 비하면 ... 수익률 높은 투자일 것이고. 

집기양단의 지혜가 필요하겠지만
이 나름의 내전은 그닥 녹록치 않을터
도올 선생, 좀 도와주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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