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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좀 들어볼래?
게시물ID : gomin_4323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잠이안온다Ω
추천 : 2
조회수 : 265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2/10/10 06:09:46

아빠가 엄마에게 욕을 퍼붓고 고함을 지르고 물건을 부수던 장면.. 그게 내 생애 첫 기억이야.

 

평소엔 자상하고 다정하던 아빠는 술만 마시면 엄마를 못살게 굴었지.

 

하지만 엄마는 나때문에 참 열심히 사셨고 쉬는날 없이 매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해서 돈을 모았어.

 

그러던중 아빠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어있었는데 엄마는 그걸 모르고 아빠를 깨워 나와 함께 할머니댁으로 향했고.. 집에서 얼마 못가 사고를 냈어.

 

사람을 친거지.. 십수년이 흘렀는데 그 장면이 아직 생생해.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차 앞유리에 김이 하얗게 서렸어. 그리고 쿵하는 소리가 나면서 유리에 금이갔지. 동그랗게 움푹 패인..

 

놀란 엄마와 아빠가 차를 세우고 내렸고 나는 차안에서 벌벌 떨다가 뒤를 돌아봤어. 아빠가 축 처진 여자를 안고 길가로 나오더라.

 

살면서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해본적이 있었을까.. 제발 아무 일 없게 해달라고..

 

그렇지만 내 간절했던 기도는 소용이 없었어. 그 언니는 그 자리에서 죽었고.. 그 곳은 횡단보도였고.. 아빠는 음주상태였지..

 

그대로 아빠는 구속이 되었고 엄마는 어떻게든 형량을 줄여보려 변호사를 선임하고 합의를 보고 사방팔방 뛰어다녔어.

 

십수년간 새벽부터 도매시장에 나가 물건을 떼어오고 밤 늦게까지 노점에서 장사를 해서 모은 돈은 그렇게 다 날아갔고 우리가족은 다시 가난해졌어.

 

나에게 한번도 우는 모습을 보인적 없던 엄마가 모두 잠이든 밤이 되서야 혼자 흐느껴 우시더라.

 

그땐 슬프기보다는 무서웠어. 강하게만 보이던 엄마가 힘들어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나를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릴까봐.

 

그렇지만 엄마는 꿋꿋하게 버텨내더라.

 

붕어빵 장사로 생활비를 벌고.. 아빠 면회를 하고 방마다 한명씩 있는 사형수의 비위를 맞춰야해서 없는 형편에 메이커 옷을 사다바치고..

 

그렇게 반년 후 아빠가 나왔지만 아빠는 매일 술만 마셔댔어.  아빠가 얼마나 미웠는지..

 

그때쯤 중학교에 들어가고 사춘기에 접어들었던 나는 빗나가기 시작했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남자를 만나고..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어느날 아빠가 나를 안고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그제서야 나도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지.

 

그때부터 공부를 했어. 좀 늦게 시작하긴 했었지만 수능 2등급을 받았고 지방국립대에 들어갔지.

 

대학엘 들어가면 모든게 다 끝인줄 알았는데.. 좋은날만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졸업을 하고 좋은곳에 취업을 해서 고생만 한 우리 엄마,아빠 호강시켜주고 싶었는데 내 뜻대로 되질 않네.

 

좋게말해 취업준비생, 쉽게말해 백수..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질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내 얘길 좀 하고 싶었어.

 

 

그냥 두서없이 막 적다보니까 반말에 내용도 오락가락이네요. 그냥 저를 포함한 모든 취업준비생들을 위해서 힘내라고 한마디 해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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