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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잘 가르친다는 것...
게시물ID : freeboard_4323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예비교사Ω
추천 : 1
조회수 : 22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6/12 01:35:25
게으른 사범대생입니다.
신입생 때만 하더라도 꿈과.. 열정 그런 아름다운 것들을 품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일들을 겪으며 의지는 무디어져 가고 나태한 생활을 반복하는 부끄러운 학생이 되었습니다.
과에서 성적이 중간에 미치지 못하니 나태한 생활이 드러났다고 밖에 볼 수가 없네요.

지난 달, 교생을 다녀왔습니다. 가기 전에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과에서 성적은 좋지 않지만 아는 것과 가르치는 건 다를 거야. 수업 준비만 열심히 해가면 수업만큼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어. 나를 만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수업을 하자...'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는데 저는 주입식 수업을 참 좋아합니다. 중요한 요점만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유머를 곁들여 가르칩니다. 그러고 학생들이 웃으면서 '아~'하고 고개를 끄덕거릴 때 정말 뿌듯하거든요.

지난 교생기간 동안 저에게 주어졌던 수업 12시간..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스스로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교무실에선 호평이 많았습니다.
확인 차 다른 지도 선생님들도 다수 무단으로 참관하시고, 교무실에 들어가면 처음 보는 선생님들이 수업 잘한다고 말 걸어주시고... 저는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역시! 난 아직 죽지 않았어. 나도 할 수 있어.'

그러다 며칠 전에 개인적으로 참 존경하는 교수님의 특강이 있었습니다. 같은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이름만 대어도 웬만한 학생은 다 알만큼 명성도 높으십니다. 군대 가기 전엔 우리 학교에 계셨었는데 전역하니 다른 대학교로 가셨더군요. 우리 학교에서 수업을 하실 때 "게으른 교사는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전 그 말을 듣고 부끄러움에 시선을 맞추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쨌든, 특강을 하시면서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언변으로 재미있게 특강을 해주시면서 현장에 나가 있는 교사들의 주입식 교육에 일침을 가하셨습니다. '왜 학생들이 시의 주제를 외우고 있어야 합니까?, 왜 '진달래 꽃'의 주제를 물으면 어떤 사고의 과정도 없이 '이별의 정한'이라는 대답이 나오는 것입니까?'

저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교생 때 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고 위안하던 제 자신이 진심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요, 저는 그저 참고서에 이미 다 나와 있는 내용들을 우선 순위에 맞추어 유머를 곁들여서 머리에 넣어주고 온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을 만들어주지 못했습니다. 왜 이 작품이 이런 주제를 담고 있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 본연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저 학생들이 제 수업을 듣고 기말고사를 잘 치기만을 바랐습니다. 기말고사를 치고 결과가 나왔을 때 교무실에서 "에이, 저 교생 때문에 애들 성적이 더 낮아졌네"하는 비아냥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나중에 "그때 그 교생 가르쳐줬던 거 하나도 기억 안 난다."하고 실망하지 않기만 바랐습니다. 겁쟁이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잘 가르친다는 것... 
그저 시험을 위한 가르침이 아니라, 그저 재밌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학생들이 그 내용에 빠져들 수 있게끔 만들 수 있는.. 그런 것.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들에게 미안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교수님의 부끄럽지 않는 제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열심히..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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