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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펌] 우순경이야기 (소름주의)
게시물ID : panic_432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동물의EI
추천 : 35
조회수 : 7988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3/02/22 12:25:50

어디서부터 써야 할까?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처음 시작인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써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 때부터 작성하려고 합니다.

끝없는 악몽과 고통의 시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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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저편에서 총소리가 났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비명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어지는 총과 비명소리...

‘잠이 아직 덜 깬 건가? 꿈이야... 현실이 아니야.’

그녀는 자신이 처한 사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두려운 건 그 소리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결혼을 앞두고 잠깐 친정에 들린 게 화근 이였다. 목숨마저 위협 당 할 수
있다는 사람의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일이 그녀 앞에 바짝 다가온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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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일찍 출발했지만 버스의 연착으로 생각보다 늦게 도착한 그녀는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약간 당황했다.

하지만 그 며칠전 전화했을 때 오늘쯤에  가족들이 집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큰 언니집에 간다는 말을 들은 것을 이내 생각하고는 자신의 기억력을 한탄 했다.

‘바보 같이...’

결혼이 결정 될 것 같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은 마음에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엄마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보고 싶은 마음에 집에 말도 없이 왔었는데... 그리고
지금 큰 언니 집에 가려고 했지만 늦은 저녁이였고 버스도 끊긴 상태였다.

당시의 결혼 연령보다 조금 늦은 20대 후반이여서 집에서 시집가라고 욕을 먹고 있었지만
늦게나마 결혼한다는 것을 집에 알리면 부모님이 기뻐하는 얼굴이 얼굴에 떠올라
늦은 시간에도 버스를 잡아타 집에 도착 한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도 없다니...

‘엄마가 해 주는 밥이 먹고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방안에 앉아서 잠깐 쉬고있는데... 갑자기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졸음에 이상했지만 그대로 쓰러져 자기 시작했고
잠에서 깼을 때는 한 남자아이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어서 일어나요!”

단정한 옷차림... 이제 갓 중학교 올라갔을까? 처음보는 앳된 남자아이를 보고
잠깐 놀랐지만, 그녀의 마음은 생각 외로 편안했다. '어디선가 본것 같은 얼굴' 이라는
생각과 비몽사몽이 겹치면서 약간 멍한 상태에 빠져 있을 때 다른 무언가가 대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남자애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그녀에게 작은 손을 내 밀었다.

“빨리요! 지금 안가면 죽을 수 있어요.”

죽는다니! 약간 현실과는 틀린 말에 약간 어이없었지만 그 남자아이 말을 따르는 게
맞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아서 그가 내민 손을 잡고 따라갔다.

평소에 안 쓰던 방 뒷문으로 나간 후에 담벼락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저기 있는 항아리 밟고 담벼락을 넘어요.”

그 남자아이가 시키는 데로 그녀는 항아리 위로 올라갔을 때 항아리가 갑자기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넘어진다는 두려움으로 그녀의 머릿속이 새 까매 질 때 갑자기 그녀의
등 쪽에 손이 닿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담벼락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에휴... 이런 문제가 있을 줄이야... 어쨌든 어서 넘어가요.”

남자아이는 그 광경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넘은 후 남자아이는 그 나이에는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큰 돌을
들어서 그 항아리를 깨 버렸다. 그리고 2M 정도 되는 담벼락을 단숨에 넘었다.
그리고 밖에 서 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어둠만이 가득 한 길을 뛰기 시작했다.

벽 넘어 에서 알 수 없는 괴성이 그녀의 귓가에 들렸다.


해는 저물었고... 무슨 일인지 마을 내의 등이 나가 있어서 달빛만이 마을길을

비추고 있었다.

어느새 남자애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집 앞의 논밭 사이 오솔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뛰면서 그 남자애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 이였다.
그렇지만 이 낯익은 감정과 느낌은... 너무나도 포근하고 그리고 눈물이 날 것 같은 그런 아이.

하지만 그 아이는 그녀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은 체 굉장히 급하고 위험한
곳을 벗어나야 겠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뛰고 있었다.

‘빨리 움직여요! 안 그러면 당신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뒤에서 이어지는 수많은 비명소리들...
그 비명소리에 꿈에서도 그녀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의 손을 잡고 같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정체 모를 무언가가 쫒아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멈추었다.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자 머리는 뱀이고 몸은 사람인

정체 모를 악마가

그녀의 바로 뒤에서...
게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칼로 무참히 죽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뒤는 보지 말고 뛰어요.”

그 끔찍한 광경에 그녀는 자리에 주저 앉을 뻔 했다. 그 남자아이가 아니였으면 주저 앉아
버렸을 것이다. 이십대 후반에 자신의 앞에서 사람이 잘리는 광경을 보자 그녀의 머릿속은
새까매져 버렸다.

‘도대체 저건 뭐지? 왜 사람을 죽이는 거지? 여기는 어디지? 난 왜 이 아이의 손을 잡고
뛰고 있는 거지?’

“그런 건 나중에 알려 줄 테니깐... 일단은... 제발...”

그 남자애는 그녀의 생각을 미리 알기라도 한 걸까? 그녀의 손을 잡아 당기며 애원하듯이
말했다. 그녀는 그의 손 만을 믿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한 치 앞의 어둠속의 길을 이끌며 뛰어 가고 있었다.


한참을 뛰었을까?

낯익은 갈림길이 보였다. 어디로 가야하지? 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들었지만...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왼쪽으로 이끌었다.

‘이상하다... 왼쪽은 아무것도 없는데... 차라리 도움을 청하려면 오른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오른쪽으로 가면 사람들이 많이 사는 마을인데...’

그런 의문점이 들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이 위급한 상황에도 그녀의 마음은 의외로 침착했었고, 안정되어 있었다. 그 남자애의
손을 잡고 뛰면 안전 할 것 같은 그런 생각도 있었다.

폐가가 보였다.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 사람이 살지 않은 지 오래되는 폐가...
남자애는 그녀 손을 이끌면서 그 폐가로 재빨리 들어갔다.

폐가 안으로 들어가자 심하게 훼손되어 있는 내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무서운
기분이 들었지만 자신이 죽는 다는 공포가 그보다 더 앞서 있었고, 더구나 그 남자애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애는 안쪽으로 더 들어가서 그 방의 벽 여러 곳을 두드리더니 어느 곳에 튀어나온
못을 잡고 잡아 당겼다.

그러자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어떤 공간이 나왔다.
거기로 그녀를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약간 망설였다... 끝 없는 어둠만이 보이는 공간에
들어가서 살 수 있을까?
그 순간 폐가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재촉하는 그 남자애의 말이 그녀의 귀에 들렸다.

“무슨 생각을 해요! 빨리!!! 어서 들어가요.”

그 아이의 외침에 생각은 접어 두고 일단 그 공간으로 들어갔다. 한, 두명 정도가 간신히
들어갈 만한 공간... 단지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 세계...

문은 닫혔고... 그 좁은 공간에서 아이는 조용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여기서 만까지 세요. 엄... 아니 누나는 조용히 하고 머릿속으로 저랑 같이 세요.’

그 순간에 밖에서 그 악마가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
어둠이라는 두려움과 죽음이라는 공포가 한꺼번에 그녀에게 몰려와서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왜 내게 이런 일이... 혹시 잘 못 본 게 아닐까? 꿈꾸고 있는 게 틀림없어...’

그렇지만 현실처럼 너무나도 생생했고, 밖에 나가면 죽는 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한번 봤지 않는가...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마침내 바로 옆에서 들려왔고 그녀는 숫자를 커녕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조용히 세고 있는 이 아이는 대체...
그런데... 숫자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그 발자국 소리는 바로 옆을 맴돌다가 점점
멀어져 갔고 어느 샌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다행이다...’

그녀가 안도의 숨을 내쉬자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메아리 처럼 들려 왔다.
그 악마가 누군가를 또 죽인 것일까?

울고 싶었지만... 그 울음소리가 저 멀리 있는 악마에게 들릴 까봐 울 수도 없었다.
공포감으로 울음마저 나올 수 없었다는 게 맞을까?

이윽고... 비명소리가 몇 번 더 들렸을 때...

눈을 감고 숫자만을 세고 있던 그 아이가 조그마하게 말했다.

“만! 끝났다. 다음에는 누나 혼자 세어야 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방금 본거는 뭐야? 넌 누구야?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악마는 다른 곳으로 가고 살았다는 안도감이 그녀의 마음속에 올라오자 그녀는 속사포처럼
이제까지 하고 싶었던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남자애는 그녀를 자세히 보더니 놀라움과 신기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신기하네. 이렇게 겁이 많다니... 그거는 차차 알게 될 거에요. 일단 밖으로 나가요.”

알수 없는 말을 그녀에게 하면서 남자애는 일어서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지만 그의 손을 잡았고 아이는 밖으로 나가 그녀를 이끌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그와 그녀는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비린내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점점 걸어갈수록 비린내가 심해졌다.

비린내가 가장 심해 질 때 그녀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까 악마가 처참하게 죽인 그 사람의 몸에서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는 입을 막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오랫동안 같이 살던 옆집 아저씨의 몸에서 피가 줄줄 새어나오고 있던 것이다.


“말도 안 돼... 이럴 수 없어.”

그 모습을 보자 걸을 힘 조차 빠져 버리면서 그녀는 주저앉고 말았다.
아는 사람이 죽는 모습은 그녀의 삶에서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눈앞에 있는 게
사실이 아닌 것 만 같았다.

그렇지만 그 남자아이는 그녀의 손을 끌어당기면서 짜증스럽게 말했다.

“지금 그럴 시간이 없어요! 여기서 이렇게 있다가는 다 죽을 수 있다고요.”

그래... 다른 사람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 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녀가 죽는 다는
공포감 이였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게 머릿속에 그려지니... 여기를 어서
미친듯 도망가야 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뒤에서는 여전히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녀가 어서 뛰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일어서며 그 남자아이의 손을 잡으니 이상하게도
아까같은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꼭 잡아도 잡은 것 같지 않는 그런 느낌?

그 아이의 얼굴에도 힘든 표정이 나타나있었다.

“여기까지 인가...”

그 아이는 결심 한 듯 그녀에게 산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산을 넘어서 읍내로 가서 아무에게나 알려요.

여기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고!
빨리 안 가면 다 죽을 수 있어요.”


“왜 나만 가는 거지??”

이제 밤이다. 산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 밤중이라... 너무 무서웠고
왜 혼자서 가라는 지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차라리 왼쪽 평지로 가면 더 가깝지 않은가?

“이제 저는 못가요! 왼쪽 평지로 가면 죽어요! 제 말을 꼭 믿어야 해요.”

그 남자아이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 그의 손은 이제 힘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약해졌다. 공기가 닿는 듯한 그런 느낌?

“허억허억... 힘들어 죽겠네... 만나서 정말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누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잠시 적막이 흐른 후...
그리고 그 남자애는 아주 큰 소리로 그녀에게 소리쳤다. 그녀의 귀가 찢어질
정도의 괴성으로...

“지금 빨리 잠에서 깨서 일어나요!!!!! 어서!!!!”

그 순간 총소리가 났고... 그녀는 눈을 떴다.
자기 방안의 천장에 있는 하얀 벽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비명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어지는 총과 비명소리...

‘잠이 덜 깬 건가? 꿈이야... 현실이 아니야.’

그녀는 자신이 처한 사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두려운 건 그 소리들이 점점 가까워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상하게 전화는 불통 이였으며, 큰일이 터지면 반드시 나는 마을 회관의 싸이렌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난 것은 분명했다. 그 비명소리는 죽기 전에
외치는 하나의 단발마임에는 틀림없었으니깐...

점점 가까워지더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와는 달리 방에는 그녀 밖에 없었다.
이제 현실의 악몽이 시작 되었다.


그녀는 바로 나의 어머니였고 내가 태어나기 전 보다 더 오래 전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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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인간의 삶에서 허락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분명했지만 어느 누구도
막으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집단적인 학살...

그 살인마는 가장 먼저 외부와 소통 할 수 있는 전화선을 차단하기 위해서 우체국을
습격해 직원들을 살해 했다. 다음으로 마을회관을 습격하여 모든 사람들을 총으로
쏜 후 싸이렌 마저 끊어 버렸다.

그 지역은 산으로 둘러 쌓여져있고 다른 마을로 가기까지는 한참을 걸어야만 했다.
버스도 거의 오지 않는 외진 곳... 게다가 현재는 그것마저 끊겨 버린 시간이었다.

바로 그 장소와 그 시간은... 1982년 4월 26일 경상남도 의령군 궁류면에서 일어난
세계 최악의 살인사건인 우순경 살인사건 (주민 56명, 34명이 중경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view.html?cateid=1026&newsid=20070418115314567&cp=seg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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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이였다. 그녀는 그 잠시 동안 볼도 꼬집어보고 손 바닥으로 쳐 보았지만

아픔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이였다.

그렇지만... 사람이라는 게 혹시나 하는 마음이라는 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진짜 악마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절대 하지 말라고 했지만 창호지로 된 문에 구멍을 뚫어서

살며시 밖을 내다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온 몸에 피칠갑을 한 남자 한명이 오른쪽에 긴 총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총이 그녀가 있는 방을 겨누고 있다는 것도...

공포라는 감정이 온 몸을 휘 감았다.



‘죽는다...’


머릿속에는 단 한마디의 단어만이 남았고, 총에 맞은 체 고통스럽게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이 생각나 그리고 더 비참한 일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대로 몸이 얼어버렸다.


바보! 어서 움직여요!!!’


갑자기 어디선가 들었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렸다.

아까 꿈에서 봤던 그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린 것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하지만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아무도 없었고 그녀의

어머니가 매일 정성껏 기도하는 작은 부처님 상만이 있을 뿐이였다.


‘이것은... 현실이야. 난 죽을 수 있어.’


그녀는 아까 꾸었던 꿈대로 한다면 자신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저 악마를 피해서... 살 수 있는...




꿈에서 그 아이가 안내 했던 곳으로 빨리 가야 했다. 뒷 문을 통해서 빨리

밖으로 나간 그녀는 그대로 담벼락을 넘으려고 항아리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 때... 항아리가 중심을 잃으면서 그녀는 넘어지려고 하던 찰나에...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받치고 있는 느낌을 받으면서 다시 중심을 회복했다.


‘이것 마저 똑같다니... 말도 안돼...’


그녀의 뒤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약간 신기하고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그대로 담 벼락을 넘자마자 벽 뒤에서 벼락 소리와 함께 항아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악마는 그녀가 넘을 라는 찰나에 총을 쏘았으며 넘어가면서 간신히 피한 것이다.

게다가 업친데 덥친격으로 담벼락에 있는 큰 기와에 맞아서 쫒아갈 수 있는 항아리

마저 깨져 버린 것이다.

그녀는 그 대로 아까 그 소년이 안내 해 준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그녀를 쫒는 듯한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총소리와 비명소리에 노인은 무슨일인가 싶어서 길 바깥으로 나왔다.

그런데 오랜만에 보이는 그녀가 미친듯이 뛰는 모습을 보고... 인사도 못 건네고

멍하니 있다가 잠시 후에 왠 남자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옷 몸에 피 칠갑을 한 남자가 그녀를 뒤쫒고 있었다.


“으악!!! 저거 뭐야...”


여기서 소리를 지른 것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그 소리를 듣고 남자는 그 쪽을 돌아봤다.



넋이 나간 듯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한 새까만 눈 동자가 노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남자의 손에 들린 소총에서 불을 내뿜는 것을 보았다.

노인은 재빨리 몸을 피했으나

탕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처벅처벅 다가오는 악마의 발소리...

아직 노인의 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비정하게도 그 남자는 천천히 다가와서

그 노인의 머리와 가슴에 총 2발의

총을 쏜 후 가까히 다가가 개머리판으로

노인의 머리가 으깨질 때 까지 내리 쳤다.


"이 개색끼가... 어디서!!! 고딴!!! 표정으로!!! 꼬라보고!!!

지랄이노!!! 십할 새끼가!"


퍽퍽... 노인의 머리가 고기를 다진 것 처럼 변한 다음에 남자는 문득 생각했다.

아까 놓친 맛있는 사냥감...

고개를 돌아보니 그 사냥감이 저 멀리 도망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능숙하게 그 쪽을 겨냥하고 몇 발의 총을 쏘았다.





‘어깨가... 아파... 엄마... 살려줘...’


총알 중 한 발이 그녀의 어깨를 꿰뚫었다..

뜨겁고 미칠 듯한 통증이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지만 여기서 멈추면 죽는 다는

두려움이 그 고통보다 더 앞서 있었다.

그대로 논길을 내달리는 중에서 몇발의 총성과 한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꿈을 생각하면서 옆집 아저씨가 돌아가 신 것을 직감했다.

꿈에서는 금방이였지만... 그 집까지 실제로는 굉장히 먼 것 처럼 느껴졌다.

실제로는 고작 3~4분 밖에 뛰지 않았지만 그녀를 주위의 공포감과 미칠 듯한 두려움

때문에 몇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그녀가 고등학교 때 까지 육상선수였던 게 도움이 되었을까?

일반 여자였다면 지쳐서 주저 앉아 버렸을 지도 모른다.


“야이!!! 썅년아. 닌 잡히면 진짜 씹어 먹어버린다!”
(실제로는 더 심한 말이 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저 뒤에서 그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더 힘을 내서 뛰기 시작했다.





갈림길... 그녀는 주저 없이 왼쪽으로 뛰어갔다.

예전부터 귀신이 있다는 폐가 때문에 저녁이후 부터는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길로 향했다.

저 멀리 폐가가 보였다. 그렇지만 남자가 뛰는 발소리는 더욱 가까워져 왔다.

그녀는 폐가안에 들어가서 아까 소년이 안내했던 그 방으로 들어가

똑같이 벽을 치기 시작했다.


왜 소년이 그 벽을 쳤는지 당시에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쳐야 할 것만 같았다.

소리가 다른 곳이 있었고... 그 밑에 하나의 못이 튀어 나와 있었다.

보통 사람이였으면 꿈과 이렇게 잘 맞아 떨어진 다는 게 깜짝 놀랄

타이밍이였겠지만 이미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져 있던 그녀이기에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 못을 잡아당겼다.

못을 잡아 당기자... 똑같이 하나의 공간이 나왔다.


아무것도 없고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숨이 가쁜 것이 느껴져서 숨소리가 거칠어 졌지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입을 막아서 최대한 소리가 들리지 않게 했다.

발자국 소리는 점점 다가 왔다.


“이쁜아... 어디있니? 순순히 나타나면 이 오빠가 살려줄게.”


소름끼치는 그 목소리가 집 밖에서 들렸다.


“크크크... 피가 여기 떨어져 있네? 피만 따라서 가면 되겠네...”


아뿔사... 그녀는 자신의 어깨에 총을 맞았다는 고통마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럼 여기에 들어왔다는 것을 들키는 것은 시간 문제지 않을까?

그녀는 꿈의 내용이 맞기 만을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방안까지 들어왔다. 발소리가 들렸다... 처벅 처벅...

피가 방안에 떨어져 있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미칠 것 같은 심정... 누군가가 와서 구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오늘 보지 못했던 엄마와 사랑하는 그의 얼굴이 그 어둠 저편에서

 

마지막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까와는 다르게 그녀가 숨어있는 비밀공간의 앞에 그 남자가 멈춰섰다.


“여기에 못이 있네~ 못에 피가 묻어 있네~”


그 남자는 못을 잡았다. 여자의 힘으로도 못만 잡은 상태에서 문이 열릴 정도이니

그 남자가 잡으면 어떻게 될 지 뻔해 보였다.

제발... 제발... 문이 열리지 않기를 그녀는 그 순간에 수십번을 기도했을 것이다.

끼익....

그녀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문이 열렸다.

그 때 그 밑에서 움추려 있던 그녀는 문이 열린 후 서 있는 그의 모습을

근거리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고... 온몸에 피칠갑을 한 체 눈에 흰자만이 보여

있는 상태에서 그녀는 인간이 아닌 하나의 악마의 모습을 보았다.



'엄마...'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엄마의 얼굴만이 생각났다.

쾅!!!







그런데 그는 문을 열어 본 후 그 야릇한 표정이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변하면서 문을 쾅 닫아 버렸다.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그 존만한 년이

날 갖고 놀다니... 이렇게 속이다니...”



입으로 수 많은 욕설을 중얼 거리더니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녀를 못 본 것일까? 동시에 그녀에게는 약간 서늘한 느낌이 왔다.

나 아닌 무언가가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 아이가 지켜준 것일까?


‘이제 숫자나 세어요. 누나...’


그 아이의 말이 그녀의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발소리가 사라지기 전까지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다가 이윽고 발소리가 살아지자 그 꿈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살았다는 안도감과 무섭다는 공포감으로 인하여...


그녀는 만까지 센 후 흉가를 나왔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그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저 멀리서 계속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살았다는 안도감과 혼자 살아서 미안하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산 쪽으로 뛰어갔다. 밤 늦은 시간 무섭기도 하겠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그저... 이 사건을 알려서 한 명이라도 살려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할아버지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지만... 일부러 보지 않았다.

여기서 또 주저 앉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산을 향하는 도로를 걷다가 갑자기 정신이 아늑해 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 어지럽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더 가야하는 데... 한참 남았는데...'


저 멀리서 밝은 빛이 다가 오는 것이 보였다.


'이제 죽는 건가? 죽기 전에는 멀리서 빛이 보인다는 데...'


그리고 그녀의 눈에는 빛 마저 보이지 않게 되고 어둠속으로 정신이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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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나는 오랜만에 만난 작은 이모의 말을 듣고 있었다. 솔직히 그런 죽음을 헤쳐가는 장면은

쉽게 들을 수 없을 뿐더러... 엄마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해 준적이 전혀 없으니깐...


"뭐 어떻게 되나? 그건 건너편에서 오는 차였고 그 운전 기사가 병원으로 실어다 줬다

아니가~ 신고도 그 사람이 했다 카더라~"


난 또... 우리 엄마가 엄청난 능력으로 산을 넘어서 경찰서 까지가서 말했는 줄 알았지.


"엄마? 지금 이모가 한 말 진짜야?"

"이 애가 쓰잘때기 없는 소리 하고 자빠져 쌓노... 가서 공부나 쳐 해라."


그리고는 나를 방으로 밀기 시작했다.

이 엄마가... 놀라운 괴력을 가진 듯한 엄마가 그렇게 예쁘고 가냘폈던 사람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엄마의 어깨에는 구멍이 뚫린듯한 자국이 있고 아직도

 

왼 팔이 약하다는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꿈에서 나타나서 그렇게 도와준 남자아이는 도대체 뭐지?


한참이 지나서... 난 그 아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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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그날 밤은 진짜 이상했어.

그렇게 끔찍한 일도 일어났을 뿐더러... 아무튼 참 별일이 다 있어.


퇴근 하고 집에 가고 있었어. 내가 좀 드라이버잖아!

아무도 없는 밤길에 속도 내면서 달리고 있는데...

그런데... 도로 한 가운데에 갑자기 뭔가가 뛰어드는 거야.


깜짝 놀라서 멈췄지.

다행이 사람을 받지는 않았다고... 내 놀라운 운전실력 알 잖아.

(옆에서 친구가 X까 라는 소리를 했다. 난 가볍게 무시해 줬다.)


나가서 보니 왠 아이가 뛰어든 거야. 아오 솔직히 뻗쳐서 쌍 욕이 다 나왔지.

간 떨어지게...


그런데 그 아이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더니 엄청 울더라고

자기 엄마를 살려달라고... 지금 죽어 간다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니... 그런건 기억이 안 나는데 지금 당장 안 가면 죽을 것 같다고

제발 살려 달라고...


그래서 어째.. 그렇게 울고 불고 하는 거 보니 갈 수 밖에...


그런데 한참을 가는 거야! 산 길로... 아오... 굉장히 무서웠지.

귀신이 아닌가 생각하는 데 옆자리에서 꼬마애는 울고 있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물어보니 '걸어서왔다.' 뭐 자기가 걸어서 왔다니 믿어야지.

아무튼 당시에는 아닌 것 같았어.



그렇게 계속 가다가 아이가 갑자기 소리치는 거야. 저쪽이라고.

그런데 그 때가 깜깜한 어둠속이라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거든...

저 쪽은 길도 아니였단 말이야.


착각한거 아니냐고 그랬는데 저 쪽이 자꾸만 맞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일단 갔지.

왠지 이상했어... 그 길로 내려왔다고 하는 데 옷과 신발이 깨끗했거든...

보통 뛰어오다가 넘어지고 해서 옷하고 신발이 더럽지 않겠어?


이왕 홀린 거 계속 가기로 했지.


그런데 진짜!!! 왠 젊은여자가 쓰러져 있는거야. 피를 줄줄 흘리면서...

오... 주여...


흔들어 보니깐 일어나지도 않고... 아직 숨은 쉬는데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쇼크로

기절 한 것 같았어. 게다가... 어깨에는 총상까지...


차에서 구급도구를 꺼내서 간단히 응급처치를 하고

어서 우리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갔지.

아이는 차안에서 계속 엄마 한테 죽지 말라고 말을 걸던데

진짜 기특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눈물이 다 나더라고.



어??? 아이는 초등학생 같았는데 엄마가 젊은 게 이상하지 않았냐고?

뭐... 일찍 애를 낳은 것일 수 도 있고 엄마가 동안 일수도 있고... 그랬어.

우리가 한 두사람 보냐? 진찰하는 환자만 하루에 몇명인데...


그 엄마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 까지 보더라고... 얼마나 침착하던지...

내가 걱정마라 하면서 음료수를 하나 사 줬는데... 하하하.


그 아이가 그러더라고... 아저씨는 복 받을 꺼라고


암튼 그랬는데... 진료차트를 보니 미혼에다가 애를 낳은 경험이 없다고 하는 거야.

아오... 소름이 팍 돋았는데... 진짜냐고 뻥 아니냐고... 그랬지.

애랑 엄마랑 나이차가 얼마 안 나긴 했어도 얼굴이 닮았거든.

그런데 한참을 찾아도 그 아이는 보이지도 않았고... 그래서 같이 응급실로 간

간호사에게 물어 봤는데 나 혼자 그 여자를 업고 들어왔다네..



진짜야. 뻥 아니라고...


아오 진짜 안 믿네.


나중에 그 엄마가 깼을 때 이 이야기를 했거든... 그런데 그 엄마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것이 고맙다고 내 손을 잡고 엉엉 울더라고...

결혼 할 사람 있다는 소리만 안 들었으면 내가 어떻게 잘 해봤을 텐데...

안아주고 싶었어.

('변태색끼' 라는 말이 귀에 들어왔지만 '니 친구니깐^^' 이라는 말로 응답해줬다.)


어쨌든 지금 니가 술 퍼 마시고 있는 것도 그 때 총상으로 신고 한 덕분에

그 사건의 초기 신고자가 돼서 시민상 받은 포상금 아니냐.


넌 친구 잘 둔 덕택에 마시고 있는거야.

뭐... 일단 정신병원 먼저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솔직히 뭐 어때!!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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