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이 없으니 음슴체
2012년... 본인은 X대입구 부근에 있는 BAR에서 바텐더 알바를 했었음.
흔한 모던 바나 플레어 바가 아닌,
여기 있는 인원들은 모두 특기가 하나씩 있었음.
다트대회 입상자였던 형 하나, 저글링이 특기인 낮에는 삐에로, 밤에는 바텐더인 형 하나,
플레어 쇼가 특기였던 누나, 실제 바텐더 대회에 출전했던 누나,
그리고 그 지역 이런 바에서 유일하게 마술이 특기였던 본인까지...
거기다 바 구석에 미니 스테이지까지 존재했고
손님이 많이 모이거나 다트던지기 이벤트나 맥주 마시기 이벤트 등이 진행될때는
각자 특기를 이용한 쇼를 하기도 했었음.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음.
면접 때 매니저가 나에게 물었음.
"그쪽은 무슨 특기를 가지고 있나요? 여긴 말만 해주고 술만 따라주는 모던바나 조용히 컵만 닦고 있으면 되는 일반 바가 아니에요. 알고 오셨죠? 그래서 어떤 특기를 가지고 있냐에 따라 시급도 달라져요."
"기획사에서 낮에 일하고요, 마술, 그림자극, 버블쇼(연습중) 가능합니다."
"행사 많이 다녀봤겠네요?"
"네? 네!"
"그럼 우리 가게 이벤트 때 사회 볼 수 있죠? 사회보면 여기 있는 사람 중 시급 제일 많이 줄게요."
시급 제일 많이 준다는 말에 얼떨결에 승낙을 해 버렸음.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는데 그건 다름아닌...
"참, 근데 사회보려면 우리 나이부터 속여요."
"네?"
"여기 일하시는 분 중 지금까지 막내가 28살 여자애에요. 근데 그쪽 들어오면 26살이니 제일 어리잖아? 어린애가 사회 보면 다른사람은 몰라도 나이많은 걸 아는 사람들은 말 잘 안들어요. 그러니 오늘부터 그쪽 나이 30이에요. 실제 나이는 나랑 사장님만 알고 가게에서 누가 나이 물어보면 30이라 해요. 알았죠?"
"네."
그리고 알바를 시작했음. 어차피 기획사에선 행사 없으면 낮에 연습시간이거나 다른 공연 연결해주는 커미션 일을 하는데다 출근시간이 오전 11시까지라 새벽 4시에 끈나는 알바도 할만했음. 거기다 시급이 만원 넘었으니 얼마나 할만했는지 짐작할거임.
다만 양심에 찔리는 일이 있었다면... 나이를 30으로 속이니 매니저와 더불어 최고령이 되버린 거였음.
막내라는 플레어 특기인 누나가 28살, 다트대회 입상 형이 29살, 삐에로 형이 30살, 바텐더 묘기 누나가 29살이었던거,...
졸지에 삐에로 형이랑은 친구먹고 나머지 형, 누나들에게 "형", "오빠" 소리 들으며 알바를 했음.
미니스테이지에서 마술도 하고 테이블에서 간단한 마술을 보이며
맥주도 얻어먹고, 양주도 얻어먹으며 매일 술을 마시다보니...
몸이 버티지 못해 6개월쯤 일하고 몸에 한계를 느껴 일을 그만두기로 하고
나 대신 마술할 알바를 구했음.
그리고 마지막날에 일을 마치고 다른 알바들을 불러 새벽에 하는 횟집으로 내가 산다고 데려갔음
그리고 사실 난 26살이라 고백했고, 매니저와 사장과 협의 하에 그랬다며
형, 누나들에게 죄송하다고 함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소주를 5병 먹었음....
그런데 내가 한가지 깜빡한 사실이 있었으니....
플레어 특기인 누나 그날 안 나오는 날이었음.
이게 나중에 또 내 발목을 잡게 될줄은 몰랐음.
2014년이 오고 행사쪽이 일이 잘 안되 밤에 또 다른 알바할게 없나 하며
돌아다닐 때... 사당역 근처에서 누군가 날 부르는거임.
"오빠!"
하고... 뒤를 돌아보니 플레어 쇼 했던 누나였음.
아차싶었음. 이사람한테는 내 나이 말 안했는데...
근데...
다른 사람들도 만날 일 없다 생각하고 그랬는지 안 알랴준거임.
"어..? 어"
얼떨결에 인사를 받았음.
그리고 누나가 말했음.
"오빠! 진짜 오랜만이네? 어? 32살 맞지? 근데 피부 왜 이렇게 좋아? 나도 비결좀 알려줘."
"오빠 피부 비결은 로션같은거 안 바르고..."
"칫, 여전하네, 오빠, 나 요즘 여기서 일해."
라고 말하며 간판을 가리키는데... 역시 바였음 혹시나 해서 물어봤음.
"플레어 쇼 해?"
"아, 오빠, 요즘 플레어 쓰는 곳 없어. 그래서 걍 모던바야. 언제 한번 놀러와. 옛날 이야기나 하게."
"오케이."
그래놓고 솔직히 안갔음. 술도 사당 근처에서 마실 일 있으면 이수에서 마셨음. 괜히 갔다가 난감해질거 같아서 안 갔음.
근데... 이수에서 친구랑 순대국에 소주 한잔 했다가 친구가 말함.
"너 바텐더 알바 했다 하지 않음?"
"ㅇㅇ 했지."
"야, 근처에 분위기 갠찬은 바 하나 있는데 가보자. 거기 이쁜누나 있고 그 지역치고 술값 싸."
"돈없어."
"내가 앱솔 피치 한병 산다. 가자."
얼떨결에 친구랑 택시타고 갔는데...
갔는데...
갔는데...
갔는데...
젠장, 그 누나가 일하는 바였음.
그래도 들어가며 설마 친구랑 아는 바텐더가 누나일까 했는데...
했는데...
했는데....
했는데...
들어가는 순간 누나가 우릴 향해 손을 흔들었고 동시에 말했음.
"어? 어제 오고 또 왔네? 그리고 옆에 오빠랑 아는사이야?"
... 고추댓음.
친구는 눈치도 없이 이랬음.
"응? 누나, 왜 얘가 오빠야?"
"뭔소리야? 저 오빠 32살이야."
"얘, 나랑 동갑인데? 28살이라구!"
이런 대화가 오간 후 나는 모든 일을 실토했음. 그러자 누나가 갑자기 이마를 짚더니
호세쿠엘보(데킬라) 한 병을 꺼내와서 나한테 내미는거임.
그걸 본 나는 쫄아서 말했음.
"저기... 저 돈 없는..."
그때 누나가 눈에 힘주고 말했음.
"내가산다. 레몬하고 소금 여기 줄테니 혼자 다 마셔. 이게..."
그리고 그걸 반병쯤 마셨을때 기억이 없었음.
그리고 일어났을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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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모텔방에 혼자 누워 있었음.
사실 별 일 없다 생각하고 그냥 나왔는데...
친구가 그날 저녁 전화를 하는 거임.
"왜?"
"너 어제 사고 안쳤냐?"
"뭔 사고?"
"어제 그 누나랑!"
"뭔일 있었어?"
"야! 너 데킬라 반쯤 먹고 취했을때, 그누나 나랑먹고 좀 취해서 너한테 갔어. 그리고 같이 데킬라 완전 비웠고 갑자기 그 누나가 너 이쁘다며 막 끌어안고 뽀뽀했는데..."
"엉? 그리고?"
"너 아주 자연스럽게 뽀뽀를 키스로 받더라? 그러면서 좀있으면 퇴근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둘이 같이 나갔어!"
"헉!"
뭔가 기억 안나는게 막 기억이 나는거임.
정말로 큰일 났다는 생각과 내가 술 먹고 여자를 건들다니 하는 생각이 들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음.
어찌하지... 어찌하지... 중간중간 기억도 나고....
왜 안 나던 기억이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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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지금 내 옆에 있는 우리 아들의 탄생 이야기다.
참 사람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 아들은 나랑 이렇게 잘 놀고 있다.
갓난아이나 다름없지만 내가 앞에서 카드를 이용해 간단한 플러리시(마술이 아닌, 무대에서 하는 화려한 행위. 지팡이 돌리기나 카드 날리기 등이 속함)
를 보여주면 자기도 해본다고 손을 내밀기도 한다.
아들은 내 카드를 들고 던졌다. 빙글빙글 돌더니 땅으로 떨어져서도 돈다.
그리고 빙글빙글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