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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굿바이 마이 레리티 (19)
게시물ID : pony_236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8/4
조회수 : 50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01/03 16:56:28

(18)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ony&no=23458&s_no=4318642&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271809

 

 

치료를 마친 레리티는 회복실에 누워 있었다. 병명은 단순한 열이었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으니 가급적 개방적인 환경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 원장의 방침이었다. 포니와 망아지는 분명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다를것이었지만 원장은 그것을 모르는듯 했다. 원장의 얘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레리티는 그동안 가방에 갖혀 지낸 일이 많았다. 조그만 스포츠백 속에서 레리티는 얼마나 갑갑했을까. 차라리 목줄을 차고 있는 플러터샤이가 레리티보다 더 자유로웠을 수도 있었다. 문득, 레리티가 피씨방에서 나에게 써서 보여준 메모가 생각났다. '답답해... ㅠㅠ'  끝에 그린 귀여운 이모티콘 때문에 난 녀석의 말에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레리티는 그 때, 진정으로 답답했던 것이다. 자기가 쓴 이모티콘처럼 울어버리고 싶을 만큼...

레리티의 치료가 끝날 동안 혜진이는 플러터샤이와 놀고 있었다. 랭보가 들어있는 트렁크를 가져와서 플러터샤이와 인사를 시켜주었다. '플러터샤이!' 라고 트렁크 속에서 랭보가 말하자 플러터샤이는 '레인보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트렁크 안에서 '플러터샤이!' 또 이러자 플러터샤이도 '레인보우!' 이랬다. 그러면서 플러터샤이는 걱정된다는 듯 표정을 찡그렸다. 눈가에는 눈물이 맫혀서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았다. 난 저 녀석을 도와주고 싶었다. 플러터샤이의 행동과 목소리는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만약 플러터샤이가 나를 애원하듯이 쳐다보고서 '이거... 가져도 돼요?' 라고 조심스럽게 묻는다면 '그... 그래.. 너 다 가져!'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랭보가 속에서 소리쳤다. 

 

"꺼내줘!"

 

그러면서 트렁크를 '툭, 툭' 하며 쳐댔다. 그러자 혜진이는 트렁크를 '팍' 쳤다. 그러자 트렁크는 잠잠해졌다

 

"아직은 안 돼! 랭보.. 조금만 참아줘!"

 

"아 제발 꺼내달라고!"

 

애원하듯 랭보가 말했지만 혜진이는 단호했다.

 

"미안해... 네가 여기 나오면 아마 난장판이 될 거야. 지금은.. 그래."

 

그러면서 플러터샤이의 목줄을 만졌다. 플러터샤이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혜진이와 트렁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수줍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안에.. 정말 레인보우가 있나요....?'

 

그러자 혜진이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있어요.."

 

여기까지가 내가 들은 대화의 전부였다. 난 손님 대기실 쇼파에 앉아서 원장이 준, 자판기커피를 손에 들고 있었다. 원장은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저 페가수스를 알고 있나요?"

 

"네... " 하고 대답했다가 금방, "아니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원장은 안경을 고쳐썼다.

 

"네에요 아니오에요?"

 

"네도 아니고 아니오도 아니에요."

 

난 복잡한 설명을 해주는 것보다  차라리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포니'를 보여주는 것이 더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유튜브'에 접속해서 '마이 리틀 포니' 1화를 틀어서 보여주었다. 그러자 원장은 흥미롭다는듯 안경을 고쳐 쓰고 그것을 보기 시작했다.

 

"흥미롭네요."

 

그녀의 감상평은 그것이 전부였다. 오프닝을 보고 1화 시작부분까지 보다가 나에게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더 안봐요?"

 

"네... 확실히 저 페가수스랑 닮은 망아지가 나오네요."

 

저 원장은 아무래도 애니메이션과 자기가 목줄을 채운 노랭이와의 연관성을 못 느끼는듯 했다.

 

"아니.. 닮은 게 아니라. 같은 거에요."

 

"그럼 미국에서는 이런 동물이 이미 발견됐다는 뜻이에요? 음모론 같은건가요?"

 

음모론은 또 무슨 개소리야...

 

"아니.. 그게 아니라.."

 

"하지만 이건 세계 어느 논문에도 존재하지 않아요. 망아지에게 날개가 달려 있는 것은 신화나 전설 속에서나 존재한다고요. 전 이걸 학회지에 보고 할거구요. 저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실존하는 '신수(神獸)'를 발견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미국에서 이미 이런 동물이 발견됐다고요?"

 

얘기가 점점 삼천포로 빠지길래 난 이렇게 대답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저것들이 튀어나왔다고요."

 

"말도 안돼요. 증거라도 있나요?"

 

"말 하잖아요. 마법도 써요?!"

 

"신수니까 당연하죠."

 

"패션잡지도 보는데?"

 

"음...신수라면 가능 할 수도 있는거죠."

 

"애니 에피소드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것이 결정타였다. 원장은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그러면서 어떤 생각에 잠긴듯 했다. 아마 내 말을 수긍하지 못하는듯 보였다. 그래서 말을 덧붙였다.

 

"쟤네들은 애니 속의 친구들을 찾아야한다고 했어요. 자신들이 살고 있던 세계로 다시 돌아가야한데요."

 

그러자 원장은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듯 이렇게 말했다.

 

"음..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원장과 내가 향한 곳은 엑스레이실이었다. 하얀색 전광판에 엑스레이 사진이 두 장 걸려있었다. 하나는 망아지 전체의 모습이 찍힌 것이었다. 어깨부분에는 날개도 붙어있었다. 나머지 한장은 날개부분만 찍은 것이었다. 난 딱 봐도 저것이 플러터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원장은 길다란 지휘봉을 들고 전체 사진을 집었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것이 페가수스의 골격이에요. 하지만 이걸 보면서 의문점이 들었죠."

 

"어떤 의문점이죠?"

 

"이것은 지구상에 있는 망아지와는 다른 종이에요. 일반적인 망아지들과는 골격이 완전히 달라요. 일단 머리부터 보세요. 사람의 두개골과 비슷하면서도 뇌는 일반 망아지들보다 훨씬 커요. 두개골에 뇌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무척 크죠. 그리고 다리 골격을 보세요. 뒷다리의 골격은 마치 캥거루처럼 비정상적으로 굽어 있고, 반대로 앞다리는 꼿꼿하게 서있죠. 골격도 다른 망아지들에 비해 무척 굵어요. 비정상적이죠. 하지만 이러한 굵은 골격 덕분에 이 동물은 직립보행이 가능해요. 하지만 오랫동안 그러기에는 무리가 있죠. 뒷다리에 굽어 있는 골격 덕분에 서 있는 것을 오랫 동안 할 수는 있지만 엉덩이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서 걷는 것은 아마도 힘들거에요. 의문이 가는 것은 어떻게해서 말 계통의 동물이 이런 식으로 진화를 할 수 있느냐에요. 다리 골격이 비정상적으로 굵고 짧기 때문에 달리는 기능이 많이 저하될 것이 분명하거든요. 만약 이 품종의 진화가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귀여움' 일거에요. 다리도 통통하고 머리도 크고 눈도 똘망똘망하니.. 음...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는데.... 귀엽잖아요."

 

하면서 쑥스러운듯 수줍게 웃고는 안경을 고쳐썼다.

난 원장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하는 얘기들 모두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음... 그렇군요."

 

적당히 얼버무리자 원장은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이번엔 지휘봉으로 날개 사진을 집었다.

 

"가장 인상깊은 것은 날개에요. 날개를 보시면 알겠지만 일반적인 조류의 날개지요. 다른 점이 있다면 날개에도 관절이 있다는 거에요. 여기.. 이 부분. 연골이 아니라 관절이요. 그 말은, 곧 날개가 관절 방향으로 굽어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에요. 제 이론이 맞다면 이 페가수스는, 자신의 날개로 팔굽혀펴기도 가능하죠."

 

"참.. 대단하네요."

 

"골격의 형상은 독수리와 가장 흡사해요. 특히 대왕독수리요. 대왕독수리는 제자리에서 바로 비행이 불가능해서 비행기가 이륙하듯이 지면을 마구 뛰면서 날아오르거든요. 저런 날개 구조라면 분명 포니도 저런 식으로 날아야해요. 하지만...."

 

난 랭보와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하지만 랭보는 그렇게 날지 않는다. 난 저 말의 정답을 알지.

 

"제자리에서 나는군요."

 

"맞아요! 생물학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에요.그렇다고 벌새처럼 날개를 마구 휘젓는 것도 아니죠. 몸집에 비해서 왜소한 날개인데도 몇 번 휘젓기만하면 날아오르잖아요. 마치 마법처럼요!"

 

원장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정말로 신기하다는 듯, 새로운 것을 찾아내었다는 설렘과 성취감 같은 것이 눈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하지만 난 원장이 하고 싶은 얘기를 알 수가 없었다.

 

"음... 그래서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죠?"

 

그러자 원장은 안경을 한 번 고쳐쓴 뒤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말대로.. 저것이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것이라면.... 제가 앞서 얘기했던 불가능하고 이상한 것들이 전부 다 설명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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