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끄트머리에 시작해서 20대 후반을 1년 반 정도 남겨놓고..
20대를 너와 함께 했던 4년 3개월 정도의 시간은 서로를 닮아가게 만들기엔 충분했나보다
나도 모르게 네 말투와 습관을 흉내내고, 네가 좋아하던 간식을 먹을때마다 생각이 났었는데.
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직후에 만난 넌 좌절과 실의에 빠진 내게 구원의 빛이었다.
널 보러 마산에서 서울까지 4시간, 지하철을타고 40여분.. 5시간 남짓이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게 느끼게 만들었지
서로 여건이 되면 오가는거지만 내가 주로 많이 갔기에 미안해했던 네게 솔직하게 얘길 했다.
"물론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자기를 보러 가는 이 시간은 내게 소풍이다.
차창 밖의 야산과 한적한 시골마을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비록 한달에 한번 만나서 2~3일 있다가 내려갔지만
첫 눈에 반했던 그 설렘은 처음이나 이별직전까지나 한결 같았었다.
7개월 정도를 권태기가 왔던 네가 장거리라 힘들다고 얘길하더니
아직 날 사랑하냐고 묻는 말에 답이 없고, 좋아하냐니까 모르겠다고 하더니 못만나겠다고 말한 직후
'너와 헤어지고 나면 내가 심심하겠지만..' 이라고 한 말이 쐐기가 되어서 방금 들은 말처럼 생생하다.
그렇게 이별이 오고 2년이 갓 지난 지금..
3개월은 과장을 보태 죽을 만큼 힘들었다.
8개월은 세상 모든 것이 빛을 잃은듯 잎이 지는것도 슬퍼보였다.
1년이 되던 날에 네가 꿈속에서 다른 남자와 행복해하는 모습에 견딜 수가 없었고, 죽지 못해 사는 기분이었다.
1년 10개월쯤이 지나고 오늘에 이르러 이따금씩 멍때리는 시간을 가진 후에는
늘 제일 먼저 생각났던게 너 였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음에 비로소 널 털어냈다고 판단했다.
사랑했던 시간의 절반 정도가 되어서야..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가 짙어서 그런것인가?
아니면 20대 후반의 내가 감당하기 힘들었던것이..30대가 되자 무난히 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