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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썰 하나 품
게시물ID : humorstory_4332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오티티
추천 : 14
조회수 : 2674회
댓글수 : 42개
등록시간 : 2015/02/24 03:00:16
 
hu_1424539209_8089414882.jpg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number=522878
 

저 사진 보니까 옛날 일 생각나서 사이다 썰 하나 품.여친이 없으므로 음슴체.
내가 고등학생 때 있었던 일임.

우리 고등학교에는 지적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었음. 정신연령은 내가 보기엔 5~6세 정도? 항상 웃고다녓는데 말하는 걸 한번도 본적이 없음. 누구한테 피해를 끼치거나 한 적도 없음.
가끔 화장실에서 마주쳐서 볼일 볼때 내쪽을 보면서 그 애가 웃었음. '얘가 볼일보는 채로 갑자기 내 쪽으로 돌아보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하긴 했는데 쓸데 없는 걱정이었고 다행이도 졸업할 때까지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음.

아무튼 같은 반이었던 적도 없고 해서 얘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고 3때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얘가 고1때 겪었던 사건을 알게 됨.

우리 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였는데 뺑뺑이라서 양아치같은 애들도 많이 들어왔음. 그 장애가 있던 친구의 반도 예외는 아니었음. 근데 이 양아치들이 지들끼리 놀면 될 것이지 장애가 있는 친구를 괴롭힌 거임. 내가 듣기로는 침을 뱉고 먹게 하거나, 담배를 억지로 입에 쑤셔 넣기까지 했다고 함.

 근데 이새끼들이 그걸 폰으로 사진찍어서 쉬는 시간에 지들끼리 보면서 낄낄거린거임. 근데 담임이 몰래 들어와서 걔들 머리 위에서 슬쩍 폰을 들여다 본거임. 당연히 담임은 그걸 보고 엄청 빡쳤음. 폰을 뺐어서 어떤 사진이 있는지 보고 더 빡쳐서 그 애들한테 존나게 귀싸대기를 날렸음. 그 다음에 담배 압수해서 장애가 있는 친구한테 했던 것처럼 담배를 입에 쑤셔넣어줬음.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음. 먼저 걔네 반 애들한테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조사했음. 그리고 걔네들 부모님하고 피해자 부모님한테 다 연락해서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가해자들은 죄다 자퇴하거나 똥통으로 전학갔음.

그 뒤로 장애가 있는 친구의 담임은 계속 그 선생님이었고 다행히 졸업할 때까지 불미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음.

그리고 졸업할 때였음. 알다시피 졸업할 때 수상식이 있잖슴? 근데 이 장애가 있는 친구하고, 또 다른 애 한 명, 2명이 호명되서 나오는 거임. 난 어리둥절했음.

근데 교장이 걔한테 '위 학생은 학교생활에 불편한 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마무리하여 타의 모범이 되었기 때문에 이 상을 수여함.'이러면서 상을 줬음.

그 다음에 또 옆에 있던 친구에게 장애가 있던 친구와 항상 같이 다니면서 도와줬다고 상을 주는거임. 많이 감탄했음. 솔직히 나라면 그런 일 못함...

그렇게 상을 받으니까 정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쏟아지더라고. 나도 같이 쳤는데 좀 가슴이 찡해졌음. 아마 그 친구의 부모님은 울었을 거임.

아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 이정도면 좀 사이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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