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조직, 돈 받고 여론전 펼쳐
국정원 심리전단이 인터넷 상에서 민간인까지 동원해 정치, 대선 개입 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탈북자 조직이 포털 사이트에서 이명박 정부를 홍보하고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사람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등 국정원과 유사한 여론전을 대규모로 펼친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다수의 탈북자들로부터 ‘NK지식인연대’ 회원과 가족들이 지난 2009년 말부터 2010년 말까지 1년여 동안 포털 사이트 다음아고라 토론방에 글을 올리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NK지식인연대’는 지난 2008년 북한에서 3년제 대학 이상을 나온 인텔리 계층의 탈북자들이 조직한 단체다.
뉴스타파가 접촉한 탈북자들에 따르면 ‘NK지식인연대’는 지난 2009년 말 전쟁터를 뜻하는 ‘전야’라는 비밀 조직을 구성, 아고라 토론방에서 조직적인 여론전을 펼쳤다고 한다. ‘전야’의 산하에는 8개 이상의 조가 있었고, 각 조는 1명의 조장과 10명의 조원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돈을 벌기 위해 게시글 활동을 하겠다는 탈북자가 늘어나면서 ‘전야’는 100여명이 넘는 조직으로 확대됐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했다.
이들은 북한 관련 글 외에도 조장의 지시에 따라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이전 문제 등 정치현안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글을 수없이 올렸다고 한다. 아고라 토론방에 글을 올리는 대가로 ‘전야’의 조직원 1명 당 최소 5만원에서 40만원까지 한 달에 모두 2000만 원 가량의 돈이 지급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NK지식인연대’ 내부에서도 이 돈의 출처는 철저히 비밀에 감춰졌다.
뉴스타파 확인결과 ‘NK지식인연대’ 간부와 회원, 가족들은 지난 2010년을 전후해 ‘엔키스맨’, ‘태백부엉이’, ‘소나타’, ‘촉디’, ‘정필’, ‘줄장미’, ‘풍경소리’, ‘툴립’, ‘하늬’ 등의 필명으로 활동하며 다음아고라 토론방에 1년여 동안 1명당 수백에서 수천 건의 글을 올렸다. 이 단체 간부의 부인이 닉네임으로 사용한 ‘태백부엉이’는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1월25일까지 2100건의 글을 올렸고, 닉네임 ‘툴립’은 모두 2183건을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200건 가까운 글을 올린 이들은 2010년 11월 글쓰기 작업을 일제히 중단했다. 그 때 자금 지원이 끊겼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돈을 받고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글을 올린 게 양심에 걸렸다는 한 탈북자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아고라에서 종북세력들이 날치고 있다. 그래서 이걸 대응했으면 좋겠는데 북한의 실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 필진이 있느냐? 있으면 아고라에서 글을 좀 써 달라. 그런 제안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단체의 대표는 회원들의 아고라 토론방 활동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인터뷰를 거부했다.